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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힘 Jul 07. 2019

인지치료(4): 생각 혹은 인지  

인지치료가 요리라면 그 재료가 되는 생각 

인지 혹은 생각은?

인지치료에서 인지는 인지 모델에서 다루는 자동적 사고/중간 믿음/ 핵심 믿음의 3종 세트와 틀린 생각을 의미하는 인지왜곡을 의미한다. 

인지치료에서의 인지/생각은 개념상 잘못된 생각이다. 인지치료는 기본적으로 왜곡된 인지를 정상적인 인지로 교정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잘못된 생각, 인지왜곡은 인지치료에서 치료적 개입의 주된 타깃이다. 인지치료에 대한 여러 가지 기법이나 노하우가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인지치료의 핵심은 잘못된 생각, 더 넓게 보면 생각을 잘 다루는 게 핵심이다. 생각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인지 치료자의 역량이다. 


생각 다루기


생각을 다루는 일은 크게 생각을 알아차리고, 그 생각에서 틀린 부분을 찾아내고, 더 건강한 대안으로 교정하는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detection)이 생각을 다루는 첫 번째 과정인 이유는 생각이 자기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틀린 부분을 찾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극단적인 생각은 쉽게 왜곡이나 오류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애매모호한 생각들은 의외로 다루기가 어렵다. 가장 흔히 하는 실수는 적절한 기준이나 준거(레퍼런스) 없이 자의적으로 왜곡이나 오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왜곡과 정상적인 생각의 구분 자체도 주관적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다 왜곡/오류 판단의 기준 조차 주관적이라면 내담자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 



인지 모델에서의 인지 


인지 모델은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한 생각에 의해서 감정이 형성된다는 개념이다. 아론 벡이 인지 모델에서 얘기한 인지는 자동적 사고, 중간 믿음, 핵심 믿음의 세 가지이다. 자동적 사고는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생각이고 핵심 믿음은 자동적 사고의 토양이 되는 뿌리에 해당되는 깊이 숨어 있는 믿음이다. 중간 믿음은 직관적으로 바로 와 닿지 않는 개념이다. 중간 믿음은 핵심 믿음에 의해서 그 사람이 취하게 되는 태도/가정/규칙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이 있는 생각 자체라기보다는 밑에 깔리는 배경음악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 자동적 사고(automated thought)


자동 사고, 자동화된 사고, 자동적 사고 등 몇 가지 번역어가 있는데 자동적으로 떠오르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고 개인적으로는 자동적 사고가 입에 더 감기는 것 같다. 


자동적 사고는 내용상으로는 틀린 내용이며, 특정 조건이 주어지면 저절로/자동적으로 그 생각이 떠오르는 특성이 있다. 자기도 모르게(의식하지 못함) 떠오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들에게는 반복되게 나타나서 ‘도대체 무슨 맘으로...’라는 의구심이 들게 하지만 스스로는 그런 줄도 모르는 게 ‘자동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다. 


사례)

공황장애 환자의 경우, 

몸에서 사소한 심장 두근거림만 느껴져도, ‘큰 일 났다’고 생각한다.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다른 사람의 인정을 갈구하는 우울증 환자의 경우, 

100% 동의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평가절하 당했다’고 생각한다.


꼭 위에서 예를 든 질병이 아니라도 누구나 신경이 쓰이고, 자신이나 타인과의 관계를 힘들게 하는 자동적 사고는 몇 개씩 다 있다. 



2) 핵심 믿음. 


어린 시절에 강한 감정이 실리는 정서적 경험을 통해서나, 생존에 영향을 주는 지속적인 강력한 경험을 통해서 형성되는 생각/인지이다. 어떤 경우에는 그런 생각을 의식할 수도 있지만(‘나는 원래 아무도 안 믿어 ‘), 전혀 모르는 경우도 있다. 모르는 경우도 나중에 가서도 전혀 그런 믿음을 갖게 된 배경이 드러나지 않고 다만 짐작이나 가능한 경우도 있고, ’ 알고 보니 그랬다 ‘는 식으로 배경과 핵심 믿음의 연결만 필요한 경우도 있다. 


아론 벡이 인지치료를 우울증(주요 우울장애)을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우울증의 핵심 믿음부터 제시되었다. 우울증의 핵심 믿음은 ‘무능함’과 ‘사랑받지 못함’의 2가지가 있다. 개인적인 임상 경험으로 보면, 명분과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도덕적이지 못함’이라는 핵심 믿음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후에 다른 질환으로 인지치료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핵심 믿음의 종류와 숫자는 많이 증가했다. 핵심 믿음은 하나의 생각이 아니라 사고의 틀이라는 의미도 있는데, 이를 스키마(schema)라고 한다. 자신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붕어빵 틀 같은 건데 이 틀에다가 사건을 넣으면 그에 맞는 생각이 나오는 식이다. 붕어빵 하나 두 개 먹어치워 봐야 붕어빵이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생각의 틀을 수정하지 않으면 하나하나의 개별적인 자동적 사고는 한 두 개 다뤄도 그 사람이 달라지지 않는다. 스키마는 사실 아론 벡 보다는 아론 벡과 같이 인지치료를 하다가 독립한 제프리 영이라는 사람이 더 중요하게 다루었다. 영은 아예 스키마 치료(심리 도식 치료 : Schema therapy)라는 치료법을 만들었다. 영은 스키마를 5개 범주, 전체 18개로 나누고 치료 초기부터 이 스키마를 다루도록 하였다. (영의 스키마 치료는 나중에 자세히 보려 한다. )



(3) 중간 믿음. 


처음에 인지치료 공부할 때도 앞의 두 가지처럼 개념이 확 와 닿지 않았고, 나중에 교사/사회복지사 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봐도 약간 어려워했던 기억이 있다. 


태도/가정/규칙은 핵심 믿음에 대한 것이다. 핵심 믿음을 대처하는 방식(규칙)이기도 하고, 핵심 믿음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2차적인 결과(태도)이기도 하다. 


핵심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 핵심 믿음이 초래할 수 있는 나쁜 결과를 피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 노력을 하는 패턴이 규칙이다. 그 핵심 믿음을 바라보는 자세가 태도이고, 그 핵심 믿음에 따라서 자기가 취할 행동의 경우의 수를 따져 보는 게 가정이다. 


사례)

무능력의 핵심 믿음. 


태도 ; 능력이 없으면 남들이 무시할 것이기 때문에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끔찍한 일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살게 될 것이다.   


가정 : 그래도 한번 따져 본다. 내가 뭔가 나서면? 망신당할 일만 있다고 생각하고, 

      망신당하지 않으려면,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굳어져서 규칙이 된다. 


규칙 : 능력이 없으니, 능력을 평가받는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보상이 따르는 프로젝트 참여 같은 건 애초에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치료 초기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든 사례를 다루면서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들게 한 생각(자동적 사고)에 집중한다. 몇 번 반복되다 보면 어떤 패턴이 파악되고, 그런 패턴적인 반복되는 생각을 갖게 한 더 깊이 있는 전제를 찾다 보면 결국 핵심 믿음이 나오게 된다. 중간 믿음을 통해서는 자기가 살아온 방식, 그동안 결정의 기로에서 했던 선택들의 메커니즘을 알 수 있게 된다. 


다음 시간에는 이런 인지왜곡의 기원과 배경, 특성을 다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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