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시장도 ‘포토스팟’이 있어야 한다

'낭만?전통시장,골목상권 생존 조건' 마흔 일곱번째 글

by 멘토K

전통시장을 걸을 때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생긴다.

먹을거리와 살거리는 풍성한데, 정작 눈에 남는 장면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이 가진 이야기를 한 컷의 이미지로 담아낼 수 있는 공간, 이른바 ‘포토스팟’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요즘 사람들은 경험을 소비한다.

특히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은 물건을 사는 것보다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순간’을 원한다.

다시 말해, 시장에 들어와도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 올릴 만한 장면이 없다면 그들의 발길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싶은 공간이 있다는 건 단순히 장식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다.


나는 한 번 광장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다.

그들은 빈대떡을 먹기 전, 늘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하지만 시장 자체를 배경으로 찍을 만한 포인트는 거의 없었다.

다닥다닥 붙은 간판과 정리되지 않은 진열은 그들에게 단순한 혼잡함으로만 비쳤다.

결국 사진은 음식 접시만 남았고, 시장의 고유한 매력은 기록되지 못했다.


포토스팟은 단순한 장식용이 아니다.

시장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그곳만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전주의 남부시장 청년몰은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살리면서 벽면에 아트워크를 입히고, 골목마다 작은 포토존을 마련했다.

방문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머물렀고, 다시 친구를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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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포토스팟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시장 고유의 색을 드러내는 디자인이다.

낡은 건물이라면 그대로의 질감을 살려 벽화나 조명을 더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시장이 가진 시간의 깊이를 ‘세련된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먹거리와 연결된 촬영 포인트다.

음식 앞에 단순히 네온사인 하나를 세워두는 것만으로도 사진을 찍고 싶은 공간으로 변한다.


셋째, 지역 이야기를 담은 상징물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나 자원, 역사적 장면을 오브제로 설치하면 시장은 단순히 장터가 아니라 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한다.


나는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종종 이렇게 말한다.

“손님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순간, 이미 그 가게와 시장은 홍보가 끝난 겁니다.”


포토스팟은 온라인 시대의 입소문 전략이다.

돈 들여 광고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스스로 찍고 퍼 나른다. 그 효과는 전단 수천 장보다 강력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상인들은 이런 변화를 사소하게 여긴다.

“우리는 장사만 잘하면 돼”라고 말한다.

맞는 말 같지만, 지금의 손님들은 장사만 잘하는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그 안에서 경험한 분위기와 기록이다.


포토스팟이 잘 된 시장은 분명 달라진다.

손님들은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시장을 더 탐색하게 되고, 그것은 곧 체류 시간의 연장으로 이어진다.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소비는 늘어난다. 단순히 매출만이 아니라, 시장의 이미지도 새롭게 재편된다.


나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전통시장에 필요한 건 더 많은 간판도, 더 큰 목소리도 아니다.

손님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장면 하나, 그것이 시장의 미래를 바꾼다.


전통시장은 더 이상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다.

이제는 이미지를 파는 공간, 그리고 경험을 기록하는 무대로 거듭나야 한다.

포토스팟은 그 출발점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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