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전통시장,골목상권 생존 조건』 오십번째 글
요즘 시장을 다니다 보면 특이한 장면이 하나 눈에 띈다.
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는 젊은 사람들, 그리고 그 모습을 반쯤 신기한 듯 바라보는 상인들.
그들이 누구냐고 묻자, “SNS 인플루언서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제 시장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옆 가게가 아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 플랫폼, 그리고 그 시선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 시선을 시장으로 데려올 수 있는가, 아니면 그냥 스쳐 지나가게 둘 것인가.
이게 시장의 미래를 가르는 질문이 되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시장을 찾는다는 건 단순히 광고를 해주는 게 아니다.
그건 시장이 새로운 세대의 ‘문화적 무대’로 재조명된다는 뜻이다.
그들이 시장을 찾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시장이야말로 콘텐츠의 원석(原石) 이기 때문이다.
냄비에서 김이 오르는 장면, 오래된 간판 밑에서 웃음 짓는 상인, 색색의 천들이 흔들리는 골목길.
이 모든 게 그들에게는 ‘스토리’이자 ‘뷰(View)’다.
나는 현장에서 수많은 상인들을 만나며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이제 시장의 고객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손님이 아닙니다.
당신의 시장을 ‘찍어주는 사람’, ‘보여주는 사람’이 시장을 살립니다.”
서울 광장시장에 스타벅스가 들어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건, 그 이후였다.
수많은 유튜버와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시장을 배경으로 콘텐츠를 찍기 시작했다.
“한국의 로컬 감성” “서울의 숨은 명소”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화면 속에 시장이 등장했다.
그들은 육회골목을 찍고, 빈대떡 앞에서 웃으며, 시장의 소리와 냄새를 그대로 담았다.
그 영상 하나가, 몇십만 명의 사람들을 움직였다.
시장에 인플루언서가 찾아오면 변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조명은 조금 더 밝아지고, 간판은 정리된다.
‘보여지는 공간’이 된다는 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변화는 결국 손님에게도 전달된다.
사람들은 “그 영상에서 봤던 그곳”을 찾아오고, 시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
하지만 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시선도 있다.
“그런 사람들 잠깐 와서 사진만 찍고 떠나잖아.”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장사는 우리 몫이지.”
물론 그런 걱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세상은 이미 달라졌다.
시장의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소비되지 않으면,
그 이야기는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인플루언서가 온다는 건, 시장이 그들의 ‘무대’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첫째, ‘배경’으로서의 매력이다.
조금만 정리된 간판, 따뜻한 조명, 시선을 사로잡는 색감이 있다면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머문다.
둘째, ‘사람’의 이야기다.
인플루언서는 화려한 세트보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시장 상인의 손, 진심이 묻어나는 표정, 오래된 도구 하나가 그들의 영상 속 주인공이 된다.
셋째, ‘참여할 거리’다.
먹거리 체험, 간단한 조리 참여, 지역 이야기 듣기 같은 작은 프로그램만 있어도
그들은 ‘체험형 콘텐츠’로 만들어 세상에 퍼뜨린다.
나는 몇 해 전, 지역 전통시장에서 열린 한 작은 행사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시장을 배경으로 숏폼을 찍었고, 그 영상을 통해 시장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로 시장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로컬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다시 조명되었다.
핵심은, 시장이 그들에게 ‘찍을 거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시장은 콘텐츠의 바다다.
다만 지금까지 그걸 기록하고 보여줄 사람이 없었던 것뿐이다.
이제는 그 역할을 인플루언서가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기대만 해선 안 된다.
시장 스스로가 ‘찍히고 싶은 시장’, ‘찾고 싶은 시장’으로 변화해야 한다.
정리된 진열, 밝은 조명, 따뜻한 미소.
이 세 가지만 바뀌어도, 시장의 화면은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시장의 변화는 결코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고 믿는다.
그건 상인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우리도 보여줄 게 있다.”
“우리 시장이 멋지다.”
이 자신감이 있을 때, 인플루언서의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돌아간다.
결국 시장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시장을 ‘찾아오게’ 만드는 게 아니라, ‘찍고 싶게’ 만드는 것.
그 순간, 시장은 다시 젊어지고, 새로운 손님이 찾아오며,
낡은 골목에도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전통시장과 인플루언서의 만남은 트렌드가 아니라 필연이다.
이 만남이 진짜 협력으로 이어질 때,
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공간이 아니라, 세대가 함께 머무는 문화의 무대가 될 것이다.
- 멘토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