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동네 장사도 ‘기획’이 있어야 한다

『낭만?전통시장,골목상권 생존 조건』 마흔 아홉번째 글

by 멘토K


나는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다닐 때마다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이 가게에는 분명 진심이 있는데, 왜 손님이 줄을 서지 않을까.”
답은 하나다.

기획이 없다.


많은 상인들이 여전히 장사를 ‘운영’의 관점으로만 본다.

문 열고, 물건 팔고, 마감하면 하루가 끝난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동네 장사도 ‘기획’이 있어야 산다.

기획은 단순히 멋있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무엇을 팔 것인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아무리 오래된 단골이라도 떠나간다.

나는 예전의 시장 상인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감으로 장사를 했다.

손님이 들어오면 표정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지금의 손님은 다르다.

오프라인에 오기 전에 이미 온라인에서 수십 가지 비교를 끝낸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감이 아니라 ‘기획된 경험’이다.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선택의 이유를 설계해줘야 한다.


한 번은 지방의 어느 시장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

한 분식집은 메뉴가 많았지만 손님이 없었고, 바로 옆의 젊은 사장은 메뉴가 딱 세 가지뿐인데 줄이 길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젊은 사장은 ‘퇴근길에 혼자 간단히 한 끼 해결하는 사람’을 타깃으로 잡고, 가격과 양을 그에 맞췄다.

메뉴판에도 “퇴근길 10분 한 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음식의 맛은 둘 다 나쁘지 않았지만, 한쪽에는 콘셉트가 있었다.

손님은 그 콘셉트에 반응했다.


기획의 핵심은 고객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상인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나는 손님이 누구든 다 환영해요.”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장사의 함정이다.

모든 손님을 대상으로 하면, 결과적으로 아무도 깊이 잡지 못한다.

‘우리 가게의 진짜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왜 오는지를 정의하는 것부터가 기획이다.


가게는 상품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공간, 분위기, 이야기, 심지어 사장의 말투까지도 모두 기획의 일부다.

“어떻게 보이느냐”는 이제 “무엇을 파느냐”보다 중요해졌다.

간판 글자 하나, 조명 색 하나가 시장 전체의 인상을 바꾼다.

같은 떡볶이집이라도, ‘학교 앞의 추억’이냐 ‘30대 직장인의 야식’이냐에 따라 메뉴 구성부터 서비스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기획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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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은 돈이 아니라 생각의 문제다.

한 상인은 시장 입구에서 매일 똑같이 물건을 내놓았다.

하지만 옆 가게는 계절마다 진열을 바꾸고, 고객이 사진을 찍고 싶을 만큼 보기 좋게 꾸몄다.

그 차이는 예산이 아니라, ‘고객이 어떤 장면을 보길 원하는가’를 고민한 결과였다.

사람들은 가격보다 ‘기분’을 산다.

그 기분을 만드는 게 바로 기획이다.


나는 여러 지역에서 상권 컨설팅을 하면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장사는 감이 아니라 구조로 가야 합니다.”
기획이 없는 가게는 그날그날의 매출에 흔들리고, 기획이 있는 가게는 손님의 흐름을 예측하며 움직인다.

잘 되는 점포의 공통점은 ‘우연히 잘되는 게 아니라, 설계된 결과’라는 점이다.

가게의 위치, 상품 구성, 운영 시간, 심지어 사장의 행동 패턴까지 기획 속에 포함된다.


물론 상인들에게 기획이라는 말은 낯설다.

“장사하는데 무슨 기획이야?”라고 되묻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기획이란 거창한 마케팅 용어가 아니다.

하루 매출을 올리기 위한 작은 전략과 시도, 그게 바로 기획이다.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대에 시식 코너를 두는 것도, 주말마다 메뉴 하나를 바꿔보는 것도, 다 기획의 일부다.


요즘 시장을 보면, 단순한 장사보다 스토리가 있는 점포가 살아남는다.

“이 가게는 사장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만 쓴다.” “여긴 40년 된 비법 간장을 그대로 이어간다.”

이런 이야기가 손님의 신뢰를 만든다.

결국 기획은 가게의 철학을 드러내는 언어다.

아무리 작은 점포라도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명확히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브랜드가 된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기획은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동네 장사일수록 더 절실하다.”
기획이 없는 장사는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지만, 기획이 있는 장사는 손님이 떠나도 다시 돌아올 이유를 만든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진짜 경쟁력은 ‘값싸고 친근한 곳’이 아니라, 생각이 있는 장사, 방향이 있는 상인에게 있다.


오늘도 시장을 걷는다.

오랜 세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의 얼굴에서 여전히 희망을 본다.

그들이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시장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장사는 결국 사람의 일이고, 기획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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