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전문가의 책쓰기가 달라야 하는 이유

[전문가의 책쓰기, 첫 번째 글]

by 멘토K
전문가의 책쓰기는 왜 달라야 할까?


전문가의 책쓰기가 달라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책을 쓰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책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전문가는 여전히 소수이기 때문이다. 출간 소식이 SNS에 잠깐 오르고, 지인들의 축하 댓글이 달린 뒤 조용해지는 책이 대부분이다.

같은 분야에서 비슷한 경력을 쌓았고, 실무 경험도 충분한데 결과는 극명하게 갈린다. 어떤 전문가는 책 한 권으로 강연 요청이 늘고, 상담 문의가 이어지며,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다른 전문가는 책을 냈다는 사실조차 스스로 다시 꺼내지 않게 된다. 이 차이는 글솜씨나 정보의 양에서 생기지 않는다.


전문가의 책쓰기가 달라야 하는 이유를 나는 완성형 깨달음으로 말할 수 없다.

지금도 여전히 실험 중이고, 여전히 틀리고 있고, 여전히 고치고 있기 때문이다. 20여 권이 넘는 전문분야 책을 집필하며 얻은 가장 솔직한 결론은 이것이다.

책쓰기에는 정답이 없고, 다만 덜 비싼 오류와 더 오래 남는 시행착오만 존재한다.


처음 책을 쓸 때 나는 전형적인 전문가였다.

현장에서 오래 일했고, 강의도 했고, 보고서와 기획서를 수도 없이 써왔다. 그래서 책도 잘 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실제로 원고는 빠르게 나왔다. 출판도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책은 나왔는데, 책 이후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강연 요청이 크게 늘지도 않았고, 상담 문의가 구조적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책은 남았지만, 책이 나를 대신해 일하지는 않았다.


그때 나는 책을 ‘성과’로 착각했다. 출간 자체가 보상이라고 믿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생각이 가장 큰 오류였다. 책은 결과가 아니라 시작점인데, 나는 시작선에 서서 이미 끝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이 착각은 이후에도 여러 형태로 반복되었다.


한동안은 책을 더 잘 쓰면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문장을 다듬고, 설명을 더 친절하게 하고, 사례를 더 풍부하게 넣었다.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최대한 많은 맥락을 제공했다. 그러나 결과는 비슷했다. 읽기에는 편하지만, 읽고 나서 저자에게 연락할 이유는 없는 책이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친절한 설명은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있지만, 저자를 선택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후 나는 여러 실험도 해봤다. 설명을 줄이고 주장만 남긴 원고, 일부러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문장을 전면에 둔 책, 특정 독자를 명확히 배제한 구성도 시도했다. 어떤 책은 반응이 즉각적으로 왔고, 어떤 책은 조용히 사라졌다. 흥미로운 점은 반응이 없었던 책이 반드시 ‘내용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준이 흐릿한 책일수록 반응이 없었다.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한 책은 독자의 머릿속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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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실험과 오류는 반복되고 있다.

자산으로 연결될 거라 기대했던 책이 생각만큼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큰 기대 없이 쓴 글이 예상치 못한 연결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책쓰기를 완벽하게 설계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있다. 책이 자산이 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점이다.


한 권에 모든 걸 담고 싶다는 욕심, 오해받고 싶지 않다는 욕심, 반박당하지 않고 싶다는 욕심이 문제?


특히 내가 지금도 가장 자주 빠지는 오류는 욕심이다. 이 한 권에 모든 걸 담고 싶다는 욕심, 오해받고 싶지 않다는 욕심, 반박당하지 않고 싶다는 욕심이다. 이 욕심이 올라오는 순간, 책은 다시 설명형 문서로 후퇴한다. 그래서 원고를 쓰다 멈추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문장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독자의 판단을 돕기 위한 것인가. 이 질문에 솔직해지지 않으면 책은 또다시 안전하지만 무력한 결과물이 된다.


지금도 나는 책을 쓰며 끊임없이 수정한다.

초고에서 뺀 문장을 다시 넣었다가, 또다시 지운다. 더 강하게 말했다가, 그 강함이 허세인지 판단인지 스스로 검증한다. 이 과정은 피곤하지만, 예전처럼 책을 쓰고 나서 허탈해지는 일은 줄었다. 책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브런치북은 성공 공식을 정리한 연재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반복하며 얻은 불완전한 기준들을 공유하는 기록에 가깝다. 왜 어떤 책은 자산이 되지 못하는지, 왜 어떤 실험은 통했고 어떤 실험은 지금도 실패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숨기지 않으려 한다.

전문가의 책쓰기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는, 책이 더 이상 ‘써봤다’는 증명이 아니라 ‘지금도 작동하는 판단의 장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은 충분히 진지하다. 다만 그 책이 당신을 대신해 일하게 만들고 싶은지, 아니면 한 번의 성취로 남기고 싶은지는 지금 결정해야 한다.

이 연재는 그 결정을 돕기 위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글 역시 하나의 실험이다. 이 실험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분명한 건, 나는 더 이상 책을 안전하게 쓰지 않겠다는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그 선택이 이 브런치북의 출발점이다.


- 멘토 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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