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조직에서 리더와 구성원 간의 소통 인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리더 입장에서는 분명히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느끼지만, 구성원들은 오히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겉보기에는 팀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고, 서로 업무 요청도 잘 주고받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구성원 입장에서는 ‘우린 잘 소통하고 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리더는 이와 다르게 체감합니다. 보고받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 누락되거나, 사전에 논의되었어야 할 결정이 이미 실행된 후에야 공유되는 일이 반복되면, “왜 이런 중요한 내용이 지금에서야 공유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쌓이게 됩니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단순히 티켓을 처리하거나 슬랙 멘션에 답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끼지만, 리더 입장에서는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에 대한 기본 인식과 기대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소통을 ‘정보 전달’로 보는 시각과 ‘관계 형성과 목적 공유’로 보는 시각의 간극이 바로 여기서 생겨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말할 때, 과연 그 기준은 누구의 관점인지, 그리고 실제로 그것이 조직의 생산성과 협업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착각의 구조를 해부해 보고자 합니다. 소통이 왜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막혀 있는지’, 그 원인과 배경을 파헤치고, 리더와 구성원이 서로 더 잘 이해하고 맞춰가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조직 내 소통은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로 이해되기 쉽습니다. 특히 구성원 입장에서는 업무 요청에 대해 성실히 응답하고, 멘션에 빠짐없이 반응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방식은 수동적 소통, 또는 반응 기반 소통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더가 기대하는 소통은 훨씬 더 능동적인 형태입니다. 단순히 요청에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전에 필요를 예측하거나 장애 요소를 먼저 식별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태도가 포함됩니다. 여기에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능력도 함께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에서 페이스북 퍼포먼스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개발팀에 설정을 요청하는 상황을 떠올려보겠습니다. 요청은 지라 티켓으로 전달되고, 몇 차례 댓글이 오가며 설정 작업이 진행됩니다. 댓글 확인이 늦어지게 되면 이 과정이 며칠에 걸쳐 지연되기도 합니다. 각각 댓글은 응답했지만, 문제는 계속 미뤄지고 해결되지 않은 채 흘러갑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 두 사람이 노트북을 들고 20분만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면 어땠을까요? 단순한 설정뿐 아니라 이후 연속적으로 필요한 조건들까지 함께 점검하고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는 총 시간을 줄이고,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수동적 소통은 업무를 ‘처리’하긴 하지만, 협업의 속도와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반면 능동적 소통은 협업의 방향과 결과를 함께 바라보며 문제 해결 중심으로 움직이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조직의 성과와 유연한 협업을 위해서는 리더가 기대하는 소통의 정의와 구성원이 생각하는 소통의 기준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 간에는 불편한 긴장감이 흐르곤 합니다. 한 팀에서는 “왜 저 부서는 항상 늦게 움직이는 거지?”, 다른 팀에서는 “우리만 맨날 맞춰줘야 하나?”라는 말이 오갑니다. 처음엔 의문이었고, 그다음엔 짜증이 되었으며, 결국 어느 순간부터는 비난과 비하가 일상 언어가 됩니다.
이 현상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바로 오해입니다.
대부분의 구성원은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문제는, 타 팀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상대 팀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를 이해할 맥락이 없기 때문에 ‘이해’ 대신 ‘판단’이 앞서게 되는 것입니다.
더 나쁜 건, 이 오해가 감정의 언어로 굳어질 때입니다.
“그 팀은 맨날 말이 안 통해.”
“맨날 핑계만 대는 거 보면 책임감이 없어.”
“우린 항상 피해자야.”
이러한 감정적 프레이밍은 협업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합니다. 그리고 웃기게도, 이런 말은 서로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합니다. 내가 속한 팀이 비난하는 그 대상 팀도, 똑같은 말을 우리 팀에게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상황을 바꾸려면 먼저 ‘같은 회사’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같은 팀입니다. 그리고 그 연결을 회복하려면, 가장 먼저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오해는 설명과 대화 없이는 풀리지 않습니다. 각자의 어려움을 나누고, 불편했던 상황을 함께 되짚어 보며, ‘왜 그런 일이 생겼는가’보다 ‘앞으로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 시작은 언제나 신뢰를 주는 자세에서 비롯됩니다.
상대가 틀렸다고 확신하기 전에, “혹시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까?”라고 질문해 보는 것, 그것이 팀 간 갈등을 넘어 신뢰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회의는 진행되지만 질문은 없습니다. 리더가 “이 부분에 대해 의견 있으신가요?”라고 물어도 고개를 드는 사람은 드뭅니다. 슬라이드는 넘겨지지만, 진짜 대화는 오가지 않습니다. 마치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 조용한 그 회의실 안에는, 심리적 안전이 결여된 팀의 전형적인 풍경이 담겨 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는 이를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심리적 안전이란 팀 내에서 실수나 질문, 반대 의견을 드러내도 불이익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 속 많은 팀은 이런 믿음을 갖기 어렵습니다. 실수는 ‘보고’의 대상이 되고, 반대 의견은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으로 여겨집니다. 구성원은 점점 조용해지고, 결국엔 다음과 같은 심리가 자리 잡게 됩니다.
“괜히 말했다가 괜히 일만 늘어나겠지.”
“저 사람은 괜히 열심히 하다가 욕먹더라.”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답이다.”
이런 문화가 지속되면 팀은 ‘정상처럼 보이는 침묵’ 속으로 들어갑니다. 질문이 사라진 회의, 피드백이 없는 리뷰, 책임 소재만 따지는 사후보고가 반복됩니다.
또 다른 조직문화 전문가인 패트릭 렌치오니(Patrick Lencioni)는 『팀장 리더십의 다섯 가지 장애(5 Dysfunctions of a Team)』에서 이 침묵의 문화를 ‘갈등 회피(Avoidance of Conflict)’라 표현했습니다. 갈등을 피하는 문화에서는 진짜 문제를 다룰 수 없고, 결국 팀은 가장 기본적인 신뢰조차 형성하지 못하게 됩니다.
조용한 팀이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면, 조용한 팀은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말해도 괜찮다”는 신호를 얼마나 주고 있나요?
리더는 이것을 매 순간 확인하고, 조용함 속에 숨은 두려움을 하나씩 걷어내야 합니다. “괜찮아, 물어봐도 돼”, “틀려도 좋아, 같이 고쳐가자”는 분위기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팀은 침묵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조직에서 협업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주시면 저희가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지난번 방식은 조금 어려움이 있었어요.”
“혹시 이건 다음엔 다르게 할 수 있을까요?”
이런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한 피드백입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말조차 꺼내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좋은 피드백은 좋은 관계가 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피드백은 흔히 협업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좋은 협력의 ‘결과물’입니다. 관계가 어색하거나, 신뢰가 없거나, 이전에 감정적 충돌이 있었던 상대에게는 작은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습니다. 아무리 공손하게 말해도, “지적하는 건가?”, “불만이 있나?” 하는 해석이 먼저 따라붙습니다.
심리학에서도 상호 존중과 감정적 연결이 있는 관계일수록 건설적인 피드백이 오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곧 피드백의 질은 그 팀이 평소에 쌓아온 관계 자산(Relational Capital) 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팀 내 피드백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 이유는 기술적인 스킬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이 말을 해도 괜찮다”는 안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평소에 자주 대화를 나누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 날선 피드백도 훨씬 부드럽게 받아들여집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평소에 서로에게 안전한 존재였는가?”
피드백을 활성화하고 싶다면, 말하기 연습보다 먼저 ‘관계 맺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평소에 자주 대화하고, 잘한 점을 자주 나누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것. 피드백은 그런 기반 위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납니다.
조직 내 소통은 우연히 좋아지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반복해서 실천해야 선순환의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특히 부서 간 협업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팀워크’란 단어는 자주 들리지만, 실제로 팀워크가 작동하려면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태도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먼저 말을 걸어 보기
질문이 오기 전에 먼저 정보를 공유하기
“이건 우리 일이 아닌데요” 대신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하기
회의 중 타 부서를 향한 비난을 멈추고, 이해하려는 질문을 던지기
이러한 행동은 작지만, 반복될수록 배려가 축적되고 신뢰로 전환됩니다. 결국 “이 팀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 다음 협업은 훨씬 부드럽게 진행됩니다.
이는 단지 친절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배려하는 행동이 곧 조직 운영 효율을 높이는 실용적 전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해해주려는 자세” 하나만으로도 갈등을 줄이고, 빠른 결정을 만들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일 수 있습니다.
결국 소통의 선순환은 거창한 전략보다도, 작고 구체적인 태도와 언어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늘 내 쪽에서 먼저 만들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