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사 하나

by 질그릇

26년, IMF가 막 시작되던 시기에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삼십, 사십대를 보낸 후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복잡한 감정'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나는 자동차 부품을 탈거하여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업무를 배워가고 있다.


온갖 이물질이 섞여 가슴을 옥죄는 공기를 마시며, 흙먼지를 온 몸에 뒤집어 쓴 채, 더위와 비에 온전히 노출되어 일하고 있다.


사수인 과장님은 완전 전문가다. 지금 내 삶에서 유일한 행운이다. 하나씩 배워간다. 자동차 부품을 하나 하나씩 뜯어서 내려 놓을 때 희열이 있다.


말 그대로 하나씩, 순서대로, 건너 뛰지 않고, 때로는 힘으로, 때로는 조심스럽게 힘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그 내부를 들여다 보고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한 번 잘못 자르거나 떼어내면 그 부품을 버려야 할 수도 있다.


숨어 있는 나사 하나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찾아서 풀지 않으면 그 다음 부품을 떼어 낼 수 없다. 반드시 찾아서 풀어 내야 한다.


낑낑대며 나사 하나를 찾아 풀어서 부품을 떼어내면 희열이 있다. 지금 내 삶에서 유일한 기쁨이다.


인생길에도 그런 나사가 있는 듯하다. 유형의 나사, 보이지 않는 나사가 있다. 개인의 감정에도, 가정에도, 직장에도, 학교에도, 교회에도 있다. 개인의 삶과 관계 속에 이런 나사가 있다. 때로는 귀찮고 성가신 가시 같은 것이고, 때로는 답답함이고, 때로는 슬픔이고, 그리고 미움이고, 분노다.


분명한 것은, 그 나사를 풀어 내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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