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트립] 낙비의 책수다

-책과 함께 하는 즐거운 수다, 강화도의 꿈 공작소 ‘낙비의 책수다’에 방문하다.

2022년 5월 7일 화창한 봄날 강화도에서 책과 함께 수다를 떨고,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책방, ‘낙비의 책수다’에 방문했다. ‘낙비의 책수다’는 즐거울 ‘락’(樂)과 날 ‘비’(飛)를 합쳐 ‘즐거운 상상으로 날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본래 모모를 좋아하시는 사장님의 취향을 담아 ‘꿈 공작소 모모’로 시작하였지만, 책이 주는 즐거움을 강조하고 싶어 바꾸셨다고 한다. 간판에 쓰여진 이름과 입구 앞에 정겨운 글씨로 ‘책’이 우리를 자연스레 책방으로 안내했다.

책방 안에는 그 이름에 맞게 여러 사람들이 책과 함께 즐거운 상상을 하고 수다를 떤 흔적이 이곳저곳 남아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오른편으로 ‘블라인드 BOOK’ 활동의 결과물들이 보였다. ‘블라인드 BOOK’이란 이름 그대로, 어떤 책인지 모로는 상태에서 책을 읽고, 인상 깊은 문장과 짧은 소감을 쓰는 활동이다

“우리가 책을 읽다 보면 점점 한 종류의 책만 읽게 되는데, 그런 점이 조금 아쉽더라고요. 사실 모든 책에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고 배울 수 있는 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책인지 모르는 상태로 독서를 하게 해서 여러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게 하고자 했어요.” 라는 사장님의 말씀은 이 활동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활동이 참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었다. 나 역시도 항상 읽던 작가 혹은 비슷한 장르의 책만 읽어서 다른 책을 도전하려 해도, 막상 책 제목이나 간단한 설명을 보고는 결국 읽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여러 책들과 새로운 주제로 수다를 떨 수 있게 해주는 ‘블라인드 BOOK’ 활동은 여러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더 안으로 들어가니 ‘릴레이 책, 시 필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릴레이 책, 시 필사’는 책과 시를 여러 사람이 릴레이로 따라 써서 책 한 권을 완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책과 시를 따라 쓰면서 문장을 온전히 느끼고 책을 곱씹으며 읽었으면 하는 사장님의 뜻이 들어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참여해보고 싶었다. 책 한 권에 나의 글씨가 담겨 있다는 것이 꽤나 성취감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책방의 또 다른 공간 ‘북카페’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음료와 함께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즐기고, 같이 온 사람들과 간단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하셨다. 분위기가 딱 책 읽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게 형성되어 있어 잠시 머물며 책을 읽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아쉽지만 다음번으로 미뤘다.


이 공간에서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공간 벽면에 포스트잇들이 붙은 판자가 궁금하여 여쭤보았는데, 강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점자책’ 만들기 활동을 하고 소감을 적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점자책을 만들 수 있다고?’라는 호기심에 사장님께 혹시 체험해볼 수 있냐고 물었고,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어디서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기에, 부픈 마음으로 점자책 만들기를 체험했다

글자마다 각각의 표기법이 있어, 짧은 문장을 표현하는 데에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활동을 하면서 시각장애인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고, 점자책 한 권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책방을 둘러보고, 점자책 만들기를 한 후에, 우리는 잠시 사장님과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 속에 사장님의 삶, 책방에 대한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즐거웠던 사장님과의 이야기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이곳에 글로 옮겨보도록 하겠다


Q. 어쩌다가 책방을 운영하시게 되셨나요?

“저는 원래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어요. 그러다가 한 번 교통사고를 당해서 입원을 했어요. 그때 교사도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명예퇴직을 조금 일찍 하고, 귀촌을 했죠. 그런데 막상 귀촌을 하고 보니 무엇을 할지도 모르겠고 그때 남편이 아파서 상황이 애매했어요. 그래서 일단 제가 책 읽고, 얘기 나누는 거를 좋아하니까 ‘책방’을 해보기로 했죠. “

-아, 그러면 그때 바로 책방을 시작하신 건가요?

“아니요 하하. 이제 7년 전에 책방을 하기로 결심하고 조금 돌아다녔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책방’이라는 게 제주도에 지금 강화도 수준 정도로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나마 생긴 책방은 유지가 어려워서 없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듣고는 망설였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고 5년 전쯤에 다시 돌아다녔어요. 원주에 ‘스몰 굿 씽’이라는 책방에 들러서 주인 분과 이야기를 좀 나눴는데, 책방을 하면 자기 시간이 너무 많이 뺏기다 보니까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오히려 책과 멀어진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거를 듣고 또 접었죠. 우여곡절이 좀 많죠? 하하. 그러다가 이제 신랑이 많이 아픈데, 제가 당장 여행을 다니거나 할 수가 없어서 우선 책방을 열기로 했죠. 그래서 책방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여러 현실 속에서 좌절하고 포기할 법도 하지만 결국에는 ‘책방’을 선택한 사장님의 선택에서 사장님의 책 사랑과 책방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Q. 책방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먼저 저는 정기적으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책 리뷰를 써서 올려요. 벌써 120번째 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책방을 하면서도 책과 멀어지지 않기 위해서예요. 리뷰를 위해서라도 책을 읽는 거죠. “

-아아, 정기적으로 책을 읽기 위해서 스스로 리뷰를 하시는 거군요! 그리고 또 있을까요?

“처음에 책방 이름이 ‘꿈 공작소 모모’였어요. 모이자 모여라는 의미도 있고, 모모라는 소녀의 순수함이 좋아서 그렇게 지었어요. ‘모이자 모여’가 나온 이유가 제가 처음 강화에 왔을 때 사람들이 생각보다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까 서로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할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책’으로 만들어보자 해서 ‘북클럽’을 생각해냈어요. 책을 읽고 함께 모여서 책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거예요.

작년 1월 1일부터 시작해서 12권을 책을 했고, 지금은 주로 민음사 고전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고전이 사실 처음에는 어려운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읽기 쉬워지고 다 읽었을 때의 성취감이 크게 오거든요. 그래서 결국에는 다들 고전을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옛날이야기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살아가는 방식은 비슷비슷해서 의견을 나눌 때 자신의 삶에 견주어서 이야기를 해요. 각자 삶을 견주어서 얘기하니까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거죠. 저는 이게 너무 좋더라고요. 수업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오전에는 주로 아이 엄마들과 함께 그리고 오후반에는 조금 나이 드신 분들이 오셔서 활동을 하고 있으세요. “

-아 그러면 지금 하고 있는 책이 뭔가요?

“지금은 ‘사피엔스’라는 책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우리가 꼭 읽어야 하는 책인데 혼자 읽기에는 어려우니까 같이 읽으면서 얘기도 나누고 공부도 하는 거죠. 활동하시는 분들이 혼자서는 못 읽을 텐데 같이 읽으니까 읽게 된다고 엄청 좋아하세요. “

북클럽이 진짜 책을 읽으면서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고 여러 가지 상상력도 펼칠 수 있는 활동인 것 같았다.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사람들과 나눠 읽으면서 여러 사람의 생각도 알 수 있고, 책도 이해할 수 있으니까 책이 가지고 있는 소통의 기능과 지식 전달의 기능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책방을 하신 게 후회가 된 적은 없으신가요?

“사실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어요. 완벽하게 긍정적이고 완벽하게 희망적인 건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든 간에 힘들고 후회되는 일이 있는 것처럼 책동도 물론 있어요. 책방에 오시는 분들 중에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마음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셔서 그게 약간 상처가 될 때가 있어요. 무례하게 행동하시는 분들이 종종 오시는데 그때는 ‘내가 굳이 이 일을 해서 이렇게 상처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사실 책방이라서 그런 일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례한 행동을 당하고 나면 기운이 빠지는 건 사실이에요”

-아이고.. 그렇죠.. 그럴 때는 진짜 기운 빠지고 화가 날 것 같아요. 또 있으신가요?

“수익성 측면에서 고민이 많아요. 지금 생기고 있는 책방도 많지만, 없어지고 있는 책방도 굉장히 많아요. 수익이 많이 나지 않으니까 유지가 어려워서 그런 거죠. 책에 들어가는 정성을 고려하면 책값이 절대 비싼 게 아니지만, 지금처럼 텍스트가 귀하지 않은 세상에서는 책을 막 구매하려고 하지는 않거든요. 사실 지금처럼 ai니 뭐니 하면서 점점 사회가 빨라지고 있는 세상에서 천천히 시간을 갖고 생각할 수 있는 활자의 존재는 꼭 필요한 건데,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아무래도 책방의 수익성이 많이 떨어져요. 그래서 여러 책방이 스테이를 하고 카페를 하면서 책방 고유의 성격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요. 이 부분이 조금 아쉽고 어려운 부분이죠.

그래도 가끔 젊은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그 아이들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또 책방을 찾을 거니까, 그렇게 책방이라는 공간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책방이 겉으로 보기에는 낭만적인 공간이고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이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적이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이 참 안타깝기도 하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Q. 앞으로 어떤 식으로 책방을 운영하실 계획이신가요?

“공간을 더 확정해서 사람들도 더 많이 올 수 있게 하고, 책방 유지를 위한 수익 창출을 낼 수 있도록 하려고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북클럽, 책 필사 같은 활동은 유지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차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거죠. 공간 부분 외에는 책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이 소통하고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고 책방을 만들어 나가려고 해요. 삶을 살다 보면 인생이 조금 지루하고 허무해질 때가 있는데,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의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 그 우울감이 좀 작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내 세계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마음도 넓어지고요. 그래서 저는 더 많은 사람이 책을 같이 읽었으면 해요. “

사장님의 앞으로의 계획에서 책의 순기능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어 주변 사람들의 삶을 더 풍부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주고자 하는 소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들 외에 더 많고 소중한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이 글에는 핵심적인 부분만 담았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방문해서 책방의 분위기를 느꼈으면 한다. 정말 강화도에서 작은 공간이지만 그 공간이 주는 삶의 의미와 즐거움은 어떠한 공간보다 클 것이다. ‘낙비의 책수다’ 강화도를 방문한다면 꼭 한 번 들러서 구경하기를 권하며 로컬메이커 책방 기행 ‘낙비의 책수다’ 편을 마친다.


BY. 로컬메이커 고등&대학생 크루

덕신고등학교 윤다원, 김서빈

강화고등학교 한요셉

대학생 크루: 양정웅,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