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고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맴맴 Mar 23. 2022

불투명한

미래 


최근에 전시를 했는데 하필 전시기간에 코로나가 걸려서 보지도 못하고 전시가 끝났다.

그 전시는 돈을 내고 전시를 한 거였다.

어떤 작가님은 돈을 내고 전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에게 작가로서의 자존심은 그림 배송 문제 건으로 한순간에 사라졌다. 오기가 생겨, 돈을 내고 전시를 하게 되었다. 더 이상 내 그림이 무시당하고 싶진 않았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내 그림을 이끌어야 한다는 건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최선을 다했는지 냉정하게 물어보자면, 현실과 합리화가 합쳐져 최선을 다하지 못한 거 같기도 하면서도 난 정말 열심히 산거 같은데, 결과가 그러지 못할 때 결국, 되는 사람만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나를 삼키곤 한다.


주변에서 정말 많이 응원해주고, 관심 가져주고, 사랑해주지만, 정작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림에 대한 열정이 아닌가 싶다. 수많은 기회들을 잡지 못한 게으름과 기회를 잡았을 때의 쫄보 같은 마음은 나를 더 작게 만든다. 그럼에도, 나의 그림 계정은 활발하지 못하고, 그저 내가 그리는 행위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림을 안 그리면 몸이 쑤씰 정도로 그리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누구는 열심히 한다더라, 누구는 기회가 잡혔다더라, 누구는 전시한다더라 하는 수많은 말들로 인해 생각이 피폐해질 때도 있다. 


20대때 온전히 그림으로 전업했을 당시 그림을 그리려면 돈은 정말 필수였고, 결국 스스로가 힘들기도 하고 포기할 명분을 만들어 복잡한 상황 속에서 뒤늦은 취업을 했다. 고정수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말 편했고, 재료를 살 때 머뭇거리는 시간이 단축되었다.


그래서 돈을 쓰고 전시를 한다.


아는 지인은 나에게 돈을 쓰고 전시를 한다며, 왜 그런 방법을 쓰는지에 대한 눈빛을 보낸 적이 있었다.

내 최선의 방법은 이거였는데, 나에게만 적용됐나 보다.

미술계에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었고(비교만 늘어남) 아는 사람이 너무 없는 것도 좋지 않았다. 내 실력을 누군가가 봐주고 응원을 많이 해주는데도, 불투명한 것에 내 모든 것을 걸기엔 나는 너무도 현실적이 되었고 그만큼 쫄보가 되었다.

10년만 하면 길이 보이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림에 전념했으나, 그 길은 너무 길고 장기전이었다.

수없이도 포기하고 싶었지만, 결국 다시 그리고 앉아있는 내가 우스웠다.


30대가 된 내가 원하는 게 어떤 건지 나조차도 감을 못 잡겠다.

그림 그리는 건 너무 좋은데,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열심히 SNS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소신 있게 나만의 그림을 그릴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뭘까.

아니면 그저 알아서 환경이 열리길 바라는 게으른 사람 중 한 명인 걸까.


갤러리에서 전시를 같이하면 좋겠다는 연락이 또 왔다.

난 고민을 하다가, 시간을 덜 쓰고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한다고 했다.


나도 알고 있다.

갤러리에서 아마추어 작가들의 돈을 받고 운영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서 전시를 참여하는 건 아니다.


알 수 없는 누군가들이 내 글을 보고서 어떤 마음을 가질까 궁금하다.

무료로 전시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며, 지원서를 쓰거나, 공모전에 나가지 그랬냐 하며, 바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난 방법을 모르는 걸까,

스스로 내 그림을 이끌어야 하는 노력을 하기 싫은 걸까.




아예 팔리지 않은 그림을 그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한 것도 아닌, 이 애매한 위치에서 더 이상의 노력이 잘 되지 않는 내가 싫은 걸까.



더 이상 타 작가들의 노력과 내 노력을 저울질하며 비교하지 않고, 한번 그릴 바에 아예 나에게만 집중하는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나를 위해.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 아니면 되는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