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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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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맴맴 Aug 07. 2023

기쁨



임신을 했었다.

지금은 유산판정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계획임신이 아니었기에 임신이란 걸 알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남편을 원망했다. (몸고생은 나 혼자라 생각했다) 나 때문에 남편은 기쁨은 속으로 넣어둔 채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알게 됐을 땐 4-5주가 지난 상태였다.

매일이 서러웠다. 여자로 태어난 것이 그저 원망스러웠다. 임신은 고생길의 시작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임신 때 몸의 변화를 경험하고 출산 후 몸이 망가지고 태어나는 순간 내 삶이 사라질 거 같은 생각에 앞으로 경험하기가 무서웠다.


이미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같은 말을 했다.

‘하루라도 더 빨리 낳아’

이 말 안에 많은 의미가 들어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정말 진심인 조언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난 임신이 나에게 왔을 때 기뻐하지 못했다.

그래도 준비할 것은 필요했기에,

분만가능한 산부인과를 알아보고 보건소에서 임산부 벳지 받아오고, 카드 발급받고, 지원금 알아보고 회사에 언제 말하지 고민하고, 튼살크림 사고, 입덧은 아직이지만 체덧을 해서 매실 음료 사고...

기뻐하지 않았음에도 준비해야 할 것들을 검색해야 했고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려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임신 전엔 절대 몰랐던 몸의 변화로 임산부에 대한 배려를 바라게 됐고, 임산부 의자 앞에 가서 자리 양보를 받고 싶었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초기여서, 배가 안 나왔기에, 겉으로 멀쩡해 보이니 괜찮겠다 여긴 걸까? 매 순간 양보는 없었다. (물론 양보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를 반성했는데, 양보하길 꺼려하며 회피하는 눈을 보면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배가 안 나왔기에 안 힘들거라 생각했던 과거의 나..


임긴 초기, 말기가 제일 힘들다는 걸 난 경험하고서야 깨달았다. 특히나 초기 때 유산이 많이 되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것.. 컨디션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



내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심정과 몸의 변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매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2주를 보내고...


오랜만에 간 산부인과에서 본 초음파엔 아기집에 아기가 없었다.


왠지 그럴 거 같았다. 이상하게도..

그래서 그런지 조심스럽게 ‘유산’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고 돌려 말씀하시는 의사 선생님께 유산이냐고 물어봤다. 그렇게 유산판정이 됐다.



난 아기 심장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만약 심장소리를 들었다면, 마음이 지금보다 싱숭생숭했을 거 같다.


병원에 홀로(남편은 집에 있으라고 함) 아기집 배출을 기다리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이번에 임신했을 때 기뻐하지 못해서 태명을 기쁨이로 지었건만, 빨리 보내게 될 줄이야.

그래도 다음 임신이 된다면 제대로 된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 같다.



어린 마음일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경험한 임신 출산의 현실은 내 몸 홀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자연의 섭리가 야속하기도 했다.




8명 중 1명 꼴로 나온다는 유산.

내가 겪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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