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거 아니었어요? 임신한 줄 알았어요."
얼마 전, 내가 들은 이야기다.
"예? 설마요!"
겨울 내내 입고 다닌 롱패딩이 문제였을까? 혹, 겨울 내내 롱패딩 안에서 불어난 몸무게가 문제였을까.
살이 찌긴 쪘지. 아무렴, 그래도, 이런, 맙소사.
"하하;; 살찐 거예요."
며칠 뒤, 이 얘기를 내 친구 '현자(賢者)'에게 했다.
살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 내 친구 현자만큼 현명한 대답을 내놓는 사람을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물론 현자에게도 어엿한 이름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현자'라 부르겠다.)
"그래도 임신한 거 아니냐 물어본 거면, 너를 젊게 본 거네."
어?!! 그런가??
생각해 보니 40대 나이에 듣기 어려운 말이긴 하다. 나를 젊게 봐준 것이니, 내 뱃살을 들킨 일은 잊자.
언젠가, 어디에서 '그 덩치에 왜 그것밖에 못 먹냐'는 얘기를 듣고 왔다.
현자에게 털어놓자, 현자는 버럭 화를 냈다.
"왜?!! 네 덩치가 어때서?!!!"
그 한마디에 속상했던 마음이 봄볕에 눈 녹듯 녹아내렸다.
10여 년 전, 몸무게 경신을 했다며 현자 앞에서 호들갑을 떨었더랬다.
"내 인생 최고 몸무게야."
현자가 말했다.
"No, no~~~~. 과연 그게 최고일 것 같아?"
현자의 말처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최고의 몸무게를 경신, 경신의 경신 중이다.
올해도 새롭게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다 보니, 어! 봄이다. 봄이, 생각보다 빨리 와버렸다. 롱패딩을 벗은 지는 한 달이 지났다. 곧 나풀거리는 티셔츠 한 장만으로 외출할 날이 오겠지. 어쩌나, 내 뱃살들.
현자에게 고민상담을 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