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막내작가 Feb 29. 2024

내 친구, 현자


 "임신한 거 아니었어요? 임신한 줄 알았어요."

 얼마 전, 내가 들은 이야기다.


 "예? 설마요!"

 겨울 내내 입고 다닌 롱패딩이 문제였을까? 혹, 겨울 내내 롱패딩 안에서 불어난 몸무게가 문제였을까.

 살이 찌긴 쪘지. 아무렴, 그래도, 이런, 맙소사.

 "하하;; 살찐 거예요."


 며칠 뒤, 이 얘기를 내 친구 '현자(賢者)'에게 했다.


 살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 내 친구 현자만큼 현명한 대답을 내놓는 사람을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물론 현자에게도 어엿한 이름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현자'라 부르겠다.)


 현자의 입에서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임신한 거 아니냐 물어본 거면, 너를 젊게 본 거네."

 어?!! 그런가?? 

 생각해 보니 40대 나이에 듣기 어려운 말이긴 하다. 나를 젊게 봐준 것이니, 내 뱃살을 들킨 일은 잊자.

 

 현자는 때로 큰 위로를 주기도 한다.

 언젠가, 어디에서 '그 덩치에 왜 그것밖에 못 먹냐'는 얘기를 듣고 왔다.

 현자에게 털어놓자, 현자는 버럭 화를 냈다.

 "왜?!! 네 덩치가 어때서?!!!"

 그 한마디에 속상했던 마음이 봄볕에 눈 녹듯 녹아내렸다. 


 현자는 가끔 예언을 하기도 한다.

 10여 년 전, 몸무게 경신을 했다며 현자 앞에서 호들갑을 떨었더랬다.

 "내 인생 최고 몸무게야."

 현자가 말했다.

 "No, no~~~~. 과연 그게 최고일 것 같아?"

 현자의 말처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년 꾸준히 최고의 몸무게를 경신, 경신의 경신 중이다.


 올해도 새롭게 인생 최고의 몸무게를 찍다 보니, 어! 봄이다. 봄이, 생각보다 빨리 와버렸다. 롱패딩을 벗은 지는 한 달이 지났다. 곧 나풀거리는 티셔츠 한 장만으로 외출할 날이 오겠지. 어쩌나, 내 뱃살들.

 현자에게 고민상담을 받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어떠한 경우에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