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선행 일기
자귀나무 씨앗을 주워오는 길이었다.
콘크리트 포장된 길 위에서,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아주 천천히 기어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보지 못했더라면 밟았을지도 모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위험한 길을 달팽이는 한도 끝도 없이 느리며 기어가는 중이었다. 자귀나무 씨앗이 든 깍지를 달팽이 앞에 가져다 대니, 한참 후에서야 올라탔다.
올라탄 달팽이를 주변에 있는 풀숲에 내려놓았다.
풀잎에 내린 달팽이는 깜짝 놀란 듯 더듬이 두 개를 있는 힘껏 늘려 뻗었다.
"달팽아, 내가 살려준 거다. 고맙지?"
오랜만에 선행 일기 거리가 생겼다.
한동안 브런치에 만들어 놓은 <선행 일기> 매거진에 글을 안 올리자, 남편은 제목을 <어쩌다 선행 일기>라고 고쳐야 하는 게 아니냐 놀리던 참이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워 오늘 낮에 구해준 달팽이를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달팽이가 어디로 가려고 했던 걸까? 궁금해졌다.
'왜 다시 원점이야? 에휴;;; 내가 저 길까지 어떻게 갔는데.. 다시 돌아오다니...'
혹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한 행동이 달팽이 입장에서도 선행이었을까, 달팽이 마음이 궁금해졌다.
달팽이 마음대로 가게 내버려 두는 게 나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