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름 없이 이어질, 메오만의 방
자신에게 얼마간의 방황을 허락해본 적이 있는 자의 눈길은 그렇지 않은 자보다 제법 멀찍이까지 가닿는다.
가냘프나 우직하고, 흔들리지만 견고한 그 눈길을 길고 긴 방황을 딛고 일어선 자들끼리는 서로가 알아보는 법이다.
한때, 그러니까 혈기왕성해서 우주까지 제패할 용기로 무한대 에너지를 뽐내던 그 이십 대 말이다. 이십 대에는 방황을 허락하면 안 되었다. 방황이 내 삶을 비집고 들어올까 힘주어 그것을 막았고 억지로 머리부터 내밀며 내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는 방황을 '이놈! 네 여기가 어디라고! 열심히 사는 자의 공간은 함부로 넘보는 게 아니야. 어허!' 하며 쳐내느라 기운을 쏙 빼기 바빴다. 뭐가 그리 조급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러한 조급함조차도 이십 대의 특권이라 믿는다. 방황하지 않으려 애쓰다 결국 '방황'이라는 것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나를 내맡긴 이십 대 후반의 나를 떠올린다. 다시 생각하면 그때의 내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아름다웠던가.
이제는 쉽사리 방황하지 않아 쓴 기분마저 드는 삼십 대의 후반이다.
그리 방황을 할 여력과 주제가 없다고 할까. 이제 어느 정도 나를 잘 알고 세상에도 적당한 환멸을 느끼고 타협을 해본 경험 하에 평균의 삶을 살아내고 있으니까, 이 정도면 잘 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방황해서 아름다웠던 이십 대가 나의 근간이 되어주었음은 확실하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고, 방황을 해본 사람이 방황하는 이의 메마른 가슴 결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는 내 모든 글들을 모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내 모든 부분을 헤아리고 사랑하겠다는 의지와 같다.
모으고 갈무리하고 떠올리고 생각하는 행위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여기저기 흩어진 나의 행적들을 모아봐야겠다.
시절마다 존재했던 아름다움에 휘감기고
매 시절마다 힘써 살아냈던 나의 용기들을 잘 느낄 테다.
한 번에 다 소화하지 않고 파편화하여 부분 부분들을 조금씩 음미하듯 느낄 테다.
아프고 맴돌았던 시절을 버리지 않는 용기.
환희와 기쁨 속의 충만했던 기억을 되감아 재생하는 손길의 설렘.
나는 그것들을 <메오만의 방>이라 명명한 공간에 정리해볼 참이다.
덧. 절묘하게도 지금 듣고 있는 앨범 역시 좋아하는 가수 '시와'의 '머무름 없이 이어지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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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오만의 방>에는 주로
내게 주어진 여러 역할들을 떠나 '온전한 나'로 존재한 순간에 기록된 글들을
힘껏 모아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