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파라다이스 주인은 나를 모르겠지만,
자이살메르에서 호텔 파라다이스란 장소는 나에겐 좀 각별하다.
첫 자이살메르 역에 떨어져 자이살메르 성 안에 들어갔을 때의 경이로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요새 같은 성안은 작은 돌들이 촘촘하게 깔려있고,
미로 같은 아기자기한 작은 골목이 여기저기, 또 예쁜 기념품 가게들이 여기저기.
그 미로 같은 작은 골목 중 벽 쪽으로 붙어있는 작은 숙소가 호텔 파라다이스였다.
축축한 맥간과 지저분했던 델리와는 달리 입구부터 진한 분홍빛의 부겐베리아 나무가 작은 정원과 함께 반겨주고, 깨끗하고 뽀득뽀득 바싹 마른듯한 느낌의 타일 바닥에서 전해지는 기분 좋은 차가움, 그리고
자이살메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루프탑 레스토랑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19시간 30분의 때를 씻어내고, 세제 향이 나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배를 채우기 위해 길을 나섰다.
숙소 앞 2층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은 성 내 광장이 다 내려다보이는 곳이었는데, 내리쬐는 햇빛의 그늘 아래, 이국적인 화려한 라자스탄 수가 잔뜩 놓인 카펫이 성벽을 채우고, 짐수레를 끄는 당나귀가 지나다니는 모습 이 내가 정말 인도에 와 있구나 하는 현실감을 주면서도, 너무나 비현실적인 광경이어서 묘하게 현실인 듯, 꿈인 듯 몽롱한 기분을 주기에 충분했다.
몽롱함과 함께 배를 채우고, 우리는 숨바꼭질을 하는 어린아이들처럼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민트색 보석이 잔뜩 박힌 귀걸이를 파는 은공예 샵부터 낙타 가죽으로 만든 색색의 가방이 주렁주렁 달린 샵들을 지나 좁아지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벽에도 주렁주렁 각종 기념품들이 아우성치듯 진열되어 있었다.
해가 어스름하게 넘어가고 사막과 하늘의 경계가 사라져 갈 무렵,
자이살메르 성벽을 따라 이어지는 숙소의 루프탑에 오르면,
타닥타닥 나무 타는 냄새를 타고 오는 바람을 맞으며,
마을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간디촉 코너에서 역시나 계속 타이어 맛이 나는, 타이어를 녹여 담근 게 분명한 올드 몽크 한 병과 비율이 실패한 소맥 맛이 나는 킹피셔를 사들고 루프탑에 삼삼오오 모였다. 커다란 단상 위에 빛바랜 라자스탄 수가 놓인 쿠션 위에 거의 눕다시피 앉아서 오래오래 여행 수다를 떨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밤새 긴 이야기를 한 샤흐 라자드처럼
두 번째 자이살메르에 왔을 때 나는 일행들을 끌고,
다시 호텔 파라다이스로 향했다. 세월이 흘러 예전만큼의 단정하고 깔끔한 느낌은 많이 사라졌지만, 진홍색의 부겐베리아는 여전히 우리를 반겨주었다.
*자이살메르를 방문했다면, 성안에 숙소를 잡는 걸 추천한다.
아니면 성안에 있는 성벽 레스토랑에서 해가 지는 걸 보는 것도 좋다.
해가 지는 모습도 멋지지만, 해가 다 지고 성 곳곳에 불이 들어온 모습도 멋지다.
인스타그램 : @merci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