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The Fall>

by mercioon
코끼리.jpg



인도를 여행하기 전에 간접적으로 인도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더 폴>을 추천한다.

세계 각지의 유명한 명소가 영화에 등장하지만,

특히나 인도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



인도 출신의 유명한 감독 타셈 싱이 사비를 털어서 만든 영화인 만큼,

감독은 이 영화에 엄청난 욕심을 부린 것을 알 수 있다.

전작 < 더 셀 >에서도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나,

화려한 색감, 의상 등을 볼 수 있지만 더 폴에서는 한층 더 스케일이 커지고,

실험적인 면모가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자이뿌르1.jpg

<더 셀>은 뭔가 섬뜩한 장면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진 않지만,

연쇄살인마의 생각을 공간으로 표현해서인지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강해서 자극적인 느낌이 강한데,

<더 폴>은 보는 내내 아름다운 영상미와 색감으로 시선을 잡아내는 동시에 의례 감독 자신만의 특징인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작보다 공간의 스케일도 상당히 커진 것을 알 수 있는데,

<더 셀>이 첫 장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실내란 공간에서 촬영이 이뤄진데 반해,

< 더 폴>은 세계 각국의 촬영지를 각 장면으로 보여줄 때마다 배경이 된 촬영지 전체가 보일 수 있도록 멀리서 길게 잡아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더 셀>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더 폴>에 전부 쏟아부었다는 소문이 있다.)

이뿐 아니라 감독은 여러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요소들을 장면마다 집어넣었다.

딱 봐도 알 수 있는 유명한 작품들부터 어슴푸레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도 엿보여 초현실주의 느낌이 많이 나는 장면도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든다.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리 달리의 작품을 포스터로 재탄생시켰으며,

영화의 도입부에 로이가 스턴트 맨임을 알려주는 흑백 무성 영화에서는,

CG를 전혀 쓰지 않던 시대의 사진 작품들을 연상케 하면서 동시에 <더 폴>이란 영화 역시 CG를 전혀 쓰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다윈이 죽음을 맞이하는 죽음의 계단 장면이나, 인디언이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흡사 M.C에셔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오디어스가 물에 떠서 죽는 장면은 오필리어의 죽음을 연상시킨다.

이 영화에서 또 재밌는 요소는 병원 내에서 듣거나 보는 주인공들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이

상상 속의 이야기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배신한 여자 친구를 알렉산드리아가 좋아하는 에블린 간호사로 바꾼다던지

연인을 가로채간 남자가 오디어스란 악역으로 등장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 더 재미난 요소들은 병원 내 소소한 요소들이 상상 속에서는 멋지게 재탄생하는 것이다.

가령 여주인공인 알렉산드리아가 간호사 에블린한테 쓴 편지가 상상 속 알렉산더 대왕의 편지로 바뀐다던지,

또는 병원의 엑스레이 기사가 오디어스의 부하로 등장한다던지,

로이의 옆 병실에 누워있던 할아버지의 틀니가 상상 속에서는 미스틱의 틀니로 바뀌어 미스틱의 힘을 앗아간다는 등의 설정은 별거 아닌 요소들이 확대 재해석되어 상상 속의 배경이나 인물로 등장한다.

미스틱이 나무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우유니 사막, 밴디트가 에블린을 총으로 쏘는 장면이 나오는 타지마할 등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사되어 꼭 물속에 또 하나의 똑같으면서도 다른 존재가 있는 듯한 신비한 느낌을 주는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하나 같이 아름다운 촬영지와 잘 어울려서 마치 하나의 잘 짜인,

그러나 한 번에 쉽게 맞추기 힘든 큐브같은 느낌을 줘서 한 장면 한 장면을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만든다.



매거진의 이전글푸쉬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