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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도씨 Dec 07. 2020

한 경기를 하기 위해서 월, 화, 수, 목, 금

Scenes of  Whom : Season 2 Ep 8.

나의 빛을 기록하는 시간.

타인의 빛이 아닌 나의 빛을 찾아나갑니다.

바래지 않는 빛과 색을 찾아서.






Scenes of Whom : 누군가의 장면들


Season 2 Ep 8. 한 경기를 하기 위해서 월, 화, 수, 목, 금

: 김원일, 프로 축구선수 편




한 경기를 하기 위해서 월, 화, 수, 목, 금





김원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축구의 어떤 점을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는지. 



선수들이 경기의 승패나 경기력만 평가를 받기 쉽지만 이를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한 경기를 하기 위해서 월, 화, 수, 목, 금 동안 루틴에 맞추어 살거든요. 주말에 또래 친구들은 술을 한 잔 하기도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기도 하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휴식시간에도 경기를 위해서 휴식을 하고, 월요일에 운동을 하는 것도 경기를 위해 하는 거예요. 모든 일상이 그렇게 한 패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월요일에 회복훈련을 하고, 화, 수, 목, 금, 경기 전날 경기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고, 긴장하고….


이런 것을 알아달라기보다는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의 노력과 진심이 있다는 것도 팬 분들이나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일, 시간과 추억의 밸런스




아들이 보는 아빠 김원일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요?



나랑 잘 놀아주는 아빠.
 “아빠가 이런 사람이야.”보다는 아들이랑 마음이 참 잘 맞고, 많이 놀아주는 그런 아빠이고 싶어요. “어떤 사람”의 자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든지 추억이 좀 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일, 그리고 아들과 보내는 시간과 추억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서 친한 아빠가 되고 싶어요.




김원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선수로서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좀 슬프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어요. 선수는 일단 경기장에서 퍼포먼스를 잘 보여줘야 하는데 예전처럼 주 중에 경기가 있고, 주말에 경기가 또 있어도 지치지 않았을 때보다 확실히 나중엔 좀 힘이 들고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을 때 슬펐어요. 또 더 좀 그랬던 거는 아플 때. 근육 부상 등으로 은퇴를 하게 된 거니까요. 이걸 좀 더 끌고 갈 수도 있지만 저는 프로의 세계, 진짜 프로의 세계에서는 100%, 120% 실력을 발휘해도 좀 부족하다고 많이 느꼈거든요.


프로의 세계에서 10년을 한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120%를 해내지 못하면서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면 조금 제 자신에게 떳떳하지 않은 마음이 좀 커서…. 나이 들어서 그렇게 아픈 것 때문에 은퇴를 하는 것이 좀 슬프다고 해야 하나.


몸이 젊을 때보다 나이가 들면서 아프고 좀 처지고 그런 건 선수로서 좀 슬프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제가 여태까지 해왔던 것을 조금 어린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는 건 좀 괜찮은 것 같아요. 처음부터 저는 엘리트 선수로서 프로가 되어서 10년을 뛰었던 케이스는 아니기 때문에.    


한편으로 제가 나이 드는 것은 괜찮은데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이가 드니까 그게 조금 슬픈 것 같아요. 저는 나이가 좀 더 들고 싶거든요. 사진을 보고 그러면 부모님이나…. 제가 나이가 들면서 아들도 두 돌인데 아들이 커 가는 것, 애기가 이렇게 있지만 저의 부모님을 뵈면 흰머리 늘어가는 모습 보는 게 조금 그래요. 이제는 많이 나이가 드셨다. 실제로 제 아들에게 할아버지라고 불리고 계시고.


가뜩이나 저는 중학교부터 프로생활 끝나기까지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고, 은퇴하고 나서야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아, 이런저런 가족들의 고충이 있었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저는 괜찮은데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는 것을 보면 그게 슬프죠.




누군가가 저를 어떻게 대할까를 생각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이면 그냥 제가 초대하고 싶어요~




지금의 사회적 위치가 아니라면 사람들이 김원일 이란 사람을 어떻게 대할까요?

저녁식사에 초대되는 일이 자주 있을까요?



누가 저를 초대하기를 기다리기보다 제가 초대를 하는 스타일이에요. 부모님도 많이 베푸시는 성향이고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가진 것을 나누는 걸 좋아해서 누군가가 저를 어떻게 대할까를 생각하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이면 그냥 제가 초대하고 싶어요~
(훈훈. 이렇게 대답하신 분은 처음이에요!)





이제 또 새로운 일들이 시작되고 있으니까요.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평가들도 중요하지만 은퇴하고 보니 또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또 새로운 일들이 시작되고 있으니까요. 제가 지금 중요하게 느끼는 것은 이것을 버려야지 다른 것을 새로 할 수가 있는데 아직은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은퇴하고 사회에 나와보니 내가 해온 것들을 알아 달라고 하거나 잡고 있을수록 저는 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사회적응기간인데 하하




김원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그래도 스스로 자랑할 만한 것을 하나 뽑아본다면.



축구를 그만두고 해병대에 입대했을 때 관중으로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를 보러 종종 갔어요. 복학을 하고 제가 경기를 보던 포항 스틸러스 축구팀에 입단을 해서 뛰고, 7년 동안 그곳에서 선수생활을 한 것이 자랑할만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리고 그 7년 안에서 포항 구단이나 K-리그 역사에 남을만한 그런 것들…. 2013년 12월 1일 최종전에서 제가 득점을 해서 포항이 다섯 번째 우승을 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선수가 스스로 브랜딩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제 이름, 저의 브랜딩을 좀 더 할 수 있는 기회였죠.




김원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았던
그런 사람으로 마지막에 남고 싶어요.




나의 기념비가 세워진다면 어떤 문구가 새겨지게 될까요?



제가 가슴속에 품고 사는 말이 “절실함”과 “진정성”이어서 그런 것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래서 “절실함”, “진정성”, “자부심”, “긍지”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았던 그런 사람으로 마지막에 남고 싶어요. 그게 축구든 앞으로 저의 남은 인생에서 하는 일이든 상관없이요.




김원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어차피 처음의 계획대로 되지는 않으니까요.
수정해서 열심히 또 하고 나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맘처럼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제가 하려고 했던 일들이 계획대로는 잘 안되죠. 그렇게 일이 잘 안되었을 때, 실패했을 때, 자기가 바닥을 쳐도 어느 정도 빨리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저는 많이 강했던 것 같아요. 실패를 해도 빨리. 낙담하기보다는 방향을 빨리 수정을 잘해서 계획했던 대로 가려고 해요.


꼭 계획했던 대로의 완벽한 모습은 아니어도 그쪽으로 가려고 열심히 하고. 선수 생활하면서 실패를 했어도 좌절하기보다는 계획했던 방향으로 가려고 많이 노력을 했어요. 실패를 했을 때 아, 난 안되나 보다 좌절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수정을 해서 가요. 어차피 처음의 계획대로 되지는 않으니까요.


제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도 종교가 있다면 하나님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 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실패를 했을 때 더 큰 성공을 하기 위해 가는 과정을 수정해서 열심히 또 하고 나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원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나를 버티게 하는 힘.



운동장에서 힘들 때 결혼을 하기 전에는 못해보고 후회하지 말고, 한 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힘을 냈어요. 축구를 그만두기도 해 봤던 사람인데 뭐가 무섭겠나, 축구를 아예 못할 뻔했지만 이런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 것이니까요.

결혼을 하고 나서는 가족, 와이프와 아들을 생각하며 경기를 했고요.




축구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모두가 축구선수예요.
축구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삶을 또 살 수 있는 거거든요.




김원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아들이 축구를 한다고 하면 지지해 줄 것인지.



독일이나 축구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축구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모두가 축구선수예요. 전 국민이 축구선수인데 나는 프로, 혹은 아마추어 이렇게 나누어지는 것 같아요. 나는 축구를 하면서 다른 직업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거고요. 앞으로 한국 축구도 그렇게 될 것 같거든요. 모두가 축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유럽 같은 경우에는 어디를 가도 모두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축구를 하고, 모두가 축구 선수인 거죠. 학교에서 반대항으로 나가도 축구선수니까.    


꼭 프로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아니어도 11명이 함께 하는 축구는 팀워크뿐 아니라 인생을 배우는 데 있어 도움이 되니까 축구가 하고 싶은 아이들이 있다면 팀에 들어가서 선수를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축구선수가 될 확률은 높다고 할 수는 없죠. 하지만 축구 자체에서 배우는 것이 많기 때문에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어떻게든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을 거예요. FIFA에 들어가서 일할 수도 있고, 축구연맹에 들어가서 일을 할 수도 있고, 해설 위원이 될 수도 있고요. 손흥민 같은 선수가 될 수도 있지만 축구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삶을 또 살 수 있는 거거든요.




김원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2013 승리의 날. 김원일 선수의 운동화 Photo by Jongho Lee




그 시절의 저에게 말을 건다면 네가 너를 좀 인정하고,
그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임하라고 하고 싶어요.




어렸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기에 나가기 위해서 항상 최선을 다했지만 한편으로 제 자신을 조금 저평가했다고 생각해요. 완벽함을 추구했기 때문은 아니고 절실함과 초심 같은 저의 신념에 눌렸다고 해야 할까요? 오히려 한 번 그런 틀을 깨고 나왔어야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더 여유를 가지고요.


축구를 그만두고 군대를 가면서 한 번 끝을 냈죠. 그런데 다시 초심을 기억하고 매사 절실하게 임하는 저의 성향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깰 수 있었어요. 프로선수가 되어서 10년을 버텼어요. 200경기를 했고. 저는 여기서 한 단계 더 깨고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지금까지 이만큼 했어, 잘하는 선수야라고 좀 더 생각을 했어야 됐는데 나는 아직 부족해, 좀 더 노력을 해야 해 이런 생각들이 저를 더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억눌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창 활동하던 시기에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잘하기 때문에 경기에서 나가는 거야 같은 생각으로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을 했더라면 오히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커리어뿐 아니라 경기에서 플레이가 좋은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한 번을 깨고 나왔다고 표현을 했잖아요. 절실함, 겸손함 같은 마음으로 그게 가능했는데 오히려 그다음으로는 넘어가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 시절의 저에게 말을 건다면 네가 너를 좀 인정하고, 그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임하라고 하고 싶어요.


제가 돌아보면서 조금 아쉬운 점은 2013년도에 결승골을 넣고 우승을 하고 시상식에 갔는데 그때도 초심을 찾아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자만하면 안 된다 이런 생각들이 강했던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잘하고 대단한 일을 한 건데 그때 상을 받는 것도 주위, 동료들을 생각하다 보니까 떳떳하게 받으면 되는데 저의 옆에 있는 동료가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수상소감도 빨리하고 내려오고, 내가 이걸 받아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표현도 못하고 심지어 그 시상식에 부모님도 오셨거든요. 그럼 좀 사진도 같이 찍고, 그 상황을 좀 누렸어야 했지 않나 그런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런 게 많이 아쉬워요.







운도 노력에 따라간다고 생각해요.
월, 화, 수, 목, 금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운이 달라지는 거죠.




운과 실력의 비율



운도 노력에 따라간다고 생각해요. 월, 화, 수, 목, 금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운이 달라지는 거죠.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경기장에서 나오는 결과와 그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던 일과 노력이 모두 연결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심지어 운동화를 신을 때 오른쪽부터 넣는다든지, 정강이 보호대나 양말을 왼쪽부터 신는다든지 선수마다 가진 강박과 같은 징크스 같은 게 있잖아요. 그만큼 한 경기를 위해 선수들은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같아요.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준비했는지가 경기장에서 퍼포먼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운이 정말 중요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서 운도 따라주는 것 같아요.


대학교에서 축구 관두고 나올 때도 남 탓은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냥 내가 잘 못해서 나왔고. 나올 때 짐을 싸서 집을 갈 때에도 후회는 없었어요. 내가 후회 없이 했으니까. 지금 저는 '축구를 열심히 더 할 걸.' 같은 후회보다는 좀 더 마음의 강약 조절을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 너무 열심히만 해서 그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요.  




축구의 장점을 하나만 이야기해준다면?



저는 축구가 승부의 세계이기 때문에 좋은 것 같아요. 하하




김원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Behind Cut...




유쾌하고 솔직 담백한.

하지만 누구보다 하루하루를 진심으로 살아가는 김원일 선수의 이야기였습니다.




김원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김원일 선수. Photo by Jongho Lee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김원일 선수
그의 삶을 응원합니다.










Seoson 2 Ep 8. 한 경기를 하기 위해서 월, 화, 수, 목, 금

: 김원일, 프로 축구선수 편



내 안의 빛을 찾아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나의 색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의 여정을 걷든 그것은 변색이 아닌 또 다른 색의 챕터로 넘어간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사람들을 만나고 그 기록을 모아 이번 겨울은 그림과 함께 책으로 편집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와 말이 이 곳에 잠시 머무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 한 해의 끝에서

삼도씨


*위 프로젝트는 스포잇과 함께 진행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사진의 권리는 스포잇과 address one 스튜디오의 이종호 작가에게 있습니다.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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