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술이 도시를 해석하는 법: 앤트워프 M HKA

앤트워프 M HKA: 인프라의 지정학, 그리고 GANEFO

by 삼도씨
방문자용 스티커 (귀엽다)

지난 여름, 겐트에서 친구 전시를 보고 들른

앤트워프 현대미술관(M HKA).


그곳에서 《The Geopolitics of Infrastructure》라는 전시를 만났다. 도로, 항구, 데이터망 같은 도시의 인프라가 우리의 삶과 권력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루는 꽤 흥미로운 주제였다.












유럽 현대 미술관들이 어떤 주제에 주목하고, 작가들을 어떻게 큐레이션하는지 직접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전시장 중간에 한국 작가인 전소정 작가의 작품이 있어 반가웠는데,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건 'GANEFO'라는 올림픽을 소재로 한 설치 작품이었다.


IMG_9270.HEIC Mirwan Andan과 Iswanto Hartono의 설치 작품 "ALHAMDULILLAH, OUR NAME IS GANEFO" (2025)


1960년대 신흥 세력들의 올림픽이었던 가네포(GANEFO). 2025년 벨기에 한복판에서 이 생소한 기록을 마주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Mirwan Andan과 Iswanto Hartono의 작품은 비디오와 깃발을 통해 스포츠라는 인프라가 어떻게 정치적 메시지가 되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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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262.HEIC Mirwan Andan과 Iswanto Hartono의 설치 작품 "ALHAMDULILLAH, OUR NAME IS GANEFO"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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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올림픽이라고 하면 평화롭고 아름다운 축제, 혹은 그리스 로마 문화의 산물 같은 상징적인 역사 이벤트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어떤 국가들이 소외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따로 '올림픽'이라는 틀을 구축했다는 사실이 정말 흥미로웠다.


스포츠조차 누군가에게는 배제의 벽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저항의 인프라가 된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고, 현대 미술이 나라마다 어떤 주제를 선점하고 큐레이션하는지 보는 재미가 바로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가네포(GANEFO) 올림픽은 당시 냉전 체제와 기존 올림픽 질서에 반발했던 신흥 국가 51개국이 결집한 대규모 이벤트였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를 아우르는 이 연대는 단순히 구색만 맞춘 수준이 아니었다.
실제로 중국, 소련, 인도네시아, 북한 등이 메달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꽤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한다. 주류 올림픽에서 소외되었던 이들이 스스로를 '신흥 세력(New Emerging Forces)'이라 규정하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를 향해 존재감을 드러낸 현장이었던 셈이다.


스크린샷 2026-02-04 오후 3.01.39.png Argentine-Indonesian Athletic Song - "Viva G.A.N.E.F.O." (with English Subtitles)


전시장에 울려퍼지는 가네포 노래가 좀 재미있는데 이 링크를 통해 들어볼 수 있다.

"가네포~ 가네포~" 아이들이 부르는 가사와 노래의 명랑한 멜로디가 묘하게 귀에 감겨 자꾸 듣게 되는데, 당시 이들이 올림픽이라는 형식을 빌려 얼마나 진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꿈꿨는지 그 시대적 자신감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네포 외에도 ‘인프라’라는 주제를 각기 다른 각도에서 풀어낸 작업들이 많은데, 애니메이션부터 설치 작품, 인쇄물,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지정학적 담론들이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거쳐 흥미로운 감각적 경험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지루할 틈 없이 배치한 동선과 전반적으로 위트가 느껴지는 큐레이션 덕분에 전시를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IMG_9258.HEIC Installation view of KÖKEN ERGUN and FETRA DANU’s Nepali Power, 2022, three paintings on canvas s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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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Katambayi Muk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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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KÖKEN ERGUN and FETRA DANU’s China, Beijing, I Love You!, 2023, single-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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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ung Jun
IMG_9241.HEIC Pejvak, ‘Shokouk: A Cosmicomedy in Four Acts’, 2023

위 영상을 볼 수 있는 주소:

https://artreview.com/art-lovers-movie-club-pejvak-shokouk-a-cosmicomedy-in-four-acts-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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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Katambayi Mukendi

패턴 작업이 아름다워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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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토어, 굿즈들 <3


전시장 곳곳에 흩어져 있던 다른 작업들과 북스토어의 재밌는 물건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본다. 인프라라는 거창한 이름 뒤에 숨겨진 개인의 삶과 도시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앤트워프 M HKA에서의 경험을 시작으로, 유럽 여정에서 만난 개성 넘치는 뮤지엄들의 기록을 차례로 정리해 보려 한다. 나라마다, 도시마다 특히 현대 미술을 큐레이션하고 관객에게 건네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건 나에게 꽤 흥미로운 연구? 및 관찰 과정이다.


'송이'라는 이름 덕분에 팀원들이 지어준 Mushroom이라는 별명처럼, 앞으로도 길 위에서 툭툭 튀어 오르는 예기치 못한 시선들을 부지런히 발견해 보려고 한다.


*전시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참여 작가에 대한 더 상세한 정보는 M HKA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