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학이 도시를 읽는 법: 오사카 예술대학 견학기

현대미술이라는 렌즈로 투영한 가상의 예술 공동체, 그리고 졸전의 풍경

by 삼도씨

오사카 예술대학 졸업전시 방문


명지대학교 건축과 학생들의 현장 답사에 운 좋게 조인하게 된 이번 일정. 본래의 목적은 건축물을 보고 즐기는 것이었지만, 나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예술대학 건물로 향했다. 한 도시의 예술대학이 어떤 테마로 운영되는지, 그리고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민감한 존재인 예술대 학생들이 무엇을 포착하고 어떤 방식으로 그들만의 '가상의 공동체'를 구성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IMG_4223.HEIC 오사카 예술대학, 시각예술 전시관으로


Fine Arts & Craft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전공생들의 작품이 빼곡하게 들어선 대형 강당이었다. 꽤 큰 규모였음에도 설치 방식이 효율적이어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작업에 주목하기 좋았다. 시대를 포착하고 가상의 공동체를 구성하려는 예비 예술가들의 치열한 시선이 강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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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몰입, 오르간이 있는 전시홀에서


강당을 나와 또 다른 전시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공간으로, 강당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높은 벽면을 타고 내려오는 다채로운 패브릭 작업들과 오르간의 조화는, 이 공간이 단순한 홀이 아닌 관객들의 예술적 몰입을 유도하는 특별한 장소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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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이 있는 거대한 홀


비정형의 존재들, 기묘한 도예 작업


일그러진 비정형의 도예 시리즈도 잊히지 않는다. 기능은 상실했지만 존재감은 뚜렷한 그 작업들은, 사람도 동물도 아닌 괴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형화된 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생명력을 뿜어내는 그 기묘한 형태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또 다른 이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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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모르게 몹시 끌린 도예 작업들


명확한 답이 없이 질문들을 던지는 학생들의 작업을 보며, 도시와 사람이 품고 있는 동시대의 이야기를 읽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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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설치된 건축 모형. 후에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설계할 시 도움이 될 것 같아 촬영해 두었다.


우수 졸업 작품: 웅크린 천사와 몽환의 숲


이번 견학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우수 졸업 작품전이었다. 학생들의 치열한 고민이 닿은 지점들을 발견할 때마다 현대미술이 한 도시의 현상황을 파악하는 가장 정교한 도구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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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의도는 내 안의 천사를 발견하는 것.

쭈그려 앉은 사람이 수많은 손에 뒤덮여 있는 조소 작품은 마치 웅크린 천사 같았다. 타인의 시선일까, 혹은 보이지 않는 보호일까. 그 기묘한 양가성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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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를 가득 채운 녹색 페인팅은 경계가 모호하고 몽환적이었다. 우리가 발 디딘 현실이 실은 얼마나 부유하는 가상의 것인지 묻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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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누군가를 추모하는 사진 책자와 전시는 가장 개인적인 기억이 어떻게 공적인 예술의 영역으로 치환되는지 담담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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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전통문화와 현대적 해석이 가미된 너무나도 귀여운 작업


IMG_4176.HEIC 정감가는 코끼리


IMG_4218.HEIC 꽤 커보이지만 대학생처럼 내달리면 학교 입구에서 끝에 위치한 전시장까지 5분이면 된다.(아마)


예술가의 일상으로 스며들기: 학식과 대나무 펜


전시의 여운을 뒤로하고 학교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카페테리아를 지나, 조금 더 투박한 학생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예비 예술가들 틈에 섞여 저렴하고 든든한 학식 한 끼를 먹고 나니 비로소 이 캠퍼스의 일원이 된 기분이 들었다.


IMG_4235.heic 여긴... 아름다운 카페테리아


IMG_4243.HEIC 학식 우동 이천원(이 안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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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공예 작업과 처음 보는 대나무 펜 (구매)


돌아오는 길에는 교내 작은 화방에 들러 대나무 펜 하나를 샀다. 오늘 본 학생들의 치열한 붓질과 고민이 이 펜 끝에 조금이라도 묻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IMG_4217.HEIC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뭔가 미감이 느껴진다. 왠지모를 비장함도.


건축물을 보러 갔다가 결국 사람들의 생각과 시대의 흔적을 더 깊이 보고 돌아온, 꽤 묵직하고도 다정한 견학.

평소에 일반인 방문이 어려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명지대 건축과 학부생 친구들, 그리고 친구이자 존경하는 분인 이경재 교수님 덕에 오사카에서 예술대학을 직접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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