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이라는 렌즈로 투영한 가상의 예술 공동체, 그리고 졸전의 풍경
명지대학교 건축과 학생들의 현장 답사에 운 좋게 조인하게 된 이번 일정. 본래의 목적은 건축물을 보고 즐기는 것이었지만, 나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예술대학 건물로 향했다. 한 도시의 예술대학이 어떤 테마로 운영되는지, 그리고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민감한 존재인 예술대 학생들이 무엇을 포착하고 어떤 방식으로 그들만의 '가상의 공동체'를 구성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전공생들의 작품이 빼곡하게 들어선 대형 강당이었다. 꽤 큰 규모였음에도 설치 방식이 효율적이어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작업에 주목하기 좋았다. 시대를 포착하고 가상의 공동체를 구성하려는 예비 예술가들의 치열한 시선이 강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강당을 나와 또 다른 전시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공간으로, 강당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높은 벽면을 타고 내려오는 다채로운 패브릭 작업들과 오르간의 조화는, 이 공간이 단순한 홀이 아닌 관객들의 예술적 몰입을 유도하는 특별한 장소임을 보여준다.
일그러진 비정형의 도예 시리즈도 잊히지 않는다. 기능은 상실했지만 존재감은 뚜렷한 그 작업들은, 사람도 동물도 아닌 괴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형화된 틀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생명력을 뿜어내는 그 기묘한 형태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또 다른 이면처럼 느껴졌다.
명확한 답이 없이 질문들을 던지는 학생들의 작업을 보며, 도시와 사람이 품고 있는 동시대의 이야기를 읽어보게 된다.
이번 견학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우수 졸업 작품전이었다. 학생들의 치열한 고민이 닿은 지점들을 발견할 때마다 현대미술이 한 도시의 현상황을 파악하는 가장 정교한 도구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쭈그려 앉은 사람이 수많은 손에 뒤덮여 있는 조소 작품은 마치 웅크린 천사 같았다. 타인의 시선일까, 혹은 보이지 않는 보호일까. 그 기묘한 양가성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캔버스를 가득 채운 녹색 페인팅은 경계가 모호하고 몽환적이었다. 우리가 발 디딘 현실이 실은 얼마나 부유하는 가상의 것인지 묻는 듯하다.
돌아가신 누군가를 추모하는 사진 책자와 전시는 가장 개인적인 기억이 어떻게 공적인 예술의 영역으로 치환되는지 담담히 보여주었다.
전시의 여운을 뒤로하고 학교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카페테리아를 지나, 조금 더 투박한 학생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예비 예술가들 틈에 섞여 저렴하고 든든한 학식 한 끼를 먹고 나니 비로소 이 캠퍼스의 일원이 된 기분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교내 작은 화방에 들러 대나무 펜 하나를 샀다. 오늘 본 학생들의 치열한 붓질과 고민이 이 펜 끝에 조금이라도 묻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건축물을 보러 갔다가 결국 사람들의 생각과 시대의 흔적을 더 깊이 보고 돌아온, 꽤 묵직하고도 다정한 견학.
평소에 일반인 방문이 어려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명지대 건축과 학부생 친구들, 그리고 친구이자 존경하는 분인 이경재 교수님 덕에 오사카에서 예술대학을 직접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