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일지 모르겠으나) 완성 했다. 우르드바 파드마 시르사사나를. 혼자 힘으로
선생님께서 어떠한 팁도 힌트도 주지 않으셨다.
선생님께서 두 달 전 머리서기를 하고 있는 내게 다가 오셔서
"거기서 파드마를 짜봐요"
머리서기로 서서 찌그러진 목소리로
"네?"
시키면 요가는 일단 해본다. 거부감이 별로 없으므로,
다리를 내려 보았다. 아주 천천히 조심히.
무릎을 접어 보았다.
오른쪽 와이라인으로 왼 다리를 접어서 깊숙히 당기려고 했으나
앉아서 할 때처럼 다리가 거기까지 도달해 주지 않았다.
오른발 허벅지 중간에 왼발을 걸쳐 놓고 오른발 전체를 계속 편 채로 허공에 두는 게 내 최선이였다.
몇 번 그렇게 하다가 왼쪽 발목 통증이 며칠 씩 가는 바람에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은 내 생각이 좀 달랐다. 내 접근법이 달랐다.
머리서기를 한 후, 파드마를 짜봐야지 결정하고선 내 자신과 대화했다.
김훈 선생님 말씀 생각나?
"변하는 것보다 변할 수 없는 것들이 인간에게는 더 소중하다"고 하셨잖아.
"변하지 않는 모든 것들 위에서 변화를 추구할 때,
우리는 포스코의 용광로 같은 거대한 문명의 자궁을 건설할 수 있다."
_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다리는 변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 변하는 것을 위해 변할 수 없는 것을 지켜야 돼.
그게 뭐야? 상체지. 상체가 안정적으로 받쳐줘야겠지. 다리가 불안하지 않도록
게이보린 선생님께 잘 배운 덕분에 찾은 느낌 그거 우선 해보자.
꼬리뼈 말고 배를 살짝 말아쥔다는 느낌 찾아보자. 찾았다. 허리, 고관절이 견고해진 느낌 왔다.
어깨는 어때? 어깨로 다릴 들고 있는 느낌 없다.
자, 이제 다리를 내려보자. 천천히. 역시, 허벅지 중간까지 밖에 안 오네.
다시. 상체가 잘 받쳐주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역시 조금 풀렸다. 다시 그 느낌 찾아서 잡아주자.
다리를 조금 더 땡겨보자. 상체가 견고하니 좀 무리해서 내려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을꺼야.
어~진짜 그렇네. 다리가 와이라인 깊숙히는 아니여도 그 근처까지 왔네.
자, 그럼 이제 나머지 왼다리를 내려보자. 오른 무릎에 걸리는군. 안 되겠다. 상체 다시 확인.
역시 힘이 빠져있군. 힘을 다시 똑바로 주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지만 상체가 단단히 받쳐 줄테니
힘으로 왼발 허벅지와 종아리를 접고 있는 오른 다리 위에다 구겨 올려 놓자.
오~된다. 됐어. 상체 힘이 풀려 있네. 다시 틀어잡고. 버텨보자.
그렇게 한 2분 정도 더 있다가 내려왔다. 지금 현재 왼쪽 발목 통증도 없다. 메리다씨. 장하다. 기특해
다음 주에 다시하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나의 첫 우르드바 파드마 시르사사나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글로 써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