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묻는다.
가을이 시작된 듯한 여름 마지막 날,
메리다야, 넌 강한 사람이니?
강한 사람은 약점도 부족한 점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 점을 알아도
묵묵히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계속 걸아나가는 사람
_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 글배우
이래.
이 문장을 읽고 두 사람이 나에게 한 말이 생각났다.
하나,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윗 상사가 있다.
안 지는 13년이나 됐고, 17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고,
상사와 부하직원으로 만나서 5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일할 때 나는 내가 옳다고 판단되면 나이 위아래 까먹고 듣기 불편한 단어들만 골라서 직언하고,
그분은 나의 직언에 인격모독이 섞인 자기 방어를 위한 직언을 쏟아내시고,
결국 '그럴꺼면 나가'하고 퇴사 명령을 내리신다.
난 물론 안 나간다. 대답한다.
"이 나이에 나가라고 하시면 어떡해요? 어디 가서 취직도 못해요. 결혼 못한 히스테릭한 늙은 여자거든요.
지금 나가면요. 제가 한국사회에서."
결국 내 판단이 맞는 일이 되면 바로 사과하신다.
그에 반해 난 내 판단이 틀리게 돼도 사과는커녕 모른 체한다. 아주 부끄러워서.
함께 산책하다 이런저런 얘길 주고받다가 그러셨다.
내가 먼저 이렇게 얘기한 것 같다. "박사님도 저 싫으시잖아요."
대답하셨다.
내가? 너를? 싫어하면 5년씩이나 데리고 있겠냐?
나 너 인간적으로 좋아해.
네가 일 능력만 쪼금만 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은 많다.
그게 아쉽다. 안타깝고, 그래서 못하면 더 화내게 되고"
둘,
연구원에 동갑내기 동료가 한 명 있다. 운동을 좋아하고 아주 잘하는
피티를 수 년째 하고 있고 케틀벨도 스내치 스쿼트까지 다 할 줄 아는 지인이다.
주말마다 케틀벨 운동을 배우고 와서는 월요일 퇴근길에 그 친굴 만나면 이렇게 하소연했다.
" "
관장님께서 못한다고 너무 구박한다. 집중 안 한다고도 구박하신다.
좀 못해도 되질 않느냐? 사람마다 배우는 속도는 다르지 않느냐?
나는 쇠질 운동은 난생처음이다. 이 운동 자체가 너무 낯설다. 그래서 집중이 잘 안 된다.
시꺼먼 체육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어색함은 숨이 턱턱 막힌다.
"메리다 씨, 관두면 되잖아요? 왜 계속해요? 운동은 재미있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전요 누가 저한테 운동이든 뭐든 못한다고 구박하면 안 배워요. 그 선생한테
내 돈 주고 내가 왜 구박받아야 하죠? 못하니깐 배우는 거잖아요?
제가 왜 피티 계속 받는 줄 알아요?
운동신경이 좀 있고, 뭐든 시키면 운동은 사실 빨리 습득하긴 해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잘한다고 제가 봤을 때 그렇게 잘하는 게 아닌데 계속 칭찬해주세요.
그러니 재미도 붙고, 더 잘하고 싶고, 계속 배우고 싶고 그렇게 되더군요.
그런데 메리다 씨는 벌써 몇 개월째 구박만 받는데도 계속 다니더군요.
못하는 걸 구박받으면서도 그 구박이 제가 생각했을 때 타당하진 않아요.
계속하는 메리다 씨의 모습도 전 이해가 되질 않지만 대단해요.
전 못 그래요.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강한 사람? 아니.
못하는 걸 알면서도 계속 하는 미련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