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어머니가 다녀가셨다.
역시나 내 손가락에 대한 지적부터 내 옷차림의 지적으로 끝이났다.
손가락 안 부러졌으면 그지 같은 내 꼴만으로 필리버스터를 하실 분이다.
교복 이후로 16년 간 들은 내용을 정리하자면,
그리고 우리가 헤어질 때까지 내가 들어야 하는 잔소리는
" "
사람들이 너가 그 꼬라지 하고 다니니깐 무시한다.
(이 말씀에 어느 정도 동의, 하지만 무시 안 당하려고 옷을 차려 입고 다니기에 내 인생은 버겁다.)
너 니 친구들한테 고마워해야해. 나 같으면 너 같이 그지꼴 하고 다니는 친구 안 데리고 다닌다. 창피해서
(쫌 움찔했다. 그래서 집에서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때는 엄마 옷 중에서 제일 큰 걸 입고 나간다. 친구들이 대번 아는게 문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는 우리 엄마가 좋다.
마음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지구에서 나를..,몇 안 되는 사람...
관심 없는 걱정,의무감 같은 안부 인사와 밥 약속으로 가득찬 세상 속에서
들려오는 따뜻한 백마디, 천마디, 만마디의 말...
세상에서 예쁘고 마른 여자들 중에서 내가 질투 대신 걱정하는 유일한 사람, 우리 엄마
지구에서 안 잘 생기고 포동포동한 살집이 있는 남자 중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우리 아빠
앞으로 힘껏 사랑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