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잠깐 고개를 들어 거울로 얼굴을 본 뒤
'오늘도 못 생겼구나.'
확인하고 지나치려는데
머리 중간 가르마에 얼마 자라지 않아 짧고 곧게 뻗은
하얀 새치 머리카락이
내 시선을 확 잡아 끌었다.
그 다음은 누구나 그러 듯
쿨할 수 없다.
...
...
뽑아야 한다.
손가락 끝 손톱에 온 힘을 주고 초집중을 해 보지만,
손톱이 짧아 짧은 직모의 새치만 잡히지 않는다.
간혹가다가 잡혀서 힘주면 뽑히지는 않고,
힘없이 구부러지기만 한다.
그렇다고 이 세 머리카락 뽑겠다고 검은 머리 수 십개를 희생시킬 수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 나에 대해 발견한 것 두 가지
하나, 나는 불효녀다.
나이 들면 부쩍 늘어나는 새치 때문에 어머니께
어머니의 새치를 보며 말했다.
" "
엄마 나도 엄마 닮아서 새치가 많나봐. 닮았으면 하는 예쁜 엄마 얼굴은 하나도 안 닮고 엄마의 단점만 닮았어. 왜 이리 나으셨나요? 이 여사님
"너 뭔소리니? 나랑 너네 아버지 오십 넘어서 나기 시작해서 요즘 쫌 많은건데."
두울, 나는 결혼해도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배우자와 행복하게 안 살거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 색으로 변하면, 다 뽑아 버릴테다.
검은 머리가 더 검어질 때까지 배우자와 행복하게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