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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0. 2017
육아 불평등 사회
육아휴직을 내는 워킹맘의 고민
저는 12년차 기자이자 두 딸의 엄마입니다.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전업주부로 전향했다가 10개월 만에 이직에 성공했고 이후 1년8개월이 지난 지금 둘째아이의 출산과 육아를 위해 다시 휴직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선택이 있었습니다. 저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려고 글을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지난주 회사에 휴가신청서를 냈다. 3개월의 출산휴가와 3개월의 육아휴직이다.
법정 휴가기간보다 짧고 남들에겐 쉬워 보이는 출산·육아휴가인데도 새삼 꿈같았다.
나는 10년 넘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마음놓고 육아휴직을 낼 수 있는 회사에 다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10년의 커리어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임신·출산과 함께 회사를 떠났던 선후배 동료들을 떠올리면서.
한때는 기자라는 직업이 지긋지긋할 때도 있었지만 영영 작별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슬퍼서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바뀐 일상.그런 내게 한번도 아닌 두번의 임신이 찾아왔다. 다행히 새직장에서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출산·육아휴가를 낼 수 있게 됐다.
"저…. 둘째아이를 갖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계획에 없던 임신이긴 했지만 나도 모르게 "죄송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상사와 동료들 중에는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도 있었고 "반가운 소식은 아니네"라는 말도 들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다짐했는데도 스스로 위축되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때마침 회사가 연중 가장 바쁜 시기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닌지 눈치가 보였다.
근로기준법은 누구에게나 출산·육아휴가를 보장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도 아니다. 차별이나 편견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유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 인터뷰한 대기업건설사의 과장은 아내의 반복된 유산과 아이의 정서불안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하면서 사내 첫 '아빠 육아휴직자'가 됐다. 그런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상사나 동료들의 편견이 아닌 경제적 문제였다고 한다.
현행법상 육아휴직 급여의 상한선은 한달 75만원으로 자녀 있는 가정이 경제생활을 유지하기엔 부족한 금액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이자 등을 갚아야 하는 대부분의 평범한 도시근로자 같은 경우 더욱 그렇다.
또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육아휴직에 대한 차별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또 다른 취재원은 육아 복지가 최고 수준인 공무원인데도 육아휴직을 냈다가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했다.
인사 담당자는 업무순환을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육아휴직자 입장에서 보면 차로 두시간 거리를 출근해야 하는 근무처에 발령받아 불이익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공무원도 그렇다고 하니 이 땅의 많은 예비엄마가 출산휴가 3개월을 내면서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설령 육아휴직 1년을 온전히 쉴 수 있는 회사라도 축복받으며 떠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마저도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지만 말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프린랜서에게는 육아휴직 자체가 다른 세상의 일이다.
아이 한명도 키우기 힘든 세상에 둘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