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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mpo Primo Apr 20. 2021

21.04.20


나 스스로를 가장 잘 지키는 방법은 타인에게 정서적 의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자아의 벽이 얇고 약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도 있듯, 

늘 사회적 맥락 안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영향을 덜 받을 수는 있다.


그래서 나는 비연애/비결혼을 결심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연애/비결혼을 결심한 이유에는 구시대적 제도 탈피라는 더 큰 목적이 있고,

그 외의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나의 개인적 성향인 거지만.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24시간 타인과 접촉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시간을 되도록이면 줄이기 위해 저녁 시간에는 폰을 방 어딘가에 내팽겨쳐두고 내 개인 시간을 가졌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당신은 당신, 나는 나의 선을 늘 그었다.

그와 나의 관계에서 어떤 기대도 하지 않으며,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의 정서적 지지는 늘 하려고 했다.


물론, 벽을 허물고 들어와서 결국 내 바운더리 안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기는 했다.

그 사람들은 내 자존심이 뭉개지더라도 의지할 수 있는 이들이고, 

그 사람들도 나한테 의지할 수 있도록 두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다.


장황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정말 소수의 사람들과만 내밀한 상호작용을 했다는 말이다.

몇 년이나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정도로 꽤 오래 이렇게 살았다.



그러다가 이렇게 사는 게 괜찮을까 의문이 들고, 그동안 쌓아두었던 벽이 무너지니

또 과거에 수없이 품었던 기대와 실망같은 것이 마음에 움튼다.

보통 기대와 실망은 상호라기보다는 기대하는 쪽의 일방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드러낼 수도, 드러낼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 짓을 안 하려고 몇 년을 마음을 다스리면서 살았는데 이렇게 쉽게 무방비가 되다니.


그걸 깨닿고 나니 내 스스로가 또 너무 나약하고 바보같다.


이 반복되는 자아 혐오감은 대체 언제쯤 사라질까?

요즘은 정신과 상담이 아주 흔한 일이고, 병원에 가면 예약을 쉽게 할 수 없을 정도라는데

나도 상담을 받아볼까 싶기도 하고...


왜 남들은 쉽게 하는 것들이 나한테는 어려워서

이렇게 끙끙대고 혼자 난리법석을 떠는지 모르겠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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