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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삼공일VG Nov 11. 2022

출근길 아침 루틴

조금씩 쌓아가는 영감의 시간

올해 6월, 운전을 시작했다. 교통체증을 피해 일찍 집을 나서게 되었고 그토록 하기 어렵던 미라클 모닝이 자연스레 실현되었다. 그렇게 운전이라는 사소한 계기가 아침 루틴을 선물해 주었다.


1. 출근길 영감(inspiration)의 시간
출근 길 날씨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하늘 @marry.bong

면허를 딴지는 십여 년이 지났지만 ‘차의 속도가 내 생각의 속도보다 빨라서 무서워’라는 생각은 여전히 내 뇌구조를 지배하고 있었다. 운전연수를 미뤄만 오다가 마침 집에 오래 안 쓰던 차가 보여 연수라도 받아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연수를 하고 나니, 그럼 출근을 운전해서 가볼까 싶었고 그렇게 끊은 회사 월주차 결제는 매일 차로 출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아까운 주차비)


흔히들 말한다. 운전을 하면 기동력이 생겨서 좋다고. 기동력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주었다. 어디든 언제든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옆차, 뒤차, 앞차의 상황을 미어캣처럼 살피다 보니  일상에서도 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하는 능력치가 높아졌다.

 

2. 운전석 옆 작은 수첩
운전적 옆 작은 수첩과 펜은 필수 @marry.bong

출근길 30~40분은 워킹패런츠인 내게 고요하게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되었다. 갑자기 직관이 떠올라 풀리지 않던 일의 실마리를 찾기도 하고, 잊고 있던 친구의 마음이 생각나기도 하고, 미래의 일에 대한 아이디어가 퐁 하고 솟기도 한다.


그래서 운전석 콘솔박스에는 작은 수첩과 펜을 둔다. 처음엔 생각나는 것을 녹음해보기도 하고, 핸드폰에 적어보기도 했는데 순간 필기에는 역시 손에 쏙 들어오는 기자수첩이 딱이었다. 떠오르는 생각을 놓치고 싶지 않아 적게 된 수첩은 영감의 곳간 같아 든든하다.


3. 출근 후 향기와 함께 멈추는 시간
드립백과 작은 벨크리머 하나로 향기로운 아침을 시작 @marry.bong

이른 시간 도착한 사무실은 평화롭다. 업무 시작 전에는 항상 커피를 마시곤 하는데 문득 커피숍의 만만치 않은 비용도, 커피를 기다리는 3-4분의 시간도 아까워졌다. 예전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할 때, 프로젝트 매니저 이사님이 방 한켠에 커피원두와 주전자, 드립퍼, 서버 등을 놓고 핸드드립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두셨다. 그 프로젝트는 방을 오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누구든 언제든 직접 커피를 내려 음미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커피를 내리는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원두에 뜸을 들이며 물줄기를 잔잔히 돌리고 있으면 급하게 동동거리던 마음을 잠시 멈출 수 있었다. 커피향이 가득 퍼지면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몸이 기억하는 향기에 마음을 릴렉스할 수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남아서였을까. 사무실에 도착하면 드립백 커피를 챙겨 탕비실로 간다. 대단한 용품은 없지만, 드립백, 벨크리머(샷잔), 머그컵 세가지면 핸드드립 기분은 충분히 낼 수 있다. 드립백은 용량이 작아 150ml 정도의 물이 적당한데 양은 감질나지만, 그만큼 간편하게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드립백을 톡 뜯을 때부터 퍼지는 커피향에 부유하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아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다.


4. 업무시작 전 타인의 생각을 얻는 시간
2018 영국에서 열린 Unleash HR 컨퍼런스 @marry.bong

업무 시작 전에는 메일함을 열어본다. 메일함에는 온갖 스팸메일과 함께, 구독신청해둔 뉴스레터들이 잔뜩 들어와 있다. 습관처럼 SNS도 확인하는데 오늘도 똑똑한 알고리즘은 내 업(業)인 HR 관련 세미나 광고를 노출해주어 주제라도 훑어보면 요즘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습관이 생긴 건 2018년이었던 것 같다. 영국에서 열린 HR 컨퍼런스였는데 Unleash라는 컨퍼런스 타이틀처럼 변화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을 강력하게 촉발시키는 계기였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화하고 있는데 나는 회사 일을 통해서 얼마나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지, 새로운 판이 벌어지기 전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컨퍼런스에서 알게 된 다양한 HR 플랫폼 회사들의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코로나19로 많아진 웨비나를 활용하는 것으로 인사이트 서칭을 시작했다.


5. 콩 한쪽도 나누고 싶은 엔프제 본능
운영하는 카카오톡 채널 HR Webinar 카카오톡채널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함께 가지고 있어야 수월하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함께 하는 힘이 생겨 많은 일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갑자기 뚝딱 카카오톡 채널을 하나 만들었다.

카카오톡채널 - HR Webinar (kakao.com)


괜찮다 싶은 웨비나를 공유하기 위해 취미로 시작했지만, 조금씩 늘어나는 구독자 수를 보면 조금 흐뭇하다. 웨비나는 또 한시성이 있어 사전에 공유하지 않으면 정보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작성자로서 쪼는 맛이 있어 꾸준히 정보를 탐색하는 동인이 되었다.  

 

그저 사소한 계기들이었다. 작은 계기들이 모여 매일 아침 영감을 찾기 위한 나의 루틴이 생겼고, 앞으로 1년뒤, 3년뒤, 5년뒤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금씩 하루하루 쌓아가 본다.


* 이 글은 뉴스레터 [출근전 읽기쓰기]에 소개되었습니다.

https://workami2020.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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