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rrychloemas Jul 01. 2019

#7. 운영이 잘 되는 숙소에는 '그것'이 있다.

운영이 잘 되는 숙소에는 '매뉴얼'이 있다.

숙소를 오픈하면 가장 막막한 것은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이다. 숙소를 오픈하기 전까지 인테리어 공사와 시설 정비 등 '하드웨어'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숙소를 오픈한 후에는 고객을 어떻게 응대하고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지 등 '소프트웨어'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보통 인테리어와 시설 등의 하드웨어는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완성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공간이 완성된 이후에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오롯이 각 호스트의 몫이다. 법적으로 숙박업을 운영하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사항들 외에 숙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알리고, 지키는 것 모두 숙소를 운영하는 사람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숙소를 많이 이용해본 호스트라면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우리 숙소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혹은 맨땅에 헤딩을 하듯,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준을 세워나갈 수도 있다. 그 방법은 각자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숙소에는 암묵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규칙이 있다. 그러한 규칙을 세세하게 잘 정해놓은 것을 '매뉴얼'이라고 부른다.





게스트하우스, 비앤비, 호스텔, 호텔 등 숙박업소에서 안내문, 공지사항, Information 등의 이름으로 숙소 이용 가이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숙소 이용자들은 이 가이드를 보고 내부의 시설이나 물품을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를 확인하거나 혹은 각 숙소에서 권장하지 않는 내용들에 대한 경고 문구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숙소에는 게스트들을 위한 매뉴얼은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이 뿐만 아니라 숙소를 운영하는 호스트의 입장에서도 '어떻게 숙소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기준이 필요하다. 숙소에서는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체크인 전과 체크아웃 후에 짐 보관을 요청하는 경우 언제부터 언제까지 가능한가부터 또 해당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할 것인가 무료로 제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기준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는 권장하는 방법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만 한다는 정해진 답은 없다.



숙소 운영에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호스트의 선택이다. (출처/pixabay)



숙소는 비용을 받고 '숙박'이라는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엄연한 사업장이기 때문에 이 상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주어야 한다. 물론 고객이 예약한 객실 타입에 따라 제공되는 하드웨어(시설 ex. 객실 크기)와 소프트웨어(서비스 ex. 조식제공 유무) 모두 달라진다. 도미토리를 예약한 고객과 패밀리룸을 예약한 고객이 각각 지불한 비용에 비례하여 이용할 수 있는 객실의 물리적인 크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객실을 제외하고 제공되는 서비스는 대부분 공통인데, 호텔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 예약 금액에 따라 객실의 크기는 물론 이용할 수 있는 부대시설의 범위라든가 제공되는 서비스의 범위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숙소를 운영한다면, 고객들에게 어떤 수준과 범위의 서비스를 제공할지 기준을 정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는 객실 타입 즉, 객실 금액에 따라서 제공되는 하드웨어는 다르지만, 이와 상관없이 모든 고객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소프트웨어인 서비스에 대한 기준은 따로 마련되어야 한다.


객실을 판매할 때 두 가지 요금 정책을 세운다고 가정해보자. 조식 서비스가 포함된 객실 금액과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객실 금액이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고객이 체크인할 때 조식 유무에 따라 안내가 달라져야 한다. 조식이 포함된 금액을 지불하고 예약한 고객에게는 조식 서비스 시간과 장소 등 이용 방법을 바로 안내해주면 된다. 하지만, 조식 불포함 금액으로 예약한 고객에게는 조식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과 결제방법을 안내해주어야 한다. 혹은 조식 불포함 금액으로 예약한 고객에게는 조식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고 안내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는 숙소의 선택이다. 즉, 이렇게 숙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비하여 '이러한 상황에는 이렇게 대응한다.'라는 매뉴얼을 정해놓는 것이 좋다. 또한, 정해진 매뉴얼은 모든 직원에게 동일하게 교육되고 습득할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매뉴얼은 숙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지침서이다. (출처/pixabay)



매뉴얼은 호스트가 가급적 모든 게스트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지침서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어떤 게스트에게는 되고, 어떤 게스트에게는 안 되는 들쑥날쑥한 서비스가 아니라 언제 어떤 게스트가 와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매뉴얼이다. 아무래도 숙소를 운영하는 주체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기분에 따라 같은 문제도 다르게 판단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때 게스트를 감정적으로 응대하기 십상이다. 게스트는 비용을 지불하고 오기 때문에 숙소에서 자신을 환영해주고 잘 챙겨주기를 바란다. 따라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게스트를 상대해야 한다. 이때 틀이 잡힌 매뉴얼이 있다면 게스트 응대가 수월해진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문제이지만, 오히려 기분이 과하게 좋아서 갑자기 게스트들에게 예정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숙소 운영은 예상 가능한 고정비 안에서 타이트하게 운영되는 편이기 때문에 갑자기 예산을 넘어서는 비용이 발생한다면 이는 숙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숙소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리 숙소만의 '매뉴얼'을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가급적이면 숙소를 오픈하기 전에 제작해두고, 가오픈 기간에 고객들에게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숙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매뉴얼도 있지만, 숙소의 지역, 위치, 규모, 컨셉 등에 따라서 우리 숙소에만 필요한 매뉴얼이 요구될 때도 있다. 예를 들면, 다른 숙소에서 픽업을 제공하는 매뉴얼을 정해두었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숙소가 픽업이 필요한 위치인지 또 실제로 고객들이 픽업을 필요로 하는지 등에 대해서 충분히 조사한 후에 매뉴얼화시켜도 늦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숙소의 고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고민해보고 매뉴얼화시키는 것이다. 만약 우리 숙소의 50% 이상이 여성 고객이라면, 여성 욕실에 남성 욕실보다 2배의 드라이기를 비치하거나 여성 고객들에게는 수건을 꼭 2개 이상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등 숙소의 상황에 맞게 매뉴얼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숙박업을 처음 운영하는 호스트에게는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참고할만한 자료가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게스트하우스 운영 교육과 컨설팅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요청받았던 것이 매뉴얼이었을 만큼 호스트들에게는 숙소를 잘 운영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매뉴얼이 필요한 호스트들이 참고할만한 인증된 자료로는 한국관광공사의 품질인증제가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는 관광객 증가에 따라 관광 경쟁력 강화와 관리를 위해 2017년 7월부터 품질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소도 포함되어 있다. 꼭 품질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평가 항목들을 살펴보고 운영에 참고한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품질인증제를 참고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면, '내가 게스트라면 어떤 요구사항이 있을까?'에 대해서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보고, 그에 대해서 어떻게 답변하고 대응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매뉴얼의 기초를 다지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숙소를 운영해오면서 가장 많은 문의가 있었던 질문들을 10개만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숙소에 (지하철역에서, 버스정류장에서, 공항에서, 특정 위치에서 등) 어떻게 찾아가나요?

> 대중교통을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필수로 준비해두어야 하는 답변이다. 숙소를 찾아오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숙소에 따라 공항이나 터미널을 찾아가는 방법을 물어보는 경우도 많으니 자주 질문을 받는다면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2. 주차되나요?

> 가족단위의 게스트가 사용할 수 있는 객실이 있다면 자주 받을 수 있는 질문이다. 만약 건물 내에 주차가 불가능하다면 주위에 주차가 가능한 장소와 비용 정도는 미리 알아두고 안내할 수 있는 것이 좋다.


3. 숙소에 샴푸, 드라이기, 수건, 치약, 고데기, 휴대폰 충전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있나요?

> 첫 번째로는 모든 예약 채널(부킹닷컴, 아고다, 야놀자, 여기어때, 호텔스컴바인 등)에 숙소에서 제공하는 물품의 목록을 빠짐없이 잘 기재하는 것이 중요하고, 모든 직원이 제공하는 물품에 대해서 잘 기억해두고 전화나 대면 응대 시 바로 답변해줄 수 있어야 한다.


4. 체크인이 오후 10시까지로 되어 있던데, 그 이후에 가면 입실할 수 있나요?

> 체크인 가능 시간은 숙소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보통은 오후 3시~4시부터 저녁 10시~11시까지가 체크인 가능하시간이다. 숙소마다 이 시간 외에는 셀프체크인을 하도록 안내하기도 하고, 정해진 시간 외에는 체크인이 완전히 불가능 숙소들도 있다. 체크인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있다면 예약을 완료한 고객들에게 가급적 기록이 남는 문자나 이메일 등을 통해 꼭 사전에 안내할 필요가 있다.


5. 3인실에 1인 추가할 수 있나요? (2인실에 4개월 된 아기 같이 자도 될까요?)

> 한 객실에 입실 가능한 기준 인원과 최대 인원수를 미리 공지하고, 추가 인원이 발생 시 추가 요금은 얼마인지 미리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 영유아의 경우 무료로 숙박을 가능하게 하거나, 48개월 이상부터는 성인 요금의 절반 혹은 성인 요금과 동일하게 비용을 받을 수도 있다.


6. 예약되나요? 방 있나요?

> 정말 광범위한 질문이므로 날짜, 숙박일 수, 인원수 등을 물어보며 구체적인 예약 내역을 통해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예약 확정을 위한 절차를 안내한다.


7. 음식 해 먹을 수 있나요? 객실에서 음식을 먹어도 되나요?

> 주방에서 요리 가능 여부에 따라 안내를 해주고, 만약 가능하다면 사용 후 뒷정리에 대해서 꼭 안내를 해주거나 보증금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숙소에서는 하얀색 혹은 밝은 색 침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급적 객실 내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좋은데 만약 가능하게 한다면 침구류 오염에 대한 안내를 꼭 함께 해주어야 한다.


8.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뭔가요?

> 외국인 게스트가 많은 숙소라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능은 '와이파이'이다. 우리나라처럼 데이터 무제한을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는 와이파이가 숙소를 평가하고 결정하는 주요한 기준이 된다. 외국인 게스트가 많지 않더라도 와이파이는 필수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곳곳에 아이디와 비밀번호 안내문을 부착하는 것이 좋다.


9. 일찍 체크아웃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나요?

> 객실마다 카드키 혹은 열쇠로 출입하는 곳이라면, 이를 어디에 반납하면 되는지 꼭 안내해주어야 한다. 일찍 체크아웃하는 경우, 조식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숙소의 재량에 따라 따로 준비해주거나 혹은 정해진 시간 외에는 이용이 어렵다고 사전에 안내를 해주는 것이 좋다.


10. 한 달 이상 숙박하면 할인되나요?

> 하루 단기 숙박을 제외하고는 2박 이상부터 모두 장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장박에 대한 할인을 제공한다면 할인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규정을 내부에 공유하고 모든 직원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적게는 3일부터 길게는 6개월 이상까지 장박에 대한 할인 문의는 수시로 오는 편이다. 특히나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장기 숙박에 대한 문의가 정말 많은 편이다. 주의할 점은 장기 숙박을 예약 채널을 통해 받을 것인지 혹은 전화 문의로 받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준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운영이 잘 되는 숙소에는 '매뉴얼'이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Plan A, PlanB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이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응대할 수 있다. 매뉴얼은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고객들이 충분히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잘 준비된 숙소의 서비스에는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숙박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이 담겨있을 것이다. 그런 고민들을 담아 매뉴얼을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하다. 아직도 숙소 운영에 대한 판단 기준이 서지 않는다면, 문제가 터진 후에 대처하기보다는 숙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상상해보고 이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금씩 숙소 운영의 완성도를 높여가 보길 바란다.






*이 글은 숙박전문매거진, 매거진 온(Magazine On) 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 글은 직접 국내외에서 10여 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전국에 게스트하우스, 비앤비, 펜션 등 다양한 숙소들을 컨설팅, 교육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6. 좋은 숙소는 어떤 숙소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