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시장은 성장했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여전히 비공식적인 용어이다.
지난 회차에서는 잘 되는 숙소의 조건, '매뉴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그런데 모든 숙소들이 동일한 매뉴얼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숙소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게스트하우스라면 공통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조건들이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숙박업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숙박업이라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게스트하우스의 스탠다드를 숙박업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찾아야 할까?
숙박업 허가를 받기 위해 따라야 하는 법령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공중위생관리법과 관광진흥법이다. 하지만 법령을 읽어보면 '게스트하우스'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숙소를 고를 때 게스트하우스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만큼 게스트하우스 시장은 성장했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여전히 비공식적인 용어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게스트하우스는 비앤비, 호스텔, 배낭 여행자를 위한 도미토리(기숙사형 객실) 형태의 숙소 등 다양한 중저가형 숙소를 모두 아우르는 말로 사용될 만큼 주요한 숙박 문화가 되었다. 그럼에도 전국적으로 수천여 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생길 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이를 뒷받침할만한 법과 제도는 준비되지 않았다. 이는 1) 진입장벽이 낮은 게스트하우스 창업 2) 유행처럼 번지는 게스트하우스 창업 3) 숙박분야의 이해관계 등의 이유들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추측한다.
실제로 'OO게스트하우스'라고 이름이 붙어있는 숙소들을 방문해보면 사업자의 내용이 제 각각이다. 어떤 곳은 일반숙박업 허가를 받은 곳이고, 어떤 곳은 호스텔업 허가를 받은 곳이고, 또 어떤 곳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허가를 받은 곳이다. 따라서 굳이 따지자면, 각각 다른 기준에 맞춰 창업한 서로 다른 형태의 숙박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게스트하우스'라는 공통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업계에서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공식적으로 내려진 정의가 없고, 그 단어를 사용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게스트하우스가 유행처럼 우후죽순 생겨나자, 기존에 영업 중이던 펜션들은 간판 옆에 '게스트하우스'라는 상호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지역에 가보면 'OO게스트하우스 호텔 민박 펜션'이라고 적혀있는 해괴망측한 간판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간판들을 볼 때면, '아 정말 게스트하우스 창업이 붐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 이 유행은 언제 또 금세 사그라들까.'라는 걱정이 들곤 했다.
그 걱정은 역시나 현실이 되었다. 게스트하우스 창업 유행은 점차 사그라드는 중이다. 게스트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숙박업 중에서도 가장 작은 규모의 숙박업인데,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고된 노동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하나둘씩 게스트하우스 사업을 접었다. 특히나 처음엔 투잡 혹은 부업의 개념으로 시작했던 사람들이 쏠쏠한 용돈벌이가 되자 점점 규모를 늘려 나갔는데, 급격하고 과도한 확장으로 운영에 대한 준비 없이 달려들었다가 게스트하우스의 쓴맛을 보고 돌아서는 사람들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시장에는 끊임없이 안 좋은 이슈들이 터졌다. 사드(THAAD) 사태와 같은 국제정세의 영향으로 게스트하우스의 주요 타겟인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줄었고, 그 이후로는 성폭행과 살인사건 등 게스트하우스의 안전에 대한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했다. 또한, 강릉 펜션 화재사고로 인해 지방의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이 신고하는 농어촌민박업의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게스트하우스의 확장은 계속 주춤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게스트하우스의 폐업률이 더 높냐라고 물었을 때의 답은 'NO'이다. 게스트하우스의 폐업만큼 창업도 꾸준하다. 왜 그럴까?
꾸준하게 신규 게스트하우스가 생겨나는 이유는 '게스트하우스 스탠다드'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게스트하우스 창업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게스트하우스 업주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게스트하우스를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넘쳐나지만, 이를 제대로 안내해줄 사람도, 제도도, 법도 없다. 많은 창업자들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을 하면서 게스트하우스에 대해서 배운다. 카페나 치킨집처럼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스트하우스 프랜차이즈가 몇몇 있기는 하지만, 그 프랜차이즈의 브랜드 파워로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사람은 없다. 예를 들면, 어디서든 스타벅스에 가면 동일한 음료를 맛볼 수 있고, 동일한 분위기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또, 요즘 핫한 메뉴인 치즈볼이 먹고 싶으면 BHC를 찾으면 된다. 하지만, 어딜 가도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형 게스트하우스는 없다. 국가에서나 시장에서나 게스트하우스는 전문적으로 다루어지는 분야가 아닌 것이다.
나 역시 처음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맡았을 당시, 참고할 가이드가 전혀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직접 숙소를 운영하는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게스트하우스는 어떤 곳인지 정의를 내릴 수 있었고,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규칙을 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15년에 처음 내 손으로 게스트하우스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이 매뉴얼이 옳은 것인지, 안전상 문제가 없는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먼저 경험해본 것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정도의 노하우는 쌓을 수 있었다. 좀 더 정확한 게스트하우스의 스탠다드를 알기 위해서 가장 많은 공부를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숙소 운영자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숙박업소의 예약 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ONDA(구 ZARI)에서 근무할 당시, 프로그램의 사용자들, 즉 숙박업소의 호스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였다. 그래서 각 숙소마다 숙소 운영을 하는데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었다. 호스트들이 도움을 필요로 했던 것은 예약 관리뿐만 아니라, 숙소에서 일할 사람을 뽑고 교육시키는 것, 청소를 잘하는 법, 좋은 침구와 비품을 고르는 법, 숙소를 홍보하는 방법 등 숙소 운영 전반에 관한 모든 것들이었다.
직접 숙소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고, 호스트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나 또한 고민해본 경험이 있기에 이러한 문제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숙소발전소'라는 숙소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회사를 만들었다. 감사하게도 창업을 한 이후로, 많은 게스트하우스로부터 운영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객실 22개 규모의 게스트하우스를 시작으로 다시 한번 숙소 운영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갔다. 2017년 7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7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왔다. 7개의 숙소는 위치는 당연하거니와 규모, 컨셉, 객실 타입, 인테리어 등등 모든 것이 달랐다. 덕분에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새로운 숙소 운영 문의를 받을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게스트하우스에도 꼭 스탠다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게스트하우스 호스트 혹은 예비 호스트 중에는 숙박업소의 운영자로서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운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불법적인 운영을 계획하는 사람부터 이미 운영 중인 사람 중에는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국적의 게스트만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숙박 문화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숙박업소의 운영자들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숙박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숙박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면 좋으련만. 바로 이러한 생각들을 바로 잡아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바로 '게스트하우스의 스탠다드'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한국관광공사에서는 2017년부터 한국관광 품질인증제를 도입하여 관광 품질을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사업에도 아쉬움은 있다. 품질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근거가 관광진흥법에 있기 때문에 일반숙밥업, 농어촌민박업 등 다른 법을 근거로 하는 게스트하우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전히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정의와 법적 근거, 사회/문화적인 근거 정리가 필요하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늘 아쉬운 점은 게스트하우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법과 제도가 준비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들의 이해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숙소발전소'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건강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오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창업과 운영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 운영 교육부터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모임, 숙박 전문 유튜브 채널 운영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게스트하우스의 스탠다드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여러 시도들을 통해 게스트하우스의 바람직한 모습을 만들고 알려온 것처럼 앞으로도 이런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이 글은 숙박전문매거진, 매거진 온(Magazine On) 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 글은 직접 국내외에서 10여 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전국에 게스트하우스, 비앤비, 펜션 등 다양한 숙소들을 컨설팅, 교육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