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는 숙박업일까, 서비스업일까, 부동산업일까.
게스트하우스 산업에 들어온 지 어느덧 5년 차, 매 해 많은 숫자의 예비창업자와 실제 운영자들을 마주한다. 숙소들을 컨설팅하다 보니 성공사례보다 숙소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분명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실패하거나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은 여러 부분의 문제가 합쳐져서 나타나는 결과물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게스트하우스 업주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질문이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진짜 업종은 무엇일까? 단순히 숙박업이니까 우리가 아는 의미로의 투숙 부분이 운영의 핵심일까? 고객을 항상 마주하게 되니 서비스업에 포인트를 맞춰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칫 그릇된 확신을 갖게 만드는 부동산업에 초점을 맞춰 수익성에만 집중해야 하는 걸까?
게스트하우스의 정의로만 본다면 숙박업이 당연히 맞다. 고객은 모두 '편안한 잠자리를 청하기 위함'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숙소에 방문한다. 숙박시설로서의 숙소는 머무는 고객이 본인의 집만큼의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게스트하우스가 포화된 요즘에는 제대로 된 투숙 환경을 보장하지 못하는 숙소는 찾기 힘들고, 또 있다고 해도 이제는 사라질 내리막길에 있는 숙소라고 할 수 있다. 5~6년 전 국내에 게스트하우스가 보급되기 시작할 시기에는 투숙 환경의 질이 제각각이라서 투숙 환경 자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요소로 여겨졌다. 딱딱한 온돌에 익숙했던 시대가 지나고 침대로 이루어진 객실들이 번져나갔고, 얇은 매트리스를 이용한 침대보다 튼튼하고 단단한 매트리스가 포함된 침대는 이제 전국 어느 게스트하우스를 가던지 쉽게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쾌적한 수면환경은 숙소가 당연히 갖춰져야 할 아주 기본적인 요소가 되었다. 또한 프론트데스크에 앉아서 출입 키나 카드만 주면서 간단하게 설명만 해주는 숙소의 모습은 점점 없어지고 있다. 더 이상 고객들은 단순히 숙소를 '잠을 자는 용도'로만 생각하고 방문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잠자리와 투숙 환경은 물론 숙소의 분위기나 숙소만이 가진 콘텐츠 등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 고객은 숙소에서 머무는 기간 동안의 '추억'을 원해서 방문한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숙소니까 잠을 편하게 자면 그게 제일이지.'라는 생각만이 아니라 우리 게스트하우스에 또 올만한 '무기'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앞에 언급한 것 같이 게스트하우스 시장은 포화되어 있다. 서울 같은 경우에는 지하철 1개 역 주변에 많으면 반경 1km 이내에 100개에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경쟁업소도 많아지고, 중저가 호텔이나 비앤비 등 타 숙박업종의 영향도 받고, 객실 가격은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요즘 게스트하우스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 중에는 좋은 지리적 조건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목 좋은 자리에는 어김없이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고 없어지고를 반복한다. 물론 게스트하우스는 다른 숙박업에 비해 차량을 소지하지 않는 도보여행자의 비율이 높아서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숙소를 선택하는 조건 중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교통편이 불편하면 고객들은 숙소에 대해 안 좋은 인상을 남기기 좋고 이는 숙소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럼 숙소도 곧 부동산적인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시장 초기 진입과 숙소의 지속적인 운영은 안타깝게도 조금 다른 부분이다. 숙소 운영을 최소 2년 이상 지속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 숙소의 위치는 중요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우리 숙소는 위치가 이렇게 좋은데..'라고 교육 문의가 오는 숙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단순하게 홍대나 종로지역만 봐도 주요 역 근처에 수많은 숙소들이 밀집되어 있고 생존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숙소들은 꼭 아주 좋은 위치에만 있는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숙소 중에서도 서울의 주요 권역에서 다소 떨어진 위치에 있지만 객실 가동률과 매출은 서울의 주요 여행 지역에 위치한 숙소들만큼이나 높은 편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부동산이라고 생각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좋은 상권에 진입하는 시도는 물론 꼭 이루어져야 할 만한 요소지만, 숙소 운영에 능사는 아니다. 숙소 운영은 많은 플러스 요소들이 합쳐져서 '객실 가동률', '매출' 등의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럼 게스트하우스는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운영해야 할까? 최근에는 여러 조건들이 상향 평준화되어 숙소를 서비스업으로 보고 이를 핵심 요소로 보고 집중하려는 곳들이 많아졌다. 숙소는 숙박업임과 동시에 고객들과 빈번하게 대면하는 서비스업이기도 하다. 숙소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 컴플레인이 많이 발생하기도 하고 반대로 긍정적인 입소문이 나기도 쉽다. 요즘은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가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라고 여겨지고 있어서 숙소들은 고객들의 다양한 편의를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빠른 입실을 위해 간단하게 출입 키를 주기만 하고 절차가 마무리되는 체크인 응대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였다. 그래서 무인 체크인 시스템 혹은 키오스크를 이용한 체크인 시스템이 많이 개발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일일이 숙소 곳곳을 함께 이동하면서 고객에게 숙소를 '가이드' 해주려는 호스트들이 많이 생겼다. 외국인 고객을 위한 기본적인 회화 공부를 하는 업주도 있다. 앞서 말한 부동산 적인 측면도, 질 좋은 투숙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숙소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바로 서비스 마인드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의 동선, 고객이 질문할 만한 것들을 미리 준비하는 등 고객을 분석하고 이를 운영에 반영하려고 하는 곳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는 이웃나라 일본이나 포르투갈 등 선진 숙박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서비스가 제일 중요해!'라고 외치는 숙소들을 가보면 단순히 고객 응대 부분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부분에도 반영이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선에 맞는 시설과 가구 배치, 콘센트의 위치조차도 고객의 입장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서비스업은 곧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해 모든 부분을 고려하고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말투와 의상, 제스처부터 숙소에 비치되는 안내문의 가독성, 시설의 위치와 의미 또한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 고객의 편의를 '상상'한 것이 아닌 고객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피드백을 통해 얻은 결과물일수록 고객의 만족도는 올라간다. 따라서 게스트하우스의 진짜 업종은 서비스업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지속적이고 보다 경쟁력 있는 숙소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면 숙소 운영 방향의 중심이 되는 서비스를 꼭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숙박전문매거진, 매거진 온(Magazine On) 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 글은 직접 국내외에서 10여 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전국에 게스트하우스, 비앤비, 펜션 등 다양한 숙소들을 컨설팅, 교육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