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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chloemas Oct 31. 2019

#10.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의 DNA

몇 년 간 숙소를 운영하다 보니 숙소 운영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면, '아, 이런 사람이 운영하는 숙소는 정말 좋겠다.' 혹은 반대로 '아, 이런 사람은 절대 숙소를 운영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조차도 숙소를 운영해도 되는 사람인가에 대해서 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전자에 해당하는 운영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바람직한 운영자의 덕목을 깨닫는 순간은 대부분 아쉬운 순간들이었다. '이렇게 하면 더 좋았을 텐데.'를 깨닫는 순간마다 숙소 운영자로서 갖춰야 하는 것들을 배우게 되었다. 


'게스트하우스에 가장 필요한 한 가지, 사람'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위해 중요한 것들은 숙소의 위치, 콘셉트, 인테리어, 서비스, 가격 등 다양한 조건들이 있지만, 단연 '운영자의 역량'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숙소를 운영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내가 맡은 숙소들에 집중하느라 사실상 외부에 좋은 숙소들을 살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또, 한 동안은 내 숙소에만 집중해도 모자란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각 숙소에 최적화된 매뉴얼을 만들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계속해서 매뉴얼을 보완했고, 어느 순간 '아, 이 정도면 되었다.' 싶은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런데, 꼭 그렇게 마음을 놓는 순간마다 '뼈를 때리는 듯한' 정곡을 찌르는 피드백들을 듣곤 했다. 그래서 여전히 숙소 운영자로서 배우고 갖춰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365일 기본을 지키는 꾸준함

하루에도 수많은 게스트들을 전화, 온라인, 현장 등에서 동시에 응대하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한 게스트를 기억한다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사람들이 몇몇 있다. 기억에 남을 정도의 게스트라면 꼭 에피소드가 있다. 그 에피소드는 대부분 안 좋은 일이라는 것이 웃프지만, 어쨌든 그런 사건들을 통해 몇 번을 되새기고 깨우친 것이 있으니 바로 '꾸준함'의 힘이다. 숙소가 얼마나 꾸준하게 운영되는지는 '고객들의 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객들의 후기에는 운영자가 알려주지 않은 정보들까지 담겨있다. 고객들의 후기는 숙소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정보이기도 하다.



숙소의 청결은 꾸준하지 않으면 바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출처: pixabay)




숙박업소라면 갖춰야 하는 꾸준함 중에 하나는 '청결의 꾸준함'이다.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데도 운영자가 지치면 꾸준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청결은 꾸준하지 않으면 바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여러 번 이야기했던 청결함을 유지하는 노하우 중에 하나는 '더블체크'이다. 청소 시간에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청소가 끝난 후에 또 다른 사람이 두 번, 세 번 청소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더블체크'를 처음 매뉴얼화시킨 것 또한, 어떤 고객의 후기 때문이었다. 숙소 운영을 맡은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모든 직원이 열과 성을 다해 청소며 서비스며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한 객실의 청결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분명 깨끗하게 청소를 한 객실이었는데, 고객의 컴플레인을 듣고 객실에 가보니 침구와 바닥에 먼지와 머리카락이 많이 쌓여 있었다. 원인은 청소시간 동안 열어두었던 창문이었다.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을 청소가 끝나고 닫았어야 하는데 계속 창문을 열어둔 바람에 외부에서 이물질들이 많이 들어온 것이다. 결국 그 고객은 객실이 깨끗하지 않다는 후기를 남겼다. 억울했지만, 고객에게 변명을 할 수는 없었다. 청소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우리의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청소의 가장 마지막 과정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최소한 한 번 이상은 다시 객실을 확인하는 '더블체크'를 매뉴얼에 추가하였고, 지금까지도 계속 실행 중이다. 청소는 숙소를 운영하는데 가장 필수적이고 가장 반복적인 업무이다. 그래서 쉽게 매너리즘에 빠지고 나태해질 수 있는 업무이기 때문에 가장 경계해야 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청소를 하나의 예로 꾸준함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지만, 사실은 모든 업무는 꾸준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지되어야 한다.



100명의 고객을 위한 100개의 서로 다른 서비스

게스트하우스의 고객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다. 그 고객들은 인종, 국적, 직업, 라이프스타일, 여행 스타일 등 모든 것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게스트하우스 모든 고객들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숙소로서 기본 기능에 충실하고, 그 이후에 디테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차이를 줄 수 있다. 각 숙소는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한계가 있다. 숙소의 위치, 규모, 콘셉트 등에 따라 서비스의 범위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숙소 운영자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예외 상황이다. 숙소의 규칙이 A이기 때문에 모든 고객이 A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확률은 10% 미만이다.



게스트하우스 고객들은 100명이면 100명이 모두 다르다. (출처: pixabay)



숙소를 운영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졌고, 그만큼 다양성에 대해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착각(?)을 깨부수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가장 자주 발생하는 당황스러운 일들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것들이다. 한 예시로 '객실 내부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거나, 욕실 슬리퍼를 밖에서 신고 다니는' 외국인 고객들이 종종 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실내와 실외의 구분이 명확한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본인이 익숙한 습관에 따라 신발을 신고 벗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고객들에게 언제 신발을 벗어야 하는지 그리고 욕실 슬리퍼는 욕실에서만 신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분명 오랜 시간 동안 몸에 베인 습관을 거스르고 며칠 동안 새로운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리로는 그런 어려움에 대해서 이해하지만, 사실 그런 상황이 눈 앞에서 발생할 때마다 당황스럽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그러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을 보면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계속해서 안내하는 방법밖에 없다. 숙소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 방법이다. 다양한 고객들을 마주하는 만큼 매번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문화적 차이가 아닌 개인적인 성향이나 취향의 차이로 발생하는 예외 상황들도 많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이불의 재질이 맘에 들지 않는 고객이 있을 수도 있고, 조식으로 제공하는 메뉴 중 커피의 맛이 맘에 들지 않는 고객이 있을 수도 있다.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고객들도 종종 있다. 다섯 명이 3인실을 예약하고 와서 추가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운영자에게 사전에 요청 없이 몰래 반려견과 숙박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당황스럽고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면 운영자는 금방 지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예외의 상황임에도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숙소 운영 자체가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한 달도 못 가서 신경쇠약에 걸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어떤 일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의연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100명의 고객을 위해서는 100개의 다른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수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DNA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것처럼, 예비 창업자에게 운영을 시작하기 전에 숙소 운영자의 DNA를 미리 몸과 마음에 심어 두라고 말해두고 싶다. 숙소 운영자가 되는 순간부터는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사람처럼 행동하도록 말이다. 그만큼 숙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예비 창업자들을 위한 창업컨설팅을 할 때 가장 첫 번째로 '나를 돌아보기'라는 주제로 이야기한다. 사실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최소한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가.' 혹은 '이 일은 내가 잘하는 일인가.'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대부분은 객관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것에 급급하다. 예를 들면, '게스트하우스 얼마를 투자하면, 얼마를 벌 수 있다더라.' 혹은 '게스트하우스 오픈해서 1년 동안 얼마를 벌었다더라.'와 같은 식이다. 하지만 숙소 운영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 숙소 운영자로서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수익률을 따져보는 것만큼 중요하다. 결국 그 수익률을 만들 사람이 준비가 되었느냐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스트하우스 운영자의 DNA는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 게스트하우스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았다. 이 중에 몇 개나 해당이 되지는 셀프 진단을 해보길 추천하다. 



숙소 운영자의 셀프 체크리스트


1. 나는 먼지가 쌓이는 것을 참을 수 없는 편이다.

2. 나는 비위가 좋은 편이다.

3. 나는 부지런한 편이다.

4. 나는 잠이 많이 없는 편이다.

5. 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6. 나는 나이, 국적, 성별, 종교 등에 상관없이 누구와도 이야기 나눈 것에 거리낌이 없다.

7. 나는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편이다.

8. 나는 긍정적이다.

9. 나는 이성적인 편이다.

10. 나는 숫자에 능통한 편이다.

11. 나는 글을 잘 쓰는 편이다.

12. 나는 끊임없이 배우는 편이다.

13. 나는 새로운 것에도 빨리 적응하는 편이다.

14. 나는 헤어짐에 익숙한 편이다.

15. 나는 잘 웃는 편이다.

16. 나는 전자기기를 다루는데 익숙하다.

17. 나는 잘 당황하지 않는 편이다.

18. 나는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19. 나는 참을성이 있는 편이다.
20. 나는 공감을 잘하는 편이다.





*이 글은 숙박전문매거진, 매거진 온(Magazine On) 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 글은 직접 국내외에서 10여 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전국에 게스트하우스, 비앤비, 펜션 등 다양한 숙소들을 컨설팅, 교육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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