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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chloemas Jul 24. 2018

#1. 나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입니다.

별명이 '집요정'이었다. 집에서 하루 종일 일만 한다고. 그래도 즐거웠다

2018년 7월 현재, 나와 내가 꾸린 팀과 함께 서울과 부산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고 한 달에 한 번 게스트하우스 예비 창업자와 이제 막 운영을 시작한 새내기 운영자들에게 게스트하우스 운영 노하우를 무료로 교육하고 있다. 이렇게 '게스트하우스'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항상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바로 '어떻게 하다가 게스트하우스 일을 하게 되셨어요?'이다. 이미 수십 번을 한 이야기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손쉽게 전달하고 싶어 글로 적어보려 한다. 이전에 '게스트하우스의 이상과 현실'이라는 주제로 매거진을 만들고 글을 적기 시작했지만, 주제 자체가 조금 무거운 감이 없지 않아 글을 쓰고 저장하기를 수차례 반복했으나 발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적어야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시간의 흐름에 나의 경험을 담아 보면 좀 더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서 사장까지'라는 이해하기 쉬운 주제로 새롭게 매거진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내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서 어떻게 사장(혹은 운영자)이 되었고, 되어가는 중인지를 담을 예정이다. 현재 서울과 부산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지만, 게스트하우스의 명의가 내 것은 아니다. 오너 회사의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고용하여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 직업이 뭐냐고 누군가가 물어보면 '게스트하우스 전문경영(운영)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에 관심이 있어서 오픈을 했지만, 막상 운영에 지식과 노하우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나의 클라이언트라고 할 수 있다. 자본금이 준비되어 퇴직 후 제2의 직업 혹은 투잡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창업하려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처럼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를 하다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에 전자와 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스태프에서 사장까지'라는 주제를 선택했다.


숙소무료운영교육(5월)



#1. 나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입니다.


첫 번째 글은 게스트하우스 일을 시작한 계기를 담았다. 왜 내가 게스트하우스 스텝이 되었는지, 또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2015년, 제3의 질풍노도의 시기(흔히 말하는 취준생 시절)에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나름 유명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나쁘지 않은 학점, 꽤 괜찮은 영어점수 등 주위에서는 부러워할만한 스펙(?)을 어느 정도 겸비했으나 '문송합니다'의 이유로 취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객관적인 조건보다 '내 마음가짐'이 더 큰 문제였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구분이 명확했던 터라 하기 싫은 일은 맞아 죽어도 안 하는 성격이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닌데 지원동기에 '예전부터 지원하고 싶었던 회사'라는 거짓말을 하려다 보니 자기소개서도 면접도 엉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최종 합격한 곳도 최종면접까지 간 곳도 있었다. 하지만 주위의 기대라는 핑계로 억지로 버티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하던 모든 것(취준을 하며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회사, 자격증 준비, 자소서 쓰기 등)들을 중단하고 방향을 틀었다. 그냥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하고 싶은 일의 범주에 있던 일이 바로 '게스트하우스'였다.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일'에 관심 있던 내가 그것을 좀 더 구체화시킨 것이 '관광산업'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일=관광산업'은 아니었지만,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복수 전공하여 관광산업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겪어보고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다만, 관광산업은 워낙 범위가 넓다 보니 관광산업 중에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선택해야 할지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막연해하던 중 '게스트하우스'라는 키워드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무릎을 탁 치며 '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뭐든 해보고 나서 판단했어야 하는데, (왜 다른 일은 그렇게 하지 못했나라는 생각이 들 땐 게스트하우스가 나의 운명이었다고 생각하련다) 어쨌든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해서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으니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무슨 자신감인지 게스트하우스라면 왠지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보다는 훨씬 친근하게 가까이에서 여행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챙겨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즐거운 여행이라고 기억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게스트하우스의 스태프로 지원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았다. 일하게 될 지역, 급여, 복지 등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일단 그 일이 나와 잘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짧지만 회사에서 실패를 경험하고 든 생각은 한 가지가 만족스러우면 나머지가 엉망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즉, 내가 아무리 좋은 급여와 복지를 보장받아도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나와 맞지 않아 회사 생활이 고달플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일을 선택할 때 나만의 우선순위를 매겨보았고, 첫 번째 조건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 게스트하우스라면 지금까지의 어떤 일보다 당당하게 자신 있게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라도 내가 기대했던 일이 아닐지라도 이번만큼은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강력한 확신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게스트하우스는 내가 좀 더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다른 곳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또, 일전에 회사에서의 실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기대는 낮추고 뭐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했던 것이 게스트하우스 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혹시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도 기대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렇게 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의 근무를 확정 짓고 2015년 9월 말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근무하게 된 곳은 다름 아닌 유럽, 그것도 그 당시에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였다. 한국에서 면접 볼 때부터 '게스트하우스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일을 하고 싶다고, 되도록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라고 어필했다. 특히나 쉽게 돌아올 수 없는 유럽이라면 더욱 이 악물고 열심히 해서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의 기회를 얻어냈고, 다른 사람들은 환상을 품고 떠나는 유럽을 나는 애초부터 '생활'을 생각하고 떠났다.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나는 그곳에서 '살아남을 궁리'만 했다. 소문으로 듣자 하니 나처럼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시작해서 여러 지점을 돌아다니며 관리하는 '매니저'가 된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그 누군가처럼 스태프를 거쳐 '매니저'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자그레브'에서 내가 처음 만난 나의 사수가 바로 그 '매니저'였다.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을 직접 만나 인수인계까지 받게 되다니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주어진 인수인계 기간이 길지 않아 일수로는 3일이었지만, 실제로는 거의 이틀 만에 모든 것을 다 배우고 익혀야만 했다. 게다가 더욱 충격적인 소식은 나 혼자 한 숙소의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객실 7개, 총 27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게스트하우스였지만, 처음 맡은 게스트하우스였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유럽의 한인 게스트하우스였기 때문에 아침에 한식으로 조식을 제공해야 했고, 고객 응대는 물론 청소와 빨래, 그리고 예약 관리까지 정말 24시간이 모자라다고 생각될만한 일들을 모두 맡아서 해야 했다. 시차적 응이 되지도 않았는데 인수인계 시간은 한정적이었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를 악물고 배우고 반복했다. 그 당시에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조식제공'이었다. 나 혼자 먹을 정도의 적은 양만, 그것도 간단한 볶음밥 정도의 요리만 하던 내가 갑자기 10명, 20명이 되는 게스트들을 위한 요리를 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칼도 잡을 줄 몰라 손가락에 밴드를 안 붙이는 날이 없었고, 그저 엉망인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게스트분들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루는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새로운 손님이 오자마자 떠나갔고, 또 새로운 손님들이 몰려왔고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고 이해하고 해결하느라 보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아침에 눈 떠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집 밖을 나간 적이 없을 때도 많았다. 대부분은 거의 해가 지고 나서야 다음 날 아침 준비를 위해 장을 보러 마트에 나간 것이 전부인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또 요리가 서툴다 보니 새벽 3시까지 미리 아침 준비를 하고 잠들었다가 다시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부터 제공되는 조식을 위해 서둘러 준비하곤 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집요정'이었다. 집에서 하루 종일 일만 한다고. 그럼에도 즐거웠다. 물론 일을 한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일 자체가 즐거웠다. 어떤 일이든 내 손을 거치지 않은 일이 없었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바로 눈에 띄었기 때문에 보람도 컸다. 능동적으로 찾아서 해야 하는 일이 많았고, 매번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터득해나가며 재미를 느꼈다. 대부분의 게스트들은 나 덕분에 편히 쉴 수 있었다는 후기와 함께 내가 정말 즐겁게 일을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즐겁게 일하는 내 덕분에 게스트하우스의 분위기가 더욱 편안하고 따듯했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이보다 큰 성과가 있을까? 최고의 성과이자 칭찬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시작하자마자 성수기를 겪고 나니 업무에 대한 적응은 빨랐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많은 일들이 손에 익었고 제법 노하우도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 겪었던 모든 시행착오는 대부분의 스태프가 겪을만한 일들이라 게스트하우스에 근무하고 싶은 사람 혹은 이제 막 근무를 시작한 사람들을 위해 좀 더 자세한 일과는 다음 편에서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다루어보려고 한다.






'숙소운영매뉴얼',  모든 숙소의 매뉴얼은 직접 만든다. 지금도 매뉴얼은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스태프로서 첫 한 달 동안 배운 일들이 지금까지 내가 직접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직원, 스태프들을 교육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게스트하우스 스텝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역할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스태프로 근무한 경력/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게스트하우스를 창업, 운영할 예정이라면 최소한 일주일 아니 단 하루라도 스태프의 일과를 겪어보는 것이 좋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어야 운영도 좀 더 수월해진다. 지금 나는 게스트하우스의 사장님, 운영자, 총괄 매니저, Chloe(나의 영어 이름, 우리는 모든 근무자들끼리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른다) 등 스태프가 아닌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여전히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이기도 하다. 많은 스태프들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스태프는 게스트들을 위해 헌신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서비스 마인드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이 서비스 마인드는 당연히 리더라고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사장님, 총괄 매니저와 같은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야 모든 직원들이 함께 할 수 있다. 많은 예비 창업자, 운영자, 사장님들이 간과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스태프가 없으면 사장님이 스텝이 되어야만 하는 구조이다. 즉, 스태프를 고용하더라도 꼭 모든 운영자와 사장님들은 스태프들이 해야 할 일들을 먼저 A to Z 겪어보고 이해하고 난 후에 매니징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또한,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시작해야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다른 일들에 비해 '재미있어 보이는 것'뿐이지, 실제로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다. 게스트하우스 역시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도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이고 또 다른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현업에 있는 사람으로서 조언을 하자며, 게스트하우스는 보통 기대보다 힘든 일이 훨씬 많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근무하는 것은 하나의 일 혹은 경험 나아가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다음 편에서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서 매니저로 승진(?)한 사연,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태프와 매니저로서 내가 했던 역할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 세상 모든 게스트하우스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은 숙박전문매거진, 매거진 온(Magazine On) 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 글은 직접 국내외에서 10여 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전국에 게스트하우스, 비앤비, 펜션 등 다양한 숙소들을 컨설팅, 교육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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