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스텝의 하루는 '엄마의 하루'와 같다.
'게스트하우스 스텝에서 사장까지' 두 번째는 ‘게스트하우스 스텝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지원동기를 물어보면 열 명 중에 여덟 아홉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손님들을 잘 응대할 자신이 있다.'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실제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는 일은 그들의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 어떤 일이든 막상 시작해보면 기대와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게스트하우스는 그 격차가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시간대에 따라서 하는 일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혹시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글을 미리 읽어보고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현실을 파악하거나 단단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 게스트하우스 스텝의 하루, 밀착취재 25시간
게스트하우스 스텝의 하루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감히 '엄마의 하루'와 비슷하다고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엄마'라는 존재의 역할이 바로 게스트하우스 스텝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숙소를 찾은 게스트들이 불편함 없이 쉬고 갈 수 있도록 잠자리를 깨끗하게 준비하는 것부터 또 여행을 든든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아침밥을 챙겨주는 것, 그리고 길 잃지 말라고 여행지와 맛 집에 찾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등 게스트하우스 스텝은 엄마처럼 게스트가 머무르는 동안 돌보고 살펴야 한다. 그래서 매우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다. 게스트하우스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닌 25시간이라고 할 만큼 밤에도 쉴 틈 없이 게스트하우스와 게스트들을 챙겨야만 한다.
내가 처음 근무했던 게스트하우스는 유럽에 있는 한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한인 게스트하우스’, ‘한인 민박’이었다. 해외라는 지역 특성상, 여행자들이 국내에 있는 숙소에 비해 숙소에 의존하는 정도가 높은 편이었다. 국내에서 미리 정보를 찾아보고 온다고 해도 현지의 사정은 현지인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또, 한국과 정반대인 시간대라 한국에서 예약 문의를 하는 게스트들을 응대하기 위해서는 정말 밤낮이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한인 게스트하우스는 낯선 환경에서의 여행 중에 익숙한 한식을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어로 편안하게 소통하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특히나 아직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는 국가나 도시라면 더욱 한인 게스트하우스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여행자들이 숙소에 기대하는 만큼 게스트하우스 스텝의 역할도 중요했다. 게스트하우스 스텝은 단순히 숙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에 여행에 실패하지 않으려는 게스트들에게 확실한 지름길과 정보를 제공해야 했고, 또 저녁이면 일찍 문을 닫는 현지의 사정에 따라 게스트하우스에서 여행자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유럽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나 또한 처음 가본 여행지에서 여행자를 돕는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우선 내가 먼저 그 지역에 적응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시급했다. 기존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며 여러 가지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배운 것을 제대로 소화하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간대별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적어두고 스케줄에 따라 업무를 해나갔다. 하지만 시간과 상관없이 수시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도 있었다. 업무를 빠트리지 않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가이드가 필요했다. 마침 게스트하우스 내부에서는 ‘숙소 운영 매뉴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때 자진하여 매뉴얼을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나중에 나만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싶은 계획이 있어 게스트하우스 운영의 전반을 미리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마침 내가 근무하던 지점이 게스트하우스의 본점이라고 할 수 있는 1호점으로 새로운 스텝이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꼭 거쳐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매뉴얼을 완성한 후에는 새로운 스텝이 채용될 때마다 교육을 맡아서 하며 여러 지점을 총괄하는 매니저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매뉴얼을 만들면서 게스트하우스의 모든 지점을 방문했고, 여러 가지 형태의 숙소를 직접 겪어보고 관리하며 숙소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쌓아갔다.
매뉴얼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업무 분담에 대해서도 고민했었는데, 게스트하우스는 규모가 작다 보니 채용할 수 있는 인력 규모에는 한계가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스텝들은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래도 큰 호텔처럼 명확하게 부서를 나눌 수는 없지만, 최소한 업무에 대한 구분과 정리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스트하우스 총괄 매니저로 일하면서, 또 여러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운영해보면서 게스트하우스 스텝의 업무에 대해 고민해보며 여러 가지 근무 스케줄을 실험해본 결과, 게스트하우스는 시간대에 따라서 하는 일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크게는 오전과 오후의 업무로 구분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운영 중인 모든 숙소는 오전과 오후로 업무를 나누어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하고 있다.
그럼 대체 게스트하우스 스텝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는 것일까?
게스트하우스 스텝이 하는 일은 게스트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 게스트 응대하기, 그리고 게스트가 떠난 후 다음 게스트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 등 게스트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게스트하우스의 하루 일과를 시간에 따라 쭉 나열해보자면 조식 제공, 체크아웃 응대, 객실/화장실 청소, 세탁, 비품 채우기, 체크인 준비, 체크인 응대, 예약 문의 응대, 다음 날 조식 준비 등의 순서이다. 이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오전 업무와 오후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전의 주 업무는 청소와 세탁이다. 고객이 체크아웃한 후에는 객실 청소, 침구 세탁, 쓰레기 정리, 비품 채우기 등 새로운 게스트를 맞이하기 위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체크아웃부터 체크인까지의 시간은 최소 4시간 정도는 확보하는 것이 좋다. 물론 숙소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다. 기본적으로 숙소의 규모에 비례하여 청소와 세탁 시간도 정해진다. 예를 들면, 침구 세탁을 외부 업체에 맡긴다거나 청소와 세탁만을 맡아서 하는 인력이 있다면 게스트하우스 스텝의 일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침구 세탁은 가급적 직접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숙소에서 소화해낼 수 있는 인력과 환경이 있다면 말이다. 내가 운영하는 숙소들은 모두 직접 청소하고 세탁한다. 많은 숙소에서는 청소와 세탁의 업무 분배와 인력을 어떤 식으로 투입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려움은 숙소의 규모나 동선에 맞게 매뉴얼이 잘 갖추어져 있고, 또 그 매뉴얼을 모든 직원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해결된다. 청소시간에 근무하는 스텝들의 업무에는 청소와 세탁을 포함하고, 사전에 이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진행한다면 오전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객실 청소의 핵심은 ‘베딩’인데, 베딩은 사전적으로는 베개와 매트리스 등을 포함한 침구를 뜻하지만, 현장에서는 침구를 정리 정돈하는 모든 작업을 지칭하다. 사용한 침구를 벗겨내고 깨끗한 침구로 교체하고 보기 좋게 정돈하는 과정으로 실제로 객실 청소를 담당하는 스텝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객실 청소가 마무리가 되면 이제 공용 공간에 대한 청소가 이루어진다. 조식을 제공하는 숙소라면 조식 제공 시간이 종료된 후에 이미 어느 정도 청소가 되어있다. 공용 주방, 거실, 루프탑, 테라스 등 게스트들이 공용으로 이용하는 공간들 또한 주기적으로 청소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쉽게 더러워지기 때문에 객실만큼 매일같이 쓸고 닦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게스트들이 이용하는 데에는 불편함이 없도록 체크인이 시작하기 전에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공용 공간을 지나 객실로 들어가야 한다면 더욱이 공용 공간도 객실 못지않게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객실, 공용공간 등 모든 공간에 청소가 끝나면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비품과 소모품들을 확인해야 한다. 보통은 청소와 베딩을 하면서 객실에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해두었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채워 넣는 것이 좋다. 객실, 욕실, 공용공간 등에 필요한 비품과 소모품 역시도 숙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숙소라면 꼭 구비해두어야 하는 물품들이 있다. 국내 게스트하우스를 기준으로 객실 내부에는 침구, 수건, 에어컨, 헤어드라이어, 휴지 등 그리고 욕실에는 샴푸, 컨디셔너, 바디워시, 쓰레기통 등을 비치해두는 것이 기본이다.
청소, 베딩, 세탁, 비품 및 소모품 채우기 등의 업무가 끝나고 나면 이제 체크인을 받을 준비가 끝이 난다. 여기까지가 바로 오전 스텝의 역할이다. 체크인 전에 모든 청소가 끝나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는 늦어도 2-3시 사이에는 마무리해야 한다. 청소의 과정을 이렇게 자세하게 적어두는 이유는 대부분의 스텝들이 오전에 객실을 청소하는 업무에서 실제 기대했던 업무와 가장 큰 괴리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숙소마다 청소에 대한 업무분담이 달라서 청소만을 도맡아서 하는 직원이나 스텝을 고용하기도 하지만, 확실한 것은 모든 게스트하우스의 오전에는 청소업무가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오후의 주 업무는 고객 응대와 예약 관리이다. 대부분의 숙소는 오후 3~4시부터는 체크인이 시작된다. 체크인은 숙소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순간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체크인을 맡은 스텝은 숙소를 대표하는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체크인 절차는 숙소마다 제 각각이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예약자의 정보, 결제 여부, 추가 요청사항 등을 확인하고 예약한 객실로 안내해주는 것이다.
체크인은 보통 5분에서 10분 정도 걸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 동안에 숙소에 대해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안내를 해야 하며,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응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오후에 근무하는 스텝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외국어에 능통한 언어 능력과 밝은 성격을 요하는 편이다. 또한, 오후에는 오전 스텝들에 비해서는 육체적으로 힘을 쓰는 일보다 빠른 상황 판단이나 정보력이 중요하므로 정신적으로 힘을 써야 하는 일이 많다. 문서를 만들거나 예약 프로그램을 확인하는 등 컴퓨터를 활용하는 일도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지식이나 관심이 필요하다. 또 근무하는 동안 수시로 게스트들의 요청에 대한 응대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휴지를 추가로 제공하는 아주 간단한 일부터 여행지나 맛 집에 대한 문의, 때로는 항공이나 기차 등 교통편 예약, 콘서트 티켓이나 입장권 예매에 대한 도움 요청과 심지어는 아픈 게스트를 위해 병원을 안내하는 등 정말 다양한 문의가 있기 때문에 우리 숙소와 숙소 주변 편의시설에 대한 정보는 아주 기본적으로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 스텝 지원자들이 기대하는 업무는 보통 오후에 많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오후에 근무하는 스텝 역시도 힘든 일이 많다. 특히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스트를 응대해야 할 때가 가장 괴롭다. 게스트하우스는 숙박업이지만 동시에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최대한 게스트들이 편안하게 지내다 갈수록 신경 써야 한다. 하지만, 간혹 무료 인원 추가라든가 조식 메뉴를 정해진 시간 외에 수시로 요구하는 등 정말 무리한 요구사항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매끄럽게 해결하기 위해 많은 의사소통 노력이 필요하다.
오후에 근무하는 스텝은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 수시로 들어오는 예약 문의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정확한 응대를 해야 한다. 예약은 숙소의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숙소의 프론트를 책임지는 스텝이라면 예약에 관해서 기본적인 응대는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판매할 수 있는 객실이 몇 개가 있는지, 또 각 객실의 가격은 얼마인지 등 기본적인 예약 문의에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미 숙박 중인 게스트가 예약에 대한 변경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예약 관리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숙소마다 다르지만, 오후의 스텝이 숙소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 운영을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직접 게스트를 응대하고 숙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겪기 때문에 생동감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가 수월하다. 마지막으로 퇴근 전까지 체크인하지 않은 게스트가 있다면, 숙소 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안내가 이루어져야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24시간 프론트를 운영할 만큼 인력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은 정해진 시간 동안에만 응대를 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확인하고 안내하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게스트하우스 스텝이라고 하면 외국인들과의 교류, 손님들과의 여행 이야기 등 왠지 모르게 설레고 즐거운 일들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실제로 게스트하우스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앞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고된 노동들이 많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을 모아서 하는 말은 ‘생각보다 신경 쓸게 많다.’라는 것이다. 물론 게스트와의 즐거운 시간들도 있다.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의 오전은 매일같이 청소와 세탁과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고, 오후에는 게스트하우스로 전화, 메일, 현장에서 밀려드는 문의를 처리하느라 쉴 새 없이 고민하고 답변해야 한다. 이런 게스트하우스의 일이 적성에 맞아 즐겁다는 사람들도 보았지만,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게스트하우스를 스텝이든 운영자든 꿈꾸는 사람이라면, 정말 엄마의 마음으로 정성 들여 숙소와 게스트를 돌볼 자신이 있는지 게스트하우스 스텝이 되는 것,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좀 더 깊게 고민해보기를 추천하다.
현재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은 대부분 파트타이머로 근무를 하고 있다. 비교적 동일한 업무를 반복하는 서빙, 카페, PC방, 편의점 등의 파트타이머와 달리, 게스트하우스는 아침, 오전, 오후, 저녁에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편이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 채용 공고를 보면 오전, 오후, 종일 근무 등으로 나뉘는데 이때 오전과 오후에 하는 일들이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에 위와 같이 미리 알아두고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것은 이렇게 기대와 달리 힘든 일인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게스트하우스를 꿈꾸고 있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걸까? 다음 편에서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낭만을 꿈꾸던 ‘게스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 글은 숙박전문매거진, 매거진 온(Magazine On) 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 글은 직접 국내외에서 10여 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전국에 게스트하우스, 비앤비, 펜션 등 다양한 숙소들을 컨설팅, 교육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