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잠재우는 법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쏟아내기

by Merrychloemas

내가 상담을 시작한 표면적인 이유는 '잦은 이직'이었지만, 알고 보면 상담이 필요했던 이유는 '불안' 때문이었다. 삶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 때문에 늘 무언가에 쫓기듯이 살았고, 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기보다는 벼랑 끝에 밀어내는 때가 많았다. 여기저기 퍼져있던 불안이 합쳐지면서 더 이상 혼자서는 이 불안을 어쩌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나는 상담을 찾게 되었던 것 같다.


상담을 통해 오랜 시간이 지나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이라고 착각했던, 내 마음속에 언제든지 다시 불타오를 수 있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불안의 뿌리는 어찌나 단단한지 한 두 번의 상담만으로는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영원히 내 마음속에 가져가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운이 좋게 없애더라도 평생 그 자리에는 깊은 상처가 남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들었다.


처음엔 어떻게 하면 불안을 없앨 수 있을지 궁금했다. 가능하다면 빨리 불안을 없애고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불안이라는 것은 영원히 사라진 것 같다가도 언제든지 다시 나를 집어삼킬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불안은 앓던 이를 빼듯이 마음속에서 뽑아 없애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 불안이라는 것은 없애려고 애를 쓸수록 오히려 그 힘이 강력해졌다. 불안함을 느낄수록 어렵지만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쉽고도 빠른 방법은 다름 아닌 불안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불안해. 어쩌지?'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라는 것이 아니다. 불안해지는 그 순간, 어떤 이유로 불안을 느끼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불편한 마음이 들었을 때 정확하게 그 상황에 내가 어떤 기분이었고, 어떤 환경에 놓여 있었는지를 최대한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불편해지는구나. 아, 이런 불편한 마음이 불안이구나.'를 깨닫게 된다. 불안은 막연할수록 더욱 커진다. 그래서 불안에 대한 단서들을 자세하게 살펴볼수록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오히려 그 단서들은 불안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서 있을 수 있는 힌트가 되어준다.


평소 내가 정말 많이 불안을 느꼈던 순간들은 대부분 '자기 검열'에서 비롯되었다. 상대방에게 의견을 제시할 때 '아, 이 정도는 누구나 다들 생각하는 건데.'라며 하고 싶은 말들을 제대로 꺼내지 않을 때가 많았다. 또, '아, 이런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이 나를 안 좋게 평가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으로 정작 해야 할 얘기들은 하지 않고 빙빙 돌려가며 대화를 하다가 결국 핵심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내 안에서 자기 검열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불안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있는 게 아닌데도, 혹시나 틀릴까 봐 걱정돼서 내뱉지 못하는 말들이 내 안에 쌓이고 쌓여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계속해서 커져만 가는 불안을 끊어내고자,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연습한 것은 틀에서 벗어나기. 정답이 아니면 어때. 이상하면 어때. 미움받으면 어때. 지금까지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들로 관점을 바꾸는 연습을 하다 보니 알게 됐다. 세상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대했다. 아니 어쩌면 세상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1분 1초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것처럼 잘못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조금은 부족하거나 틀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불안을 느낄까 봐 불안했는데, 이제는 언제든 불안이 찾아오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꽤 오랜 시간 연습한 덕분에 불안이 느껴질 때마다 내가 다시 나를 채찍질하고 있는 건 아닌지부터 살펴보게 되었다. 여전히 불안이 커지면 조금은 두렵지만, 불안과 마주하고 끊어내기 위해서 계속해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있다. 지금 당장 생각의 전환이 어렵다면, 그냥 남 탓이라도 하자. 세상 탓이라도 하자. 이렇게 불안과 잠깐이라도 거리를 두면 불안은 힘을 잃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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