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없는 사진이야기

by Merrychloemas
그렇게 많이 찍어서 뭐 하게?


평소에 사진을 정말 많이 찍는 편인데,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종종 주위사람들이 묻곤 한다. 보통은 '그냥'이라고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편인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에게 사진 찍는 일은 매일 일기를 쓰는 것과 같다. 평소에 인상 깊은 장면을 포착할 때마다 되도록이면 사진으로 남겨두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사진을 찍지 않은 날은 무언가 큰일이 있었거나 아팠던 날일 정도로 사진 찍는 것은 마치 숨쉬기 혹은 일상과 같은 일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런 사진 찍는 습관이 너무나 고마웠던 적이 있다. 작년에 갑작스럽게 요양원에 계시던 할머니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돌아가셨다. 연세가 많으시긴 했지만, 그래도 꽤 정정하신 편이라 너무나 갑자기 할머니와 이별하게 되어 충격이 컸었다. 그때 요양원에 찾아뵐 때마다 찍어둔 사진들이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특히 라이브 포토로 찍어둔 덕분에 할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은 라이브 포토로 할머니를 추억하며 잘 보내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라이브 포토는 아이폰의 사진 촬영 설정 방식인데, 순간적으로 빠르게 연속으로 촬영하는 기법이다. 사진을 꾹 누르면 마치 사진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그래서 '라이브' 포토이지 않을까. 라이브 모드로 찍힌 사진들을 이어 붙이면 동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


이후로는 사진 찍는 일이 훨씬 더 소중해졌다. 그리고 요즘엔 영상도 더 자주 찍는다. 순간들을 더 생생하게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사진에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이 담긴다. 그때의 감정, 분위기 그리고 어떤 맥락들까지도. 언젠가는 직접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사진에세이를 만들어보고 싶다. 나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날까지 열심히 기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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