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독채 숙소를 운영하며 1년 만에 깨달은 것들
작년부터 남편과 함께 작은 독채숙소를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다. 숙소는 서울시 은평구의 구석진 동네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과연 여기에 손님이 올까?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온다. 우리 숙소는 특히 간단하게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고, 아주 작은 세탁기도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일반 여행자들보다는 한 달 살기처럼 장기로 숙박을 하는 손님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우리는 가급적 2주 이상 머무는 손님들에게는 중간중간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은 객실정비를 하러 손님이 없을 때 손님과 미리 약속한 시간에 숙소에 들른다. 아무래도 장기 손님들은 짐이 많은 편이라 중간에 청소를 하러 들어가면 손님들의 물건들이 밖에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장기로 머물고 있는 손님이 있는데, 비대면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서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그런데 몇 주간 손님들의 짐을 보니 대충 어떤 손님들이 이용하고 있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특히나 어린아이들이 함께 머무는 경우는 장난감이나 아기용품들이 있어서 '귀여운 손님들이 와있구나'하고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된다.
직접 손님을 만난 적은 없지만, 매주 물건들을 마주하다 보니 때로는 손님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나도 모르게 쌓인 내적친밀감 때문일까. 아주 오랜만에 그리고 독채숙소에서는 처음으로 손님들이 떠나고 나면 꽤 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리 집에 오랫동안 친척이 머무르다가 떠나면 서운하고 허전한 것처럼.
이전에 운영하던 게스트하우스와 호스텔은 대면 서비스 중심이라 손님들과 부대끼며 지내서 짧은 시간에도 금세 정이 들어 늘 체크아웃 때가 되면 아쉬운 마음이 들었었다. 체크아웃 시간이 되면 기념사진도 찍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꼭 다음에 또 보자'는 말들로 허전한 마음을 달래곤 했었다. 이렇게 숙소를 운영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얻는 에너지가 좋았고, 그래서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숙소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내가 생각했던 숙소의 매력을 잃게 될 거란 걱정이 앞섰다. '앞으로는 숙소 운영에서 손님들에게 좋은 경험을 주기 어렵겠구나.'라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 겪어보니 그것 또한 편견이었던 것 같다. 막상 지금 비대면으로 독채 숙소를 운영해 보니 손님들과 직접적인 교류는 줄었지만, 여전히 손님들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것들이 있다. 오히려 전에는 몰랐던 좋은 숙박 경험을 만드는 방법들을 알게 돼서 손님들을 통해 우리가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동안 손님들에게 내가 더 받은 게 많았어서, 비대면으로 숙소를 운영하게 되면 잃는 게 많을까 봐 두려웠던 게 아닐까. 독채 숙소를 운영한 지 일 년이 지나서야 깨달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했던 이 기분을 잊지 않고 싶어서 오늘의 기록으로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