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공에 대한 집착
쪼꼬미는 수학학원 1차 단원평가에서 57.5점으로 기준인 65에 미치지 못해 강급 위기에 처했다. 복습을 거듭했기에 기대가 컸던 만큼 식음을 전폐하고 잠만 잤다. 고작 11살에 왜 더 일찍 공부시키지 않았냐고 엄마를 원망했다. 생각하는황소 등록 두 달 만에 대한 그만둬야 하는 생각이 많았으나 아이의 의사를 따르기로 했다.
점수를 확인하고 다음날 바로 책상 앞에 앉았다. 2차 단평까지 딱 2주 남았다.
쪼꼬미와 긴 이야기를 나눴다. 시험 유형은 확실히 생각하는 황소 교재를 기본으로 한 심화 문제가 나온다고 했다. 지난 1차 단원평가에서 교재를 여러 번 복습했으나 답을 외워버려 실력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복습은 3 회독까지 + 확인을 위해 최상위 수학을 풀기로 했다. (점프왕과는 유형이 다르고 최상위와 비슷하다고 했다.) 더해서 담임 선생님 피드백을 받아 연산 실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잘하고 있어?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었다. 효율과 성과가 연봉으로 직결되는 칼 같은 회사에서 오래 근무해서인지 한 문장에 많은 의미를 담아 눌렀다. 애써 숨긴 나의 조급함과는 달리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목표를 세팅하고, 계획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나조차도 달리는 삶이 좋았다가 지쳤다가 뿌듯했다가 때려치우고 싶었다가 오락가락하는데 스스로 본인의 스타일을 찾기 전에 부스터를 붙여버렸나. 반면 내 스타일 찾는데 30년 걸렸는데 내 아이의 시간은 단축시켜주고 싶다가 여전히 흔들거렸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데일리플래너에 따로 적지 않아도 쪼꼬미가 스스로 앉아 책을 펼치고 필사적으로 복습을 진행했다. 고양이 티셔츠를 입은 작은 등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다. 음. 역시 사람은 약간의 절박함이 동력이 되는 건가. 그래서인지 2차 복습을 마치고 최상위를 풀었을 때 반타작하던 지난날과 달라 오답 하나 없이 깔끔하게 만점으로 두 단원을 마무리했다. 다시 교재에서 마지막 3차 복습을 했을 때 역시 오답 2-3문제로 마무리되었다. 절박함과 전략의 환상적 콜라보였다.
단평 당일엔 새벽 5시에 일어났다. 거실 불을 다 켜고 책을 펼쳤다 닫았다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을 보자니 수험생 부모가 된 것 같았다. 시험 시간에 속이 불편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오더에 2시간 전에 탄단지 맞춰 대령했다.
시험이 끝나자 같은 반 친구들은 마음이 가벼운지 표정이 밝은데 우리 딸은 아무 말도 없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침묵을 지켰다. 강급 기준인 65점만 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혹은 강급 당해도 재수강반에서 잘하면 다시 승급할 수 있냐고 물었다. 끝까지 다녀보고 싶은가 보다.
한 주 뒤, 쪼꼬미가 등원하자마자 생각하는황소에서 문자가 왔다. 82.5점으로 반에서 2등. 해냈다. 멱살캐리 인생 11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가 스스로 성공을 만들어냈다.
실패는 누구나 할 수 있고 그 실패가 너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 빠르게 원인을 분석하고, 실험하고, 묵묵히 해나가면 성공할 수 있단다. 처음 손으로 눈덩이를 뭉치기는 어렵지만 주먹만해지면 다음은 굴리고 굴려 눈사람이 되듯, 스스로 이룬 값진 작은 성공이 씨앗이 되어 나무가 되고 우리 딸이 원하는 시기에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 저녁은 탕수육이다.
돈 내고 다니는데도 유급이라니
기억에 남는 작은 성공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라면도 맛없게 끓이는 마법을 부리는데
처음으로 봉투 뒷면의 설명서대로 끓였더니 아주 맛있었어요.
그 이후로 설명서가 있는 건 다 한답니다.
요새는 창의적인 요리도 시도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