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록키에서 밴쿠버로 10시간, 밴쿠버에서 한국으로 11시간의 비행, 그리고 공항에서 집까지 돌아오는 긴 일정이 끝나고, 다음날 바로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
뉴욕에서 13시간의 시차, 밴쿠버에서는 16시간의 시차로 2주간 낮과 밤이 반대가 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아침에 출근했을 때는 괜찮다가도 오후 3시 정도가 되면 머리와 눈이 너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마 밤이어야 하는데 계속 각성상태여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무엇보다 가장 심한 후유증은 모든 것이 귀찮고 무기력해졌다.
마음에 행복을 가득 채워 넣는 대신, 다시 돌아온 일상을 받아들일 공간을 조금도 남겨두지 않았나 보다. 잠을 자며 꿈을 꿀 때는 록키산맥을 이동 중이었고, 자꾸만 아침에 눈을 뜰 때면 '여기가 지금 어디지?', '뉴욕인가?' 이런 생각들로 깼다가 바쁘게 준비하고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에 정신이 쏙 나가버렸다.
뉴욕의 비싼 물가와 밴쿠버에서 안전하지 못했던 부랑자들이 있던 거리를 걸을 때면, '당장 한국에 가고 싶다.', '역시 한국에 사는 것이 최고야'라는 생각들이었고, 마지막에는 이제 정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했던 일상으로 돌아왔음에도 적응이 잘되지 않는다는 내 말에 회사동료가 말했다. "여기가 현실이야! 이제 적응해야지. 얼른 주말이 돼서 쉬기도 하고 나가서 바람도 쐬면 좋아질 거야."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은 여행임에도 아득하게 먼 곳처럼 느껴져 사무치게 그리워져 만 장에 가까운 사진들을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진들을 조금씩 아껴서 꺼내보았다. 아주 신나는 꿈을 맘껏 꾼것만 같다.
휘트니미술관의 전시장에 있는 쇼파에 앉아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뉴욕의 비 오는 허드슨강의 물결과 전시를 보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아주 천천히 느리게 보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여행에 대한 잔상은 마치 포근하고 따뜻한 영화의 엔딩장면과도 같았다.
다시 그곳에 갈 때까지 아주 오래 그리워할 것을 안다. 여행후유증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