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도 내 여행기분을 망칠 순 없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처음으로 인종차별을 겪었다

by 메이 이혜림

부다페스트 거리를 그냥 거닐며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테라스마다 사람들로 꽉 찬 식당이 보였다. 메뉴를 보니, 가격대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가는 식당이었다. 우리도 이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지금은 빈자리가 없어 10분 정도 기다려달라는 서버의 말에, 알겠다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보다 늦게 온 커플은 벌써 테라스로 자리 안내를 받았다. 우린 실내를 원한다고 했으니, 실내는 자리가 다 찼겠거니, 싶었다.


또 다른 커플이 지나가다 발길을 멈춘다. 서버에게 2명이라고 이야기하자, 실내로 안내를 받는다. 바로 이야기했다.


"당신이 자리가 없다고 10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저 사람들은 우리보다 늦게 왔음에도 왜 먼저 들어가는 거죠?"


어영부영 어쩔 줄 모르더니, 더 경험이 많은듯한 서버가 와서 본인의 실수라고. 미안하다고, 지금 바로 입장 하라고 했다. 실내는 텅 비어있었다.


미숙한 직원의 실수겠거니, 하고 자리를 잡았다. 남편이 주문하는 메뉴마다 현재 제공할 수 없다고 한다. 남편은 결국 메뉴도, 음료도 본인이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없었다. (밖에서 기다릴 때부터 생맥주 먹는 사람을 많이 봤는데. 왜 갑자기 생맥주가 안된다는거지?)


식전 빵이 나왔다. 누가 봐도 먹다 남긴듯한 비주얼에, 큰 바구니에 달랑 두 개의 조각이 올려져있었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테이블에는 빵이 가득 담긴 바구니가 올려져있다. 물론 다른 테이블에도 두 명이 앉아있다.


한숨이 나왔다. 알게 모르게, 은근히 차별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영문을 모르는 남편. "빵 괜찮은거 같은데 왜?" 라고 묻던 남편은 주위의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더니, 그제사 눈치를 챘다. 음식 서빙 온 사람에게 남편은 조용히 이야기했다.

"새 빵으로 교체해주세요."


매니저가 우리에게 처음 빵을 건네 준 서버에게 가서 무어라 이야기 한다. 서버는 다른 테이블에 가려다말고, 우리 테이블에 와서 빵을 내려놓았다. 다른 테이블에 가려고 준비했던 빵이었다. 바구니에 아주 가득 차 있었던 빵.


"그 어떤 것도 내 여행 기분을 망칠 순 없어!"


남편은 진짜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나는 빵 터졌다. 근데 그 말을 듣고 보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게다가 음식은 나쁘지 않은 맛이었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다진 마늘과 익숙한 향이 감도는 굴라쉬를 먹으니 좋았다. 인종차별이니, 바가지니, 뭐니.- 이것 저것 무수히 많은 부정적인 일이 내게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무엇도 내 여행을 망칠 순 없다!


어떤 일이 내게 발생하는 것을 내가 막진 못해도, 그 일이 내게 끼치는 영향은 내가 선택하고, 막을 수 있다.

"넌 내 기분을 망칠 수 없어"

그렇게 내가 선택하고 나면, 정말 그렇게 되는거다. 남편은 누군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이런 일을 당하면 기분은 나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람이 안쓰럽다고 했다. 나는 아주 솔직히 말해서 안쓰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남편은 정말 선한 사람이다. 나라면... "저 테이블들이랑 우리 테이블들의 빵이 조금 다른 것 같아. 너도 보이지? 새로 가져다줄래?" 했을텐데.


남편은 굳이 그런 말 따위 섞지 않는다. 아주 정중하고 나긋하게. "새 빵으로 교체해주세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매니저도 요청 이유를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남편이 그렇게 말한 이유는 상대방의 기분 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말하다보면 감정이 앞서게 되니까. 언제나 느끼지만, 나와 참 다른 온도를 지닌 사람. 참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 서버가 남편 뒤에서 치우던 음식물 식기를 떨어트렸다. 하하 손님 케어보다 떨어진 식기와 주변을 정리하는게 먼저였고, 사과보단 디저트를 서비스로 주겠다는 말이 먼저인 식당.


남편은 티셔츠에 묻은 음식물을 스스로 티슈를 찾아 닦아냈고. 나는 더이상 이 곳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다 사라져버렸다. 화가 난게 아니었다.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운 장소가 아닌 곳에서 굳이 서비스 디저트를 먹으면서까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계산을 하는데에도, 포스기가 현재 고장이 났다며 카드결제는 좀 더 오래 걸린다고 ㅠㅠ (너네 정말 왜그래?ㅠㅠ)

꿋꿋하게 카드 결제를 하고 나왔다.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식사를 마치고 길을 걸었다. 하늘은 청아하게 맑고, 햇살은 따뜻하고. 가을 바람이 산들 산들 불어오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처음으로 "아 나 지금 인종차별 받는건가?" 싶은 경험이었다. 인종차별로 악명 높다는 파리나 비엔나에서도 괜찮았는데.. 남편이랑 손 잡고 걸으면서, 오늘 배운 교훈을 머릿속에 되뇌인다.


1. 누가 내게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은 내가 막을 수 없다.

2. 차별 대우를 받았을 때의 대처방법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3. 그 때의 내 감정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경험으로 배우는 여행! 언제나 좋은 기분을 유지하며 여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