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그 이후의 이야기 : 미니멀 세계여행
결혼을 하며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미니멀 라이프.
주변 지인들과 미래를 향한 노선이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가끔은 내가 유난이라던가, 별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고 내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 이후로 다른 이들의 삶과 다름에서 오는 흔들림이나 주저함 없이 차분하게 나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고,
또 그 덕분에 이렇게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의 자취 시절부터 2년간 우리의 신혼 생활까지 책임져주었던 작은 원룸.
세계여행을 떠나면서 모두 정리했다.
집이 작았기에, 생활 규모나 물건도 줄일 수밖에 없었던 신혼생활.
덕분에 살면서 꼭 필요한 물건은 얼마 안 된다는 것도,
집이 가진 편안함이나 아늑함은 공간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돈의 씀씀이 또한 줄여서 저축을 많이 했고, 돈도 많이 모았다.
그 덕분에 세계여행도 갈 수 있게 되었으니,
저는 이 집에 고마운 빚만 지고 떠나게 된 셈이다.
침대 프레임, 테이블, 옷장 등
큰 가전 가구들과 주방 살림들까지 모두 다음 세입자에게 저렴한 값에 넘겨주며 정리할 수 있었다.
남편 직장의 후배인데, 집을 한번 보고 간 뒤로 너무 마음에 든다며 단번에 계약 완료!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간단하게 살림을 처분했다.
세계여행 갈 때 가지고 갈 짐들을 배낭에 넣고,
귀국해서 다시 사용할 짐들은 리빙박스에 담아 넣고.
다음 세입자에게 넘겨주기엔 미안할 정도의 짐들은 버리거나 기부를 했다.
여행용 배낭 2개와 친정에 맡겨둘 리빙박스 2개와 캐리어 2개.
집을 정리하고 나니, 우리에게 남은 짐이 고작 이 정도라니.
마음만 먹으면 어디라도 훌쩍 떠나 살아갈 수 있겠구나, 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예전에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가장 소망했던 것 중 하나가
내가 가진 모든 짐이 하나의 캐리어에 다 들어가서 어디로든 여행 다니며 살아보고 싶다 였는데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시작된 셈이다.
배낭 하나씩 메고, 남편과 둘이 손 잡고서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세계여행.
2019년 3월 26일에 한국을 떠나서 여행을 시작한 지 4일 차.
지금은 베트남 다낭과 후에 사이에 있는 리조트에 머물고 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한 템포 쉬어가고 싶었다.
이곳에서의 일과는 한국에서보다 단순하다.
알람 없이 해 뜨는 시간에 맞춰 가뿐하게 눈을 뜬다.
정신없이 자고 있는 남편을 뒤로하고 혼자 테라스에 나가
새소리를 들으며 짧은 명상을 하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마음이 내키면 요가를 한다.
나 혼자만의, 이 고요한 시간을 나는 너무도 사랑한다.
명상과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단정히 매만지고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기도 한다.
남편도 일어나고, 출출하다 싶을 때 리조트 내 식당에 가서 조식을 먹는다.
남편은 주로 쌀국수와 각종 샐러드, 빵, 볶음밥 등의 탄수화물을 먹고
저는 주로 생과일과 연유가 들어간 베트남 커피, 카페 쓰어다를 마신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며 건강에도 관심이 생겨서
채식 지향적인 습관, 특히 하루에 한 끼는 과일 식물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뒤의 일정은 딱히 없지만 거의 매일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남편과 4개월간 체육센터를 다니며 수영을 열심히 배웠다.
드디어 써먹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수영을 하면서도, 수영을 하는 나 자신이 신기해서 매일 놀라는 경험의 연속이다.
세계여행을 계획하면서 여행짐도 최대한 간소하게 가지고 나오자고 했고,
계획은 배낭 7kg였으나 욕심이 생겨서 9kg의 배낭을 가지고 나왔다.
남편은 12kg.
메인배낭에는 대부분의 짐을 넣고
보조배낭에는 맥북과 여권, 돈 등 중요한 물건을 넣는다.
내 배낭 속 짐의 전부.
모든 물건은 품목별로 정리해 파우치화 해서 보관한다.
그래야 필요한 물건 찾을 때 배낭을 여기저기 뒤적이지 않고
딱 그 파우치 하나만 꺼내면 되어 간편하고 좋다.
숙소를 이동하게 되어 짐을 다시 쌀때도,
파우치 갯수만 세면 되니까. 물건을 빠트리고 갈 일도 줄어든다.
외출복은 딱 7벌 가지고 나왔다. 6벌의 원피스와 한 벌의 가디건.
모두 구김이 가지 않거나, 티가 나지 않는 옷들로 챙겼다.
청바지, 반바지, 셔츠같은건 한국에서도 입지 않아서 없다.
한여름용 나시 면원피스1
편안한 pk원피스 2
멋내고싶을 때 드레스1
비치원피스1
간절기원피스1
이정도면 충분하다.
같은 기능의 옷은 한 벌로 줄이고 평소 다양한 목적으로 입던 옷들을 제대로 챙겨오면
몇 벌 없는 옷임에도, 옷이 부족하단 생각이 안든다.
남편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품은 남편 배낭에 보관한다.
전자기기충전 / 잡동사니 / 음식 / 세면도구 파우치인데
이 또한 최대한 적은 양으로 간소하게 준비했다.
미니멀라이프는 여행할 때 가장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지니고 있는 짐이 적을수록, 배낭을 멘 두 어깨가 가벼울수록
여행하는 매 순간을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딱히 세계여행때문은 아니었지만
결혼을 한 뒤로 거의 2년간 미용실에 가서 헤어시술을 받지 않았다.
나조차도 나의 원래 머리모양이 어떤지 기억 나질 않았다.
곱슬머리인게 너무 컴플렉스라서 꼬박 꼬박 매직을 했었다.
2년간 헤어시술을 받지 않으니, 저의 온전한 곱슬머리카락이 어깨위로 구불거린다.
한국에서는 항상 "매직 좀 해" "조금 지저분한것같아" 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 거의 묶고 다니거나 일일히 고데기로 펴주곤 했다.
이곳에서는 아무도 제 머리칼이 어떤지 신경쓰지 않는다.
나 또한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다른이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내 머리가 어떻든, 그냥 푸르고 다닌다.
이제 나는 나의 곱슬머리가 참 마음에 든다.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주고, 밋밋한 나의 이목구비를 조금은 통통 튀게 만들어주는것같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될까 궁금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대되는건 이 여행을 통해 더 나다워지는 내 모습이다.
언제나 내면에 귀 기울이고, 나를 사랑하는 인생을 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