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메리 Sep 09. 2024

아이스께끼 소년

아버지와 아이스크림

  어느 날 거실에서 아버지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어렸을 때 아이스크림 한 개에 2원, 3개 5원, 6개 10원이었다고 하셨다.


  "아부지 그걸 어떻게 아직까지 기억하신대요?"


  아버지께서 렸을 때 학교 앞에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셨다고 한다. 어렸을 때 가난해서 학교를 못 다니셨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렇게만 생각했었는데, 꼭 가난 때문이 아니라 6남매 중 내아들이라서 그랬던 것도 있는 것 같다. 큰아빠들과 아버지의 학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조선 후기부터 이어져 온 장남에게 몰빵*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장남인 큰아빠께서 제일 학력이 좋으시다. 그리고 당연히(?) 막내아들인 우리 아버지와 딸들인 고모들은 학교를 많이 못 다니셨다. 고모께서 대구에서 돈 벌어서 막냇동생 학교 보내주라고 등록금을 시골집으로 부치셨는데 할아버지께서는 그 돈을 다른 데 쓰셨다고 한다.


*몰빵 - '집중 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


  어쨌든 아버지께서는 아이스크림 한 개에 2원일 때 장사를 하셨는데, 공장에 120원을 주고 아이스크림 100개를 다. 100개를 다 팔아서 200원을 벌면 80원이 남는 셈인데 그게 아버지 몫이었다고 한다.

  공장에서 사 온 아이스크림 통을 둘러메고 학교 앞에 가서 '아이스께끼'*를 외치셨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을 드시며 그 얘기를 하시는데 표정이 왠지 슬프게 느껴졌다.  작은 체구로 덜렁덜렁 아이스크림 통을 둘러메고 또래들 앞에서 '아이스께끼'를 외치셨을 아버지를 떠올려 보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 소년이었던 아버지께 가서 뒤통수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기분 나빠하려나...


 *아이스케이크 ice-cake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


이런 모습이었으려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