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하지 않는다

by 메리언

이번 일을 겪은 이후로 그 사람들(?)이 절대 알 수 없는 새로운 글 계정을 만들어야 한단 생각에 브런치의 원래 계정은 그대로 두고, 아무도 모르게 두 번째 계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만든 후 깨달았다. 작가 합격이란 산를 다시 한 번 넘어야 한다는 것을…..


5년 전 작가 신청을 할 때는 3수를 해서 걱정이 되었다. 글 하나를 심사에 넣어 정면 승부하거나 그동안 글을 꾸준히 올린 블로그로 승부하는 방법을 써야 했다. 블로그는 이 소동을 겪으며 모두 비공개 처리 해놓았으므로 방법이 없어서 그저 글 하나로 정면 승부를 했다. 너무 마음이 상심이 커서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어제 저녁에 신청하고 잤는데, 오늘 저녁에 메일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한 번의 통과라니….! 신기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정선된 에세이를 쓰는 법을 점점 깨달아가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 구독자수가 오르길 걱정하며 공공연하게 알리는 행위를 안할 거다. 맨땅에 헤딩하며 나를 모르는 이들 속에서 한 명씩 구독자를 늘려갈 생각이다.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려 이런 사건이 일어날까 궁금하단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이라면 분명 의미가 있을텐데 말이다. 나도 궁금하다. 그저 하루 사이에 큰 충격 속에서 분명해진 건 비밀 계정을 파서라도 나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투지를 가졌다는 것, 출판은 좀 그렇지 않나라는 마음에서 이제 정말 점점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보자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 정도이다.


무언가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겠지. 그리고 그들에 대해 생각한다. 언젠가 나와 꼭 같은 배신감과 환멸감을 누군가에게 느낄 때가 오면 예전에 나에게 한 짓이 얼마나 폭력적인 짓이었는지를 깨달아주길. 내 감정은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설명해도 모를 것이기에. 인생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니 관계 속에서 비슷한 아픔을 겪고 나면 스스로 깨달았으면 한다. 나에게 이 일은 기회가 될 것이고, 그들에게 이 일은 언젠가 맞닥뜨려야 할 아픈 미래가 될 것이다. 그러니 복수하지 않겠다. 그저 이 모든 아픔을 아시는 하나님께 그들의 행위를 낱낱이 아뢸 뿐이다.


기도하며 얻은 지혜는 이럴 때일수록 인생을 몇발자국 뒤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달고 쓰고 짜고 실 수도 있으나 뒤에서 바라보면 그 모든 건 그저 아름답고 단단한 서사일 뿐이다. 그 서사 어딘가에 내가 흘러가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기도하고, 푹 쉬며 몸을 잘 돌보고, 가족에게 집중, 눈앞에 써야할 글들과 해야할 본업에 집중하는 것 뿐이다. 간단하다.


짐승 같은 회복력으로 또 다시 폐허 같은 마음에 벽돌을 올리고 있다. 아무리 부랑자 같은 이들이 와서 무너뜨린다 해도 절대 멈추지 않는다. 예루살렘 성벽을 다시 쌓았던 느헤미야의 마음으로. 내게 글은 그 어떤 시련 속에서도 반드시 꽃 피워야 할 내 소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