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인 필자 입장에서도 한편으로 공감이 간다. 다주택자의 가장 큰 대못은 역시 취등록세 중과이다. 거의 14프로에 육박하다 보니 섣부르게 움직이기 쉽지 않다. 나 또한 과중한 취등록세 때문에 추가 매수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과연 투자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수익이 난다고 생각하면 취등록세 높은 허들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 허들로 인해 웬만한 투자자들이 못 들어오기 때문에 더 기회가 생길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여기 두명의 다주택 투자가가 있다. 둘 다 다수의 아파트를 투자해서 나름 성공적인 투자를 이루었다. 하지만 전 정부의 다주택 규제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고금리로 인해 시장 환경은 더 최악으로 치닫게 되었다. 시장이 활황일 때는 둘 다 자신의 투자실력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흘렀지만 막상 시장이 급랭하다 보니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한 친구는 이런 안 좋은 환경을 처음 접했다. 그러다 보니 매우 당황해했다. 정부 규제,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시선들, 그리고 급랭한 시장들은 이 친구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친구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현재 보유한 주택들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고금리에 시장이 안 좋다 보니 쉽게 팔리지도 않았다. 경기가 조금씩 풀리는 시점에 급매 중의 급매로 결국 보유한 주택을 모두 정리했다. 다행히 손해는 보지는 않았지만 큰 수익은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그 뒤로 서울을 중심으로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보유한 주택들도 덩달아 오르면서 매도한 주택들이 급상승해 버렸다. 이 친구는 현재 본인의 조급함에 크게 후회를 하고 있다.
한편 다른 친구는 하락장을 과거에 경험을 한 친구이다. 그렇다 보니 나름 하락에 대한 내공이 있었다. 전 정부의 다주택 규제로 인해 투자를 할 수 없는 환경이 펼쳐졌는데도 이 친구는 그런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중에는 시장을 분석하고 주말에는 임장을 다녔다. 그리고 똑같이 고금리로 인해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기 시작하고 1년 반이 될 즈음에 이 친구는 분당에 아파트를 추가로 매수한다. 그것도 가장 안 팔리는 중. 대형을 매수한다. 물론 취등록세 14프로를 냈다.
매매가는 11억 5천, 전세 8억이다. 취등록세를 포함하면 13억에 매수했다.
취등록세로 1.4억을 내고 매수를 한 것이다.
나는 이 친구에게 "어떻게 그렇게 과감할 수 있어?"' " 앞으로 부동산이 어떻게 될 줄 알고 그러는 거야?"
물어보았다.
"저는 과거 하락기를 지난번에 경험하면서 크게 후회를 한 적이 있어요.
침체기에 매수를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대중의 심리에 함께 동조해서 머뭇거리다가 기회를 놓쳤던 아픔이 있어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시장이 가장 안 좋을 때가 가장 좋은 기회가 나에게 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전쟁 이후 급격한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이 패닉이 오고 다주택자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아마도 저에게는 기회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그리고 고민의 고민 끝에 14프로 고금리를 껴안고 사도 지금이 가장 바닥이니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으로 추가 매수하게 되었어요."
보통 일반적인 투자가라면 절대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한다. 1.4억 세금을 내고 산다?
그때 매수한 아파트는 현재 재건축 이슈가 불며서 17억 18억을 넘어가고 있다.
취등록세의 공포를 이기고 매수한 아파트가 세전 3~4억을 만들었으니 그 친구의 결단력이 대단해 보인다.
이 두 친구의 사례를 보면서 나 또한 똑같은 다주택 투자자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 또한 환경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투자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취등록세의 허들을 넘지는 못했다.
최근에 물건들을 많이 보면서 2년 전에 만약 샀다면 대부분이 취등록세를 제하고도 최소 몇억씩은 수익은 만들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진정한 투자가는 시장의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어떻게든지 그 안에서 나만의 투자 방식을 모색하는 사람이 진정한 위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