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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Apr 20. 2022

먹는 것만큼은 진심입니다

프랑스 유치원 급식

얼마 전 부활절이었다. 부활절 몇 주 전부터 매장 곳곳에는 토끼 모양, 달걀 모양의 각종 초콜릿이 전시되어 있었다. 초콜릿 브랜드도 얼마나 많은지 각양각색 형용색색이었다. 작년 이맘때가 갑자기 떠올랐다. 2021년 3월, 팬데믹으로 인해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안에만 있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통 알 수 없고, 오로지 TV 시청 또는 라디오를 들어야 알 수 있었다. 프랑스 라디오를 들으면서 요리를 하고 있는데 코너 진행자와 게스트가 서로 열띤 논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요리에 집중하느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를 귀담아듣지는 않았다. 팬데믹이 심각한 상황이라 이와 관련하여 해결책을 찾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꾸만 쇼콜라(Chocolate)라는 단어가 수시로 들렸다. 쇼콜라가 어쩌고 저쩌고 자꾸 쇼콜라가 들려서 요리를 잠깐 멈추고 귀담아 들었다. 곧 있을 부활절을 맞이하여 곳곳에 초콜릿을 판매하고 있는데, 어떤 초콜릿이 맛이 있으며, 어떤 브랜드가 새로운 초콜릿을 출시했는지, 초콜릿 퀄리티는 어떤지 등등 부활절 맞이 초콜릿에 관한 열띤 토론이었다. 나는 그만 칼자루를 손에 들고 한바탕 웃고 말았다. 프랑스인들은 아무리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어도, 초콜릿만큼은 진심이구나. 먹는 것에 관해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구나. 프랑스인들은 초콜릿을 즐겨먹는다. 이들은 디저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때 단 음식을 즐긴다. 디저트도 한 끼 식사에 꼭 포함되야하는 또 다른 반찬과도 같은 존재다. 한 입 베어 물면 두 입은 못 먹겠다 싶을 정도로 단 케이크와 초콜릿을 이들은 꼭 챙겨 먹는다. 팬데믹이 와도 먹는 것만큼은 포기 못하는 프랑스인들이다.


팬데믹 이전, 나는 아이가 기관에 다니고 나서부터 프랑스어를 배우러 어학원에 다녔다. 파리 중심부에 있는 알리앙스 프랑세즈에 다녔는데, 이곳의 장점은 매달 문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수강생은 무료로 매달 진행되는 문화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참가할 수 있다. 그때 당시, 미술관에도 같이 갔고, 파리 구석구석 산책하기도 하고, 크레페 만들기도 하며, 영화도 같이 봤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생제르망 일대 미식 투어였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신청해서 들으려면 100유로 가까이하는 프로그램인데 특별 이벤트로 선착순 2명만 뽑는다고 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선착순 2명에 들어갔고, 날이 좋은 그날 어학원 입구에 미리 도착해서 기다렸다. 다른 한 명이 그날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온다고 했고, 나 혼자 참가하게 됐다. 어학원 관계자 2명, 미식 투어 가이드 1명,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이서 생제르망 일대 정육점, 통조림 가게, 프로방스 천연 올리브 오일 가게, 초콜릿 가게 등 모두 하나 같이 역사가 깊고, 유명한 곳만 찾아갔다. 미식 가이드는 오직 나 한 사람을 위해 설명을 해줬다. 이런 기분은 또 처음이다. 내가 무슨 VIP도 아니고, 오직 나란 사람을 위해 3명이 붙어서 약 2시간 반 동안 유명 식품점 7~8군데를 찾아다니며 내게 설명을 자세히 해줬다. 해당 식품점 주인 또는 직원들도 나를 친절히 맞아줬다.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 한 사람을 위한 특별 미식 투어 프로그램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프랑스 사람들의 미식에 대한, 음식에 대한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에다. 고기 한 덩어리를 가지고 이것은 어디에서 며칠 동안 숙성한 소고기인데 부위는 어디고 맛의 차이는 어떻고 한참을 설명했다. 저장법, 관리법 등 전문적으로 설명을 해줬다. 올리브 오일 가게에서는 이 올리브는 어떻게 제조되고, 어떤 식으로 만들며 끝이 없었다. 초콜릿 가게에서는 초콜릿 역사를 설명하면서 어떻게 이 초콜릿은 만들어졌으며, 각각의 맛은 미묘한 차이가 어떤 식으로 있으며, 어떻게 먹으면 더 맛이 있으며 초콜릿 하나 가지고 설명이 끝이 없다. 시식을 하는데 어학원 관계자 두 분은 초콜릿은 한 입 베어 물더니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중 한 남자 선생님은 천국의 맛이라고 표현했다. 내가 "초콜릿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니, 그가 답하길, "물론이죠. 프랑스에서는 디저트, 초콜릿은 필수예요! 단 음식은 사랑이에요. 예술이죠. 나는 전식, 본식은 안 먹더라도 디저트는 꼭 먹습니다!"라고 했다. 디저트는 생명과도 같다며 디저트 예찬론은 끊이질 않았다. 그날 참가한 나보다 어학원 관계자 두 명이 더욱 신난 표정이었다. 자기들이 어학원 다니면서 이런 미식 프로그램에 일하는 중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작년 9월, 아이 유치원에서 첫 학부모 모임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칠 예정이며, 요일별로 어떤 프로그램을 하는지, 학부모님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등에 관해 말씀하셨다. 40분 정도의 선생님 말씀이 끝나고, 질문이 있으면 자유롭게 해달라고 부모님들께 말했다. 30명가량의 학부모들은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질문했다. 질문은 많지 않았다. 한 질문에 오랫동안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바로 그 주제가 급식과 간식에 관한 내용이었다. 급식은 어떻게 나오는지, 메뉴는 어떤지, 간식은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알레르기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 먹는 얘기로 시작해서 먹는 얘기로 끝났다. 아이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먹는 일이었다. 생활하는 것 중에서 먹는 부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듯 보였다. 유치원 아이들이라 그런지 학습 관련 질문은 거의 없었다. 한국이었으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학습하며, 공부 관련한 질문이 있었을 것 같은데 프랑스는 달랐다. 정말 먹는 것에 진심인 프랑스인들이다.


(좌) 유치원 입구에 붙어있는 이번주 급식 메뉴(Rabel rouge와 Bio 표시가 있다) (중) Sogeres 앱에 있는 레시피 소개 글 (우) 부활절 맞이 초콜렛 소개


유치원 교문 앞 게시판 및 수요 학교 입구에는 늘 일주일 치의 급식 메뉴가 붙어있다. 교문 앞 게시판에 메뉴 외 다른 것은 잘 붙어있지 않았다. 메뉴만큼은 재깍재깍 일주일 단위로 업데이트된다. 먹는 것을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방학 학교에도 급식 메뉴는 늘 게시판에 철저하게 붙어있다. Sogeres라는 앱을 핸드폰에 다운로드하면 매일 나오는 유치원 급식 메뉴를 한 번에 알 수 있다. Sogeres라는 식품 업체가 아이 유치원 급식을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 요리는 전식, 본식, 디저트 이렇게 나뉘어서 순서대로 나오는데, 유치원 급식도 이렇게 나온다. 전식 먹고, 본식 먹고, 디저트를 먹는다. 이렇게 프랑스는 어릴 적부터 식사하는 법을 가르친다. 어떻게 식사를 하며, 식사 중에는 어떤 예절을 지켜야 하는지 등을 가르친다. 우진이한테 얘기를 들어보면, 식사 중에는 대화를 하지 않고 음식에 집중하며 조용히 먹는다고 했다. 물론 떠들고 하는 아이들도 있을 테다. 하지만 급식 감독 선생님이 주의를 주는 것 같다. 메뉴를 보면, 치즈는 항상 나온다. 한국의 김치 같은 존재다. 한국인 밥상에 김치가 꼭 나오듯, 프랑스 밥상에는 치즈가 늘 나온다. 제철 채소와 과일도 많이 나온다. 가지, 호박, 브로콜리, 양배추, 시금치 등 몸에 좋은 채소가 많이 나온다. 단, 채소를 잘 안먹는 아이들은 아마도 채소 요리는 입에 대지도 않을 것 같다. 우진이도 채소를 좋아하지 않아서 급식 때 잘 먹지 않을 것 같다. 오늘 채소 먹었냐고 가끔씩 물어보면 대답이 영 시원찮다. 그러면 안먹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집에서라도 온갖 채소를 잘게 썰어서 볶음밥 형태로 늘 섭취하게 한다. 또는 야채를 잘게 다져서 전 형태로 만들어준다.


프랑스 유치원 급식 메뉴를 보면 채소를 생으로 까지는 아니라도 아이들이 약간 먹기 힘든 형태로 나오지 않나 싶다. 프랑스 미슐랭 식당에 가면 대단한 조리 없이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요리들을   있는데, 그만큼 프랑스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식재료가 신선하면, 식재료가 최고급이면  이상의 조리는 필요없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하다. 프랑스에 살 때 나름 프랑스 요리를 경험해보고자 리츠 호텔, 포시즌 호텔 등 고급 호텔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보기도 했다. 전식부터 후식까지 (중간 치즈 카트도 나오고) 먹는데만 장장 2시간 반 걸렸다. 프랑스 요리는 신선한 재료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소스가 발달했다. 소스 맛이 식당의 퀄리티를 좌우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만큼 프랑스 요리에서 소스가 중요하다. 아무튼 대놓고 야채는 유치원 아이들에게는 조금 힘들  있다고 생각한다. 우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닭고기, 소고기  쿠스쿠스(한국 쌀과 비슷하다) 나오면 아주  먹는다. 생선도  먹는 편이다. 대신 치즈와 야채는 힘들어한다. 프랑스 유치원 급식 메뉴에는 요거트와 꽁포트도 자주 나온다. 방과 후에 유치원에 계속 남아 있는 아이들은 구떼(간식)까지 제공되는데, 그때는 빵오쇼콜라, 바나나, 우유, 요거트, 꽁포트 등이 나온다. 유치원에서는 먹기 싫은 음식을 아이들에게 억지로 먹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진이는 치즈를  먹는데 치즈를  먹을 경우, 급식 감독관이 음식에 아예 손을 대지 말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  음식은  먹고 싶은 다른 친구가 먹을 수도 있고, 아니면 모아서 다른 어려운 기관에 보내줄 수도 있다. 일단 아예 먹지 않을  같으면 손을 대지 말라고 한다고 했다. 대신 조금이라도 먹을거면 먹도록 하고. 음식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전식, 본식, 후식이라는 프랑스식 식사법을  3세부터 몸에 습득하는 프랑스 유치원이다.


Sogeres 앱에서 인터넷 뱅킹으로 급식비를 간편하게 결제한다. 아날로그 프랑스가 웬일로 급식 결제 시스템은 매우 디지털화되어 있어서 조금 놀랬다. 앱이 매우 잘 되어 있다. 또한, 저녁 메뉴가 고민인 엄마 아빠들을 위해 메뉴 추천도 해주고, 요리법도 자세하게 알려준다. 점심때 먹는 급식과 영양을 맞춰서 저녁에 섭취하면 좋을 만한 메뉴를 선정해서 요리법까지 한 번에 알려준다. '오늘 뭐 먹지?'가 늘 고민인 부모들의 해결사 같은 친절한 앱이다. 나도 가끔 앱에 들어가서 오늘 아이가 유치원에서 뭘 먹었는지 메뉴를 확인해본다. 추천 레시피도 살짝 본다. 프랑스에서는 최대한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려고 하는 편이다. 메뉴를 보면 Rabel Rouge, Bio 등의 표시를 쉽게 볼 수 있다. 급식 메뉴 중에서 라벨이 하나도 안 붙은 적은 없다. 1~2개는 늘 붙어 있다. 먹는 것만큼은 까다롭고 엄선해서 메뉴를 선택하고 영양을 따져가며 내놓는다.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는 한국 옆에 있는 어떤 나라(배추김치 만드는 과정을 뉴스에서 보고 경악했다)와는 다르다. 지금까지 우진이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면서 식중독에 걸려본 적은 없다. 그만큼 먹는 것에는 신경을 많이 쓴다.  


Sogeres 앱에서 오늘의 급식 메뉴, 간식 메뉴, 그 외 기타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by Sogeres 앱


프랑스는 매년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작년 9월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파리시는 '2021-2016 지속 가능한 식품 계획(Plan Alimentation Durable)'을 발표한 바 있다. 100% 지속 가능한 식품, 그중에서 50%는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으로 구성된 급식을 제공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1,300개 시립 단체 식당(어린이집, 학교 급식, 사회보호센터, 아동보호시설, 양로원 등)에 매년 제공되는 3천만 끼 식사의 질을 높이고,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각 시청 및 관련 협회 관계자들이 함께 협의해서 ‘2015-2020 지속 가능한 식품 계획’을 이미 설정한 바 있다. 2015년 7월 1일 채택된 이 계획에 따라 2008년 7%에 그쳤던 지속 가능한 식품 비율이 2019년에 53.1%(유기농 식품 46.2% 포함)로 증가해 초기 설정한 50% 목표를 초과 달성함으로써 파리는 프랑스에서 유기농 식품 주요 공공 구매자가 됐다. ‘2021-2026 새로운 지속 가능한 식품 계획’은 현재 모든 시립 급식 관리자들이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해 함께 만들고 있으며, 2022년 상반기 파리 시의회에서 채택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새로운 계획은 지속 가능한 식품 100% 사용 및 그중 50%는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 사용, 가공식품 및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주 2회 채식 메뉴 제공 등을 포함한다. 지속 가능한 식품은 3가지 지표로 평가되는데 유기농 제품 비율, 지역 및 제철 농산물 비율, 빨간 라벨(Label Rouge, 국가 인증 우수 품질 표시) 및 해양 관리 위원회(Marine Stewardship Council) 등의 인증 라벨이 붙은 제품이다.


각종 식품 인증 라벨


지속 가능한 식품은 환경, 경제, 건강, 사회적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첫째, 환경, 생물, 물, 토양 및 천연자원을 보호하며, 동물의 생명을 존중한다. 둘째, 도시 근교 농업은 농업 인력 고용을 창출한다. 특히, 유기농업은 30%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농업용 수질오염으로 인한 공공 지출을 줄인다. 셋째, 유기농업은 합성 농약 및 화학 비료 사용을 금지하기 때문에 인류 건강과 대기질을 보존한다. 넷째, 지속 가능한 농업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며, 모든 사람이 고품질의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파리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식품의 73%가 유기농 및 지속 가능한 식품으로 이뤄졌다. 2019년부터 매일 제공되는 2,300리터의 우유는 100% 유기농이다. 나는 아이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급식 담당자에게 학교 급식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학교에 공급되는 급식은 77 지역(Seine-et-Marne, 일드프랑스에 속한 데파르트망으로 파리에서 멀지 않다)에서 생산된 식품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또한 살충제와 화학 약품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식품 비율을 점점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제공되는 유치원 급식 메뉴는 매끼마다 빨간 라벨, 유기농 및 해양 관리 위원회 인증 표시가 붙은 식품으로 구성돼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유치원에 붙어 있는 식품 관련 포스터. 지도 오른쪽 77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급식을 만든다고 한다. by 모니카


이전에 살았던 파리 16구 옆 동네 파리 15구에는 프랑스 유명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가 있다. 센 강을 바라보고 있는 그 요리 학교에 종종 갔다. 굳이 수업을 듣지 않아도 그곳에서 만들어진 빵과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나는 프랑스에 사는 동안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르 꼬르동 블루에 등록해서 파티시에 자격증을 따 볼까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근데 학비가 매우 비싸다. 선뜻 신청했다가 중간에 적성에 안 맞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원데이 클래스를 우선 들었다. 첫 원데이 클래스는 에끌레어 만들기였다. 참가한 모든 이들은 디저트에 진심인 듯 보였다. 매우 진지했다. 반죽 하나에도 신경 쓰고, 농도 하나하나 신중해야 했다. 선생님 설명을 놓칠세라 귀 쫑긋하고 열심히 다들 듣고 있었다. 두 번째 수업은 파리 브레스트였다. 다시 한번 더 들어봐도 나는 이쪽은 아니다 싶었다. 일단 팔이 너무 아프다. 허리도 어깨도 목도 다 아프다. 디저트는 특히나 세심하게 정성을 쏟아야 하는데 나는 그런 위인이 못됐다. 나는 먹는 것에 진심인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배고플 때, 힘없을 때 먹는 것이 음식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진 내가 음식을, 빵을, 디저트를 만드는 일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나는 2번의 원데이 클래스를 경험하고 이쪽은 내 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르 꼬르동 블루 캠퍼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미식에 진심인 사람들이었다. 미묘한 맛의 차이를 알고, 식감을 느끼고,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을 가진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었다. 먹는 것만큼은, 음식 앞에서는 진심인 프랑스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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