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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Apr 18. 2022

파리 과학산업관

Cité des Science et de l'industrie

일요일 아침, 부활절 미사를 드렸다. 부활절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이 왔다. 끝나고 성당 안뜰에서 Chasse aux oeufs (계란 찾기, Egg hunt) 행사를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초콜릿 계란과 토끼를 마구 찾으러 다녔다. 오후에는 파리 북동쪽에 위치한 과학산업관에 가기 위해 나섰다. 주차된 차로 가니 우리  뒤에 다른 차가 아주 바짝 주차해놨다. 이럴 수가. 져나 수가 없다. 우리는 하는  없이 근처 Prêt à manger 샌드위치 먹으면서 기다렸다. 30  가보니 다행히도 차가 빠졌다. 우리는 얼른 차를 빼서 목적지로 갔다. 파리 시내 중심에서 파리 북동쪽까지 1시간 걸렸다. 우리 집에서 바로 목적지까지는 외곽순환도로를 타면 20분이면 금방 도착하는데 시내 중심에서 가려니 쉽지 않았다. 일요일에 이곳에 가려는 이유는 길거리 주차가 공짜라서  건데, 북동쪽은 주변이 험했다. 난민들도 많이 보였다. 텐트를 쳐서 밖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차되어 있으면 흑인들이 와서 돈을 달라고 차에 붙는다. 파리 중심 관광지에서 조금만 벗어났는데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19,20구는 위험 지역은 익히 들어서   간다. 혼자는 가지 않는다. 길에 주차하기 불안해서 그냥 안전하게 지하 주차장에 유료 주차했다. 비록 돈이 들더라도...


우주에 관해서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by 모니카


연령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눠있다. 수력 원리를 체험하는 중인 아이 by 모니카


과학산업박물관은 규모가 컸다. 라 빌레트 공원 안에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하기에도 참 좋은 곳이다. 최근 들어 우진이는 과학에 관심이 많다. 유치원에서 우주에 대해 배우고 있다. 우주에 관심이 많고, 수학에도 관심이 있는 아이를 위해 이곳에 일 년 정기회원권을 끊었다. 근데 자주 갈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집에서 멀면 잘 안 가게 된다. 가까운 게 최고다. 그래도 회사에서 반값 할인을 해줘서 멤버십 회원권을 구매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진이는 "우와!"하며 정신없이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키즈 카페 같은 느낌이 나는 곳도 있었다. 한국에 갔을 때 시댁 근처 뽀로로 키즈 카페에 자주 갔는데 그곳 분위기가 물씬 났다. 유모차 끌고 온 부모들과 아이들로 가득했다. 반은 마스크 쓰고 반은 안 썼다. 공기가 썩 좋지는 않았다. 과학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 소리는 어떻게 나며, 수력, 화력 발전 원리를 아이들 눈높이에 쉽고 재밌게 해 놓았다. 지하에 조그만 아쿠아리움도 있었다. 우주, 지구 관련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놨다. 로봇도 있고, 에콜로지 관련해서도 있었다. 일단 규모는 크다. 곳곳에 조금 허접하다는 느낌을 주는 곳도 있었다. 그래도 괜찮다. 이 정도면 만 5~6세 아이에게는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 근처 사는 사람들은 이곳에 정기회원권 끊어서 자주 올 것 같았다. 아이들 데리고 오기 좋다. 나도 근처 살았다면 자주 왔을 것 같다. 우진이가 너무 좋아했다. 그런 아이를 보고 있으니, 집에서 가까웠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된 차가 신경 쓰였다. 오늘은 맛보기로 지하부터 지상까지 곳곳을 잠깐씩 훑었고, 다음에 다시 와서 하나하나 자세히 보기로 했다. 다음에는 지하철을 타고 오던지 해야겠다. 


아이들 눈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다. 인천공항에서 봤던 로봇이다. by 모니카


과학기술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창밖에는 라빌레트 공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천장에는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다. by 모니카


어제 썼던 글처럼, 확실히 아이들은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집에 와서 씻고 밥을 먹고는 평소 같으면 TV를 보고 있었을텐데, 갑자기 온갖 드라이버, 망치 등 각종 도구를 다 꺼내더니 마룻바닥에 앉아서 뭘 고친다며 오랫동안 그것에 빠져있는 모습을 관찰했다. 완전히 몰입한 모습이었다. 온갖 장난감 자동차를 가져와서 바퀴를 빼고, 붙이고, 드라이버로 조이고, 자기는 지금 공사중이라고 했다. 1시간 넘게 그렇고 있었다. 과학산업관에서 자동차, 로봇 등 과학기술 관련된 것들을 보고 나더니 갑자기 과학기술자가 됐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는가는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덩컨 와들(Duncan Wardle) 전 월트디즈니컴퍼니 혁신 및 창의성 부문 총괄사장은 "경험이 먼저, 소매(유통)는 따라온다"라고 말했다. 그는 3월 31일 '2022 유통산업포럼' 기조연사로 나섰는데 "모든 것은 경험에 달려 있다"며 "유통 업계는 팬을 위한 몰입을 제대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즈니의 수많은 캐릭터 중에서 미키마우스가 살아남은 이유가 바로 미키마우스를 직접 만나고 만질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디즈니랜드 테마파크를 조성해서, 스크린 밖으로 캐릭터들을 꺼내 삼차원 공간으로 구현했다. 고객을 손님으로, 직원을 쇼를 위해 캐스팅 된 출연자로 재구성해 몰입도를 한층 높인 것이다. 그는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나저나 저질 체력 엄마는 완전 뻗었다. 토요일 파리 근교 지인 집에서 점심 식사, 마트 장보기, 다음날 성당 부활절 행사, 과학산업관 체험이라는 빡빡한 주말 일정으로 나는 완전히 넉다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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