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이쉬르센

유명 작가 책에도 언급된 동네

by 모니카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은 일드 프랑스 오드센(Hauts-de-Seine) 주(Department)에 속한 프랑스 코뮌이다. 낭테르(Nanterre) 지역에 속한 동네다. 파리에서 북서쪽, 센 강 우측에 자리 잡고 있다. 파리 6, 7, 8, 16구와 함께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 부동산 가격이 높은 5개 주거 지역 중 하나로 손꼽는다. 동쪽에서 남쪽으로 Porte de Villiers, Porte des Ternes, Porte Maillot, Bois de Boulogne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서쪽으로 꼬브부아(Courbevoie)가 있다. 또한 피토(Puteaux) 섬 일부와 그랑드 자트섬(La Grande Jatte) 일부를 포함한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뇌이쉬르센은 파리와 인접한 부촌으로 유명하다. 행정 구역 상, 파리시에 속해 있지 않을 뿐 파리에 산다해도 무방하다. 마치 일산, 분당 살면서 서울에 산다 또는 서울 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총면적 3,73 제곱킬로미터, 인구 60,910명(2015년 기준)이다.


이곳에선 살았던 사람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 영화 레옹의 장 르노 등이 있다. 정치인으로는 마린 르 펜과 발레리 페크레스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뇌이쉬르센으로 이사 오기 전에 어릴 적 우상이었던 소피 마르소가 이곳에 산다길래 혹시 길을 걷다 마주치진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1년 반 가까이 살면서 그런 적은 없다. 팬데믹으로 많이 돌아다니지 않은 탓도 있고, 소피 마르소가 일반인처럼 얼굴 내놓고 걸어 다니지도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기존 한국에 출간된 책에서는 조승연 작가의 <시크하다>, 오헬리엉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에 뇌이쉬르센이라는 동네가 언급됐다. <시크하다>에서는 아예 목차 제목에 ‘뇌이쉬르센과 이포캉’이라고 나온다. 다음은 <시크하다>책에 나온 문장이다.


"이곳은 한국 분당과 자주 비교되는 곳인데, 사람들이 파리에서 이 동네로 이사 오는 이유는 크게 몇 가지가 있다. 우선 파리의 주택은 집값이 살인적이면서도 너무 낡은 아파트가 대부분이어서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 뇌이쉬르센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군이 유럽에 주둔하면서 미국 고위층 자제를 위해 세운 미국인 학교와, 당시 프랑스 병원보다 훨씬 비싸지만 의료시설이 뛰어났던 미국인 병원을 중심으로 1950년대부터 개발된 신도시다. 자녀가 태어나면 여러모로 편리한 시설을 이용하며 살 수 있다. 또 파리 중심부와 달리 사교육이 활성화되어 있어 자녀를 학업으로 성공시키려는 사람, 특히 미국 유학이나 프랑스 정부 고위층 진입에 필요한 각종 고시를 노리는 상위 중산층이 모여 산다. 프랑스인은 프랑스에서 가장 자본주의적인 대통령이라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전형적인 뇌이쉬르센 사람'이라고 말한다. 프랑스는 1,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50년에 미국의 전후 복구 지원 사업인 마셜 플랜 지원금으로 대량생산 국가로 진입했다. 이때 재벌 카르텔인 '상 파밀리에'가 생겼다. 이들이 뇌이쉬르센에 모여 살면서 차고와 수영장, 잔디밭이 딸린 미국식 주택을 짓기 시작한 뒤 이곳은 오늘날 프랑스에서 사교육, 입시 경쟁, 명품 소비, 아파트 단지나 평수 경쟁과 차별, 호화 결혼식장이나 고가의 웨딩드레스 등 미국식 자본주의 문화를 가장 많이 흡수한 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에서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가장 적나라게 표출되는 곳이 바로 이곳 뇌이쉬르센"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우리 집 맞은편에는 미 대사관 직원들이 모여 산다. 창문 밖으로 맞은편 집을 보고 있는데,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30분에 한 번씩 경비원이 건물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을 보고, 저기 혹시 소피 마르소가 살고 있나? 무슨 대단한 사람이 살길래 경비가 저렇게 자주 보초를 서는 거지? 덕분에 우리는 좋다. 맞은편 집 주변을 늘 샅샅이 수색하는 경비원 덕분에 우리 집도 어느 정도 보안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주택은 전용 놀이터도 매우 잘 꾸며져 있다. 우진이가 거기서 놀고 싶어도 그곳 주민만 사용 가능했다. 알고 봤더니 주프랑스미국대사관 직원들 사는 사택이었다. 조승연 작가의 말대로 이 동네에 미국인들이 많이 사는 것 같다.


오헬리엉의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에서는 "파리 북부의 외곽 도시인 뇌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유층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인데, 이런 곳은 그냥 벌금 내면서 공공 임대 주택 비율을 아주 낮게 유지한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마찬가지여서 프랑스에서도 임대 주택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라고 적혀있다.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내가 사는 이 동네가 정말 그런가 하며 동네를 자세히 관찰한다. 아이 유치원 같은 반 엄마들을 한 명씩 만나서 물어봤다. 이곳에 언제부터 살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C는 학창 시절부터 이곳에 살았단다. 그럼 도대체 몇 년을 산 것인가? 10대 때부터 줄곧 이곳에서 살았다고 했다. 또 다른 엄마 K도 학창 시절부터 살았단다. 많은 엄마들이 이곳에서 어린 시절부터 살았다는 얘기를 듣고, 그만큼 살기 좋으니까 떠나지 않고 계속 사는 게 아닐까 싶었다. C가 내게 얘기를 해줬는데, 이 동네는 부유한 집 자제들이 많이 산다고 했다. 자신은 그렇게 부유한 편이 아닌데 아버지 일 때문에 이곳에 계속 살고 있는데, 학창 시절 또래 친구로부터 위화감을 느꼈던 적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여러 명의 엄마들도 파리 또는 파리 근교에 살다가 결혼해서 신혼을 이 동네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자녀 교육 때문이라고 짐작해본다. 이웃집 L 씨는 부동산 개발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이 동네에 집을 한 채 샀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은 전세로 있다고 했다. 해외에도 집이 있는 그는 부동산 쪽을 잘 알 테고 이 동네에 집을 샀다는 것은 그만큼 괜찮은 동네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물론 자녀 교육 문제도 있을 테고...


그럼 이 동네는 과연 조승연 작가가 말한 대로 교육열이 높은 그런 곳일까? 내가 아는 만 4~5세 아이들이 테니스, 발레, 댄스, 유도 등 최소 1개 스포츠는 배우러 다니고 있다. (근데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안 하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 집 아이처럼...) 한 유태인 엄마는 3명의 어린 자녀를 피아노를 배우게 하고 있다. 또 다른 유태인 엄마도 아들을 유도 스포츠 센터에 보낸다. 또 다른 프랑스 엄마는 자녀에게 승마를 배우게 하고 있다. 이곳에는 테니스장도 많고, 승마장도 많다. 운동하기 참 좋은 동네다. (그런데 정작 나는 운동을 안 하고 있구먼...) 메리마운트 국제학교를 비롯해서 다양한 학교들을 하나씩 살펴볼까 한다.


아래 구글 지도를 보면, 파리를 중심으로 왼쪽 편에 연두색으로 표시된 볼로뉴 숲(Bois de Boulogne)이 있다. 그 위에 빨간색으로 테두리 친 곳이 바로 뇌이쉬르센이다. 크기는 볼로뉴 숲보다도 작다. 곁으로 센 강이 흐르고 있는데, 센 강 위에 있는 피토섬과 그랑드 자트섬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 반면 볼로뉴 숲은 뇌이쉬르센 소속이 아닌, 파리 16구 소속이다. 뇌이쉬르센은 파리 중심과의 접근성도 좋고, 라데팡스와의 접근성도 좋다. 메트로 1호선 타면 샹젤리제는 금방이다. 쭉 타고 가면 루브르도 쉽게 도착한다. 마음 먹고 걸으면 개선문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나는 라데팡스까지는 걸어다닌다. 파리 허파라 불리는 거대한 볼로뉴 숲이 옆에 있어서 공기도 좋다. 조깅하기 딱 좋은 동네다. 거주지라 관광객이 많이 없고 조용하고 깨끗한 편이다.


빨간색 테두리 하얀색 부분으 뇌이쉬르센이다. by 구글 지도


한국인들이 프랑스 파리에는 여행을 많이 오지만,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은 여행하러 오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른다. 물론 파리 중심가에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등 볼거리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파리에 한 번 정도 와봤다면 이제는 파리 외곽 도시도 가볼만 하다. 파리 신도시 부촌을 경험해보는건 어떨까? 파리에서 관광을 하고, 하루 정도는 이 동네를 구경해보길 추천한다. 프랑스인들이 사는 거주지,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 건축물 형태 등도 구경하고, 볼로뉴 숲도 거닐고, 숲 안에 있는 루이뷔통 재단도 둘러보고 하루 코스로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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