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ête à Neu-Neu
내가 사는 동네 뇌이쉬르센에서는 페뜨 아 뇌뇌(Fête à Neu-Neu) 축제가 한창이다.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의 뇌이(Neuilly)를 줄여서 뇌(Neu)라고 표현했다. 뇌뇌를 두번 쓴 이 축제는 200년 넘는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정확한 장소는 파리이지만, 이 축제는 뇌이쉬르센 축제다. 파리와 뇌이쉬르센 경계에서 열리고 있다.
파리 센 강 주변을 거닐다 보면 부키니스트(Bouquiniste, 고서점 또는 헌책방)라고 불리는 거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오랜 책과 그림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종종 Fête à Neu-Neu라고 적혀 있는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축제에 대해 모르던 시절에는 이 그림이 뭔가 싶었는데, 알고 나니 이 축제가 역사와 전통이 깊은 지역 축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축제는 뇌이쉬르센 시장이었던 Jean-François Delabordère의 요청에 따라, 1815년 6월 10일에 나폴레옹 1세의 칙령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그 당시, Porte Maillot에서 Pont de Neuilly까지 Avenue de Neuilly(오늘날 Avenue Charles-de-Gaulle) 아래쪽에서 열렸다. 1936년, avenue de Neuilly의 확장은 부촌 거주지에 더 이상 축제를 하지 못하게끔 했다.
1944년 Maurice Vandair가 작곡한 곡을 Maurice Chevalier가 불렀다. 이 곡을 통해 축제가 없어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했다. 1949년과 1950년대 말(1959년경)의 짧은 기간 동안 지역 주민들이 Fête à Neu-Neu라고 하는 재미있는 박람회가 Puteaux에서 La Défense까지에 이르는 곳에서 열렸다. 1949년 여름에 촬영한 국립지리산림정보원(IGN)의 항공사진이 이를 증명하기도 한다. 2008년, Auteuil 경마장 뒤 Mortemart 잔디밭에서 열린 Foire d'Automne 카니발이 Porte de la Muette로 이전되어 Fête au Bois라고도 불렸다. 2010년, Fête à Neu-Neu라는 옛 이름을 다시 이어받았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약 30분이면 도착하는 이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올해는 9월 2일부터 10월 16일까지 열린다. 금, 토, 일은 밤늦게까지 한다. 9월 초에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집에서 축제 현장까지 가는데 볼로뉴 숲을 지나간다. 볼로뉴 숲 안에는 큰 호수가 있는데, 이 호수에 배를 탈 수 있게 되어 있다. 늘 보기만 했지,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우리는 이번 기회에 한번 타보자 싶었다. 사실 이 날은 신랑이 스웨덴 출장에 가고 없었다. 안전을 가장 중요시하는 신랑은 배를 타다 악어가 나올 수도 있고, 물에 빠질 수도 있으며, 물 깊이도 알 수 없다며 절대 배를 못 타게 했다. 신랑이 없을 때 우리 둘은 타보고 싶었다. 게다가 그날 날씨가 너무 좋아서 더 추워지기 전에, 겨울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꼭 한번 타보고 싶었다.
30분에 8유로, 1시간에 12유로다. 맛만 보자 싶어서 30분을 타려고 했는데, 문제는 우리 둘 다 배를 못 젓는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앞으로 가고, 방향을 전환하는지 잘 모르다 보니, 이미 배는 저 멀리 가버렸고 다시 돌아가는데 허둥지둥 댔다. 그래서 결국 1시간으로 연장했다. 아이는 젓는 배를 처음 타는데 신기한지 자기가 노를 저어보겠다며 노를 잡더니 너무 재밌어했다. 나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한번 봤다가, 푸른 하늘을 한 번 봤다가, 호숫가를 한번 봤다가, 저 멀리 울창한 숲을 한번 봤다. 멋진 풍경을 감상했다. 꽤 오래전에 우디 앨런 감독이 만든 영화 <Scoop>을 본 적이 있다. 스칼렛 요한슨이 여 주인공으로 나왔는데, 남자 주인공인 휴 잭맨이 함께 배를 타자며 그녀를 이끌었고, 로맨틱한 장면이 연출되는가 싶더니 그녀를 물에 빠트린 장면은 아직도 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호숫가 한 가운데에서 배를 저으며 가고 있으니 그 장면이 떠올랐다.
함께 호숫가에서 배를 타는 사람들을 보니, 주로 연인들이 많았다. 젊은 연인들은 호숫가 한가운데에서 서로 애정행각을 했다. 물이라는 곳, 배라는 곳, 물 한가운데 작은 돛단배에 남녀 두 명. 물과 배는 로맨틱한 장소인 것 같다. 어느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방해받지 않고 둘 만의 세계에 들어가는 곳이 아닐까 싶다.
배에서 내린 뒤, 우리는 축제 현장으로 걸어갔다. 초등 입학을 기념해서 찾아갔는데, 무엇보다도 너무 시끄러워서 놀이기구를 탈 생각이 싹 없어졌다. 그리고 조금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한국으로 치면 약간 광안리 또는 월미도 놀이기구 있는 곳 같았다. 아들은 놀이기구 대신 총쏘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한 판 했다. 1발 쏘는데 1유로다. 적지 않은 가격이다. 자주 가는 아끌리마따시옹 공원 놀이기구 및 총쏘기 게임보다 더 비쌌다. 인형 뽑기도 한 판 했는데, 다 꽝이다. 인형 뽑기는 정말 돈 먹는 기계가 맞는 것 같다. 알면서도 아이가 너무 하고 싶다고 하니 시켜줬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 모두 한 명도 성공한 사람을 못 봤다.
사실 이 놀이 축제가 처음은 아니다. 파리 16구에 살 때, 그렇니까 코로나19 이전에 뇌이쉬르센 놀이 축제에 한번 왔었다. 그때 신랑이랑 다같이 왔는데, 그 당시 어린 아이였던 아들은 놀이기구 3~4개 정도를 탔었다. 그 때 당시는 참 재밌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정신 없게만 느껴졌다. 개인적인 컨디션에 따라 같은 상황이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놀이공원이 다 그렇다지만 너무 시끄럽고 사람들이 많아서 금방 나왔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뇌이쉬르센 놀이 축제는 약 한 달가량 하며, 각종 퍼레이드도 매주 펼쳐진다. 포켓몬, 스파이더맨, 겨울 왕국, 디즈니 등 각종 캐릭터 퍼레이드는 무료 관람이다. 아이들이 이것을 보러 오도록 유도하며, 그러면서 놀이기구도 타고, 각종 게임도 즐기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각종 경연 대회 및 상품이 푸짐한 추첨도 이뤄진다.
200년이 넘은 역사적인 축제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엿보였다. 앞으로의 200년을 여전히 이어갈 것인가? 400년, 600년 전통의 뇌이쉬르센 축제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알 수 없겠지만, 그 명맥을 계속 이어나가면 좋겠다. 2222년에는 센 강 부키니스트에서 2022년 버전의 Fête à Neu-Neu 그림을 미래 지구인들이 보지 않을까? 2222년에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이 부키니스트에서 40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각종 뇌이쉬르센 축제 그림을 뒤적거리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