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과 기대... 응원과 격려...
9월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롭게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가장 설레는 달이다. 영국도 입시가 치열한 편인데, 고등학교 내내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드디어 입시에서 해방되었다. 새롭게 자신만의 삶을 펼치는 대학생이 되어 설레면서도 떨리는 그러한 달이다. 신문에는 대학생이 된 신입생들을 위한 지침서 등이 뉴스기사 거리로 자주 등장하고, 부모들은 처음으로 집에서 떨어져서 혼자 독립을 시작하는 자녀들과 어떻게 자연스럽게 헤어져야 하는지, 어떻게 만 18세가 된 아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해 줘야 하는지, 그리고 빈 둥지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문 몇 페이지를 할애했다. ‘Letting them go is allowing them to grow’라는 문장이 내 마음 속에 오래 머물렀다. 깊이 공감하는 문장이다.
맨체스터에는 10개 정도의 대학생 기숙사 건물이 있다. 이름은 Unite Students. 건물이 꽤나 크고 시설이 좋은 편이다. 호텔처럼 되어 있으며, 맨체스터 대학교, 맨체스터 시립 대학교 등 다양한 대학교의 학생들이 이곳에 모여 산다. 런던을 포함한 영국 다양한 지역에서 온 학생들도 있고, 중국, 한국,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도 많았다. 특히, 유학생 중에서는 중국 학생들이 많았다. 중국 유학생들이 영국의 대학교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곳에 온 중국 학생들은 꽤나 경제적 형편이 괜찮은 편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현지 내국인보다 훨씬 학비를 많이 낸다. 게다가 여기 기숙사도 가격이 적지 않은 편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자란 듯 보이는 중국 여학생들도 보였다. 속으로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유학비로 열심히 공부하며 잘 지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같이 온 중국 학생도 있고, 혼자 온 학생도 있었다.
나는 9월 내내 영국 각지 및 전 세계 각 국에서 맨체스터에 있는 대학교로 유학을 온 학생들에게 Unite Students 기숙사 방 키 및 안내문을 전달해 주며, 기숙사를 소개하고, 방으로 안내 해주기도 하며,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는 이들을 환영하고 반기는 일을 했다. 기숙사에 문제가 있으면 확인해서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했다. 이번 일을 통해새로운 경험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학부생 및 석박사생들의 전공은 다양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오로지 음대생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왔다. The Royal Northern College of Music에 입학하는 학생들이었는데, 각자의 악기도 각양각색이었다. 하프, 바순, 바이올린, 첼로, 트럼펫, 드럼 등등... 중국 유학생도 많았는데, 비행기에 소중한 악기를 가지고 온다고 매우 수고가 많았을 것 같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음대생에게 관심이 많이 갔다. 첼로를 가지고 온 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고티에 카퓌송을 아냐고 물었더니 다들 안다고 했다. 고티에 카퓌송 팬인데 파리에 살 때 고티에 카퓌송 마스터 클래스에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하니 놀래면서 자연스럽게 첼로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피아노 전공자들에게는 조성진, 임윤찬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중국인 유학생들에게는 랑랑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각 복도마다 공동 키친이 있어서 이곳 사용법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함께 지내면서 유학생들끼리 친해지고 재미있을 것 같다. 한 중국인 학생이 방에 문제가 생겼는데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서 내가 중국어 통역을 해서 시설팀에 전달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중국인 학생들에게는 중국어로 말을 했다. 오랜만에 중국어로 말하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재미있었다. 이번 일을 통해 중국어도 다시 일깨우기로 했다. 파리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중국인들을 자주 만나니까 중국어를 자주 사용해야겠다.
많은 신입생들이 대학 생활이 어떨지 설렌다고 했다. 그리고 공부가 어렵지 않을지 걱정도 된다고도 했다. 들뜬 이들을 보면서 또 한편으로는 지금의 설렘과 기쁨이 졸업할 때에는 슬픔과 좌절로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졸업을 해도 취업이 힘들다고 한다. 여기 일하는 사람들 중에서 졸업했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해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들은 쉬는 시간에 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영국도 취업난이라고 했다. 그래서 석사도 하고 박사도 한다며 돈이 계속 든다며 푸념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입생들도 새 출발의 기쁨이 점점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새 출발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이때라도 청춘을 누려고 만끽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기숙사 입구 주변에 파티 업체들도 자리를 잡고 홍보하기 바빴다. 대학생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 업체, 파티 업체, 중국 식당, 피자집 등 신입생들을 유치하기 여념이 없었다.
한국 학생은 3명을 만났다. 한 명은 약대 파운데이션 과정, 다른 한 명은 이공계 파운데이션 과정,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런던에서 온 바이올린 전공 음대생이었다. 음대생은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이 어머니와 함께 왔는데 함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이곳에 한인 마트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디에 있는지 알려드렸다. 어머니께서 내 연락처를 물으셨는데 아무래도 처음으로 떨어져 살게 된 딸이 걱정되실 것 같다.
영국 다양한 지역에서 온 학생들도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왔는데, 부모님도 신이 나 보였고, 학생들도 신이 나 보였다. 드디어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대학 생활을 드디어 즐기게 되었다며 얼굴에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영국 동서남북에서 곳곳에서 차로 4시간 또는 5시간 걸렸다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녹초가 된 듯 보였지만 그래도 맨체스터에 도착했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우리 자녀가 성인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기 되는구나라며 에어프라이어기부터 해서 다리미까지 온갖 생활 용품을 나르셨다. 마트에서 사용하는 카트를 입구에 배치해 놨는데, 카트 사용이 불티났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어서 온갖 침구류를 근처 마트에서 사다 나르셨다. 저런 것까지 들고 왔나 할 정도로 개인 취향이 뭍어나는 아이템들도 집에서 마구 가져왔다. 부모님과 학생들은 몇 번이고 들락날락했지만 힘든 기색 없이 모두 즐거운 노동이라며 행복하게 자녀의 짐을 이고 지며 나르셨다.
이들을 보면서 나의 대학교 신입생 시절이 잠시 생각났다. 나도 그때 당시 저렇게 매우 행복했었지. 부모님도 설레고, 나도 설레었던 그런 순간이 있었지. 대학생 새내기 시절은 갓 입시 지옥에서 해방된 터라 친구들과 신나게 놀러 다녔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왔기 때문에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대학 축제도 가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1학년을 행복하게 신나게 보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부모님께서 온갖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은 학생들을 보면서 이렇게 하지 못하는 신입생들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기숙사는 일반 스튜디오 또는 셰어 하우스 보다 비싼 편이다. 실제 방을 보니 호텔 같았다. 침대도 좋고, 책상도 있고, 개인 욕실도 깔끔하고, 창문도 커서 뷰도 좋았다. 이렇게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혼자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고, 학자금 대출을 받고, 친구 여러 명이서 방을 셰어 하는 등 힘든 학생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혼자 밥 해 먹고, 부모님 도움 없이 이제 혼자서 생활해야 하는 대학생 신입생들에게 무한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지금의 새출발의 설렘과 다짐을 잊지 말고, 독립적으로 생활해 나가야 하는 대학 생활을 알차게 잘 가꿔가면 좋겠다. 그리고 부모님들도 빈 둥지 증후군을 잘 이겨내며 성인으로서의 첫출발을 내딛는 이들을 믿고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Letting them go is allowing them to g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