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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Apr 11. 2024

나의 첫 양궁 장비, 핑거탭



활을 쏠 때는 이런저런 보호 장비와 화살통(퀴버)을 착용한다.

그중 핑거탭은 활의 현에서 손가락을 보호하는 도구다. 현을 맨손으로 당기면 아프다.


국민 핑거탭 세이커 2  출처: https://www.fivics.com/shop/item.php?it_id=1604551102



실내양궁장에서는 활 쏘기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빌릴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장비 욕심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활을 산다고 해도 한 달 뒤면 바꿔야 하니* 나만의 활을 살 시기는 까마득히 멀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이때부터 나는 예습하는 느낌으로 활 제조 업체 홈페이지를 미친듯이 들락날락했다.

양궁장에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장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 활의 장력(드로우 웨이트)은 날개(림)에 따라 달라진다. 처음에는 2~4파운드씩 올리며 더 강한 활을 쏘는 연습을 하는데, 그러려면 림을 계속 교체해야 한다. 그러니까 지금 활을 사 봤자 나를 스쳐갈 뿐이다.


그때 매니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핑거탭이라도 먼저 사면 어때요?"


헐.

맞네.

핑거탭은 지금 사도 되잖아!!


그때부터 1주일 정도 핑거탭이란 핑거탭은 전부 다 본 것 같다. 베어보우용 슈팅 글러브까지 구경했다.

사장님께도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내가 구매한 핑거탭은 요거다. 파이빅스 폴라이트3.


출처: https://www.fivics.com/shop/item.php?it_id=1604551100



다른 핑거탭들은 까맣거나 파랗거나 빨간데, 얘 혼자 브론즈 색상에다가 심플한 인체공학적 이미지(?)를 뿜어내는 게 마음에 들었다.

보통은 파이빅스의 세이커2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사장님은 주변에서 폴라이트 쓰는 사람 아무도 못봤다고도 하셨지만... 나는 선수 아니야 취미러야 예쁜 거 살 거야!^^

그리하여 바로 주문함. 받음. 상세페이지 사진이랑 똑같아서 감격함.



너무 이쁨



그치만 내가 단순히 자랑을 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사실 맞음)

양궁 장비는 후기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물론 양궁장 사장님과 매니저님을 위키처럼 쓸 수 있지만, 장비의 가격이 낮지 않다보니 여러 의견을 보고 싶었는데 잘 안 됐다.

특히 폴라이트3은 정말로 쓰는 사람이 별로 없는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몇 개가 전부였다.

그래서 나라도 후기를 하나 더하려고 이 글을 쓴다.... 핑거탭 구매 고민하는 분에게 참고가 되길,,,



1. 예쁨

내 눈에는 너무너무 예쁘다. 아직도 얘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2. 약간 무거움

약간 무겁다. 근데 나는 플라스틱 핑거탭을 사용했어서 더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다. 익숙해지면 자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 나는 원래 묵직한 도구를 좋아해서 더 괜찮았다.


3. 턱받이?(chin rest)가 좁음

이게 세이커2와 폴라이트의 큰 차이 같다. 

활을 쏠 때는 현을 잡아당긴 손의 엄지손가락 두번째 마디를 턱 아래에 대는데, 이때 내가 손을 어디에 댔는지를 핑거탭의 재질로 파악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 핑거탭을 쓸 때는 '딱딱한' 느낌이 닿는 걸로 손의 위치를 파악했는데, 폴라이트3으로 바꾼 뒤 손 위치를 다시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안그래도 초보라서 앵커포인트가 왔다리갔다리 하는데ㅠㅠ

세이커2는 원래 엄지 받침으로 쓰라고 만든 부분이 꽤 넓다. 그런데 이걸 최대한 올려서 턱받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앵커 포인트를 잡는 데 더 수월한 것이다. 


4. 익숙해지니까 편함

처음에는 점수가 나락에 가버려서 전에 쓰던 저렴이 플라스틱 핑거탭으로 돌아가고도 싶었다.

그런데 며칠 쓰고 익숙해지니까 굉장히 편했다.

엄지손가락을 거치하는 부분에 손이 쏙 맞아들어가기도 하고, 새끼손가락도 단단히 받쳐준다. 


5. 끈 구멍은 무시해도 됨

폴라이트3은 중지와 약지 두 손가락을 각각 끈에 끼우도록 기획된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중지만 낀다. 활 쏘기 바쁘다... 손가락 두 개를 각각의 고리에 집어넣을 시간이 없따... 


5. 결론

적응기간이 필요하지만 예쁘고 좋은 핑거탭!

(아참, 세이커와 폴라이트 모두 가죽은 코도반이다.)




핑거탭 곡선에 꼭 맞는 새끼손가락... 짜릿해 최고야



그리고 핑거탭이 왔을 때 결국 어느 선을 넘었음을 직감했다.

내가 계속 사용할 장비를 내 돈으로 샀다는 건, 앞으로도 이 취미를 계속 해보겠다는 뜻이니까. 

핑거탭 구매로, 이 양궁이라는 마이너 장르의 입덕부정기가 끝났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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