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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두 그루가 알려준 삶의 비밀

김용년 원장의 인생 노트 11

by 김용년

단점 속에서 빛나는 장점, 유단취장의 지혜


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은 어느 날 마당에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의 집 마당에는 감나무가 두 그루 있었는데, 이 나무들이 영 눈에 거슬렸기 때문입니다.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로, 크고 맛있는 감이 열리긴 하지만 딱 서너 개뿐이었고, 다른 한 그루는 땡감나무로 열매는 잔뜩 열리지만 너무 떫어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뿐인가요? 두 나무가 마당에 그늘을 드리워 땅은 늘 축축했고,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마당이 젖어 마르질 않았습니다.


성호 선생은 결국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 녀석들을 그냥 둘 순 없다!” 톱을 들고 마당을 오락가락하며 어느 나무를 먼저 베어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의 부인이 마당으로 내려왔습니다.


부인은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톱을 든 남편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대봉 감나무는 서너 개밖에 열리지 않아도 제사상에 올리기엔 참 귀하지 않아요? 그리고 땡감나무는 말리면 곶감도 되고 감말랭이도 만들어 우리 식구들 간식으로 딱 좋잖아요. 둘 다 괜찮은 나무들인데 왜 베려고 하세요?”


순간 성호 선생은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게 바로 유단취장(有短取長)이라는 것이구나!” 단점 속에서도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 그리고 그것을 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번쩍 든 것입니다.


그는 톱을 들고 웃으며 창고로 들어갔습니다. 마당에 서 있는 두 그루의 감나무는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한 나무 이야기 속에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종종 성호 선생과 같은 마음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대합니다. 단점이 눈에 띄면 그것만 보며 쉽게 실망하고, 때로는 그것을 잘라내고 싶어 하죠. 하지만 부인의 말처럼, 모든 존재는 단점 속에 장점을 숨기고 있습니다. 그 장점을 발견하느냐 못하느냐는 오로지 우리 시선에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팀 프로젝트에서 항상 늦는 동료가 있나요? 그의 지각 버릇에 화가 나지만, 그 사람이 가져오는 아이디어가 탁월하다면 어떨까요? 또는 집안일을 돕지 않는 가족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 가족이 가족들을 웃게 하는 재치를 가졌다면? 모든 단점 뒤에는 그만큼의 장점이 숨어 있습니다. 이를 발견하려는 시도가 없다면, 우리는 결국 감나무를 베어버리는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릅니다.


성호 선생이 톱을 창고에 넣고 웃으며 돌아섰듯, 우리도 단점을 장점으로 보는 눈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죠. 세상은 장점보다 단점을 쉽게 보게 만드는 쪽으로 흘러가니까요. 타인의 결점은 유난히 크게 보이고, 자신의 단점은 보이지 않으려 애씁니다. 하지만 모두가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빛나는 장점을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더 나은 관계를 만들고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시작이 아닐까요?


감나무 두 그루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심지어는 자신을 바라볼 때조차도 단점만 보며 실망하기보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장점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장점을 진심으로 칭찬할 때, 그 사람도, 우리 자신도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떠올려봅니다. 내 주변에 있는 감나무는 무엇일까요? 그것들이 가진 단점만 보던 시선을 잠시 접고, 그 안에 숨겨진 장점을 찾아보는 겁니다. 그렇게 우리도 “유단취장(有短取長)”의 지혜를 실천하며, 더 너그럽고 따뜻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톱은 창고에 넣어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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