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없는 20대, 취업도 늦고 소득도 줄었다
최근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20대 청년층이 취업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력을 쌓을 기회가 부족한 20대는 취업이 늦어지면서 생애 총 취업 기간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평생 벌 수 있는 소득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취업 확률, 경력자의 절반 수준…비경력자 취업 갈수록 어려워져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채민석 과장과 장수정 조사역이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비경력자의 취업 확률은 평균 1.4%로, 경력자의 취업 확률(2.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실업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한 달 이내에 상용직으로 취업한 비율을 분석한 결과다.
과거에는 이 격차가 크지 않았다. 2006~2010년의 경우 비경력자의 취업 확률은 1.8%, 경력자는 2.7%였다. 하지만 이후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비경력자의 취업 확률이 0.4% 포인트 하락했다.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비중도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09년 17.3%였던 경력직 채용 비율은 2021년 37.6%까지 상승했다. 기업들이 신입보다 즉시 업무가 가능한 인력을 선호하면서, 신입 구직자들은 더욱 어려운 취업 시장에 직면하고 있다.
20대 취업 어려울수록 생애 소득 감소…고용률 10% p 하락
경력직 선호가 심화되면서,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과 무관하게 취업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와 현재 경력직 선호가 강한 현실을 비교한 결과, 2030 세대의 상용직 고용률이 모두 하락했다. 특히 20대의 하락 폭이 더 컸다.
20대의 상용직 고용률은 44%에서 34%로 10% 포인트 하락한 반면, 30대는 54%에서 51%로 3% 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이는 20대가 취업 문턱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사회 초년생이 20세부터 30년간 경제활동을 한다고 가정할 때, 취업이 늦어지면서 생애 총 취업 기간도 2년(21.7년→19.7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 소득 13.4% 감소… 니트족 증가 우려
취업이 늦어질수록 청년층의 평생 소득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 이후 기대할 수 있는 생애 총소득(현재 가치 기준, 연 5% 금리 할인)은 기존 3억 9000만 원에서 3억 4000만 원으로 13.4%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구직 실패가 반복되면서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층이 늘어날 가능성이다. 보고서는 비경력자의 구직 노력이 30% 감소할 경우, 20대 청년층의 고용률이 현재보다 5.4% 포인트 하락한 28.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30대와의 고용률 격차도 1.1% 포인트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경우 생애 총 취업 기간은 18.1년으로 추가적으로 1.6년 줄어들며, 생애 소득의 현재 가치는 10.4% 더 낮아져 3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낮아… 청년층 현실 더욱 어려워
일각에서는 20대가 눈높이를 낮추고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부터 경험을 쌓으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여전히 크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낮다.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중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10.1%에 불과해, 주요국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20대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더라도 안정적인 경력을 쌓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산학협력·인턴 확대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신입 취업자의 경력 개발을 돕기 위해 산학협력 프로그램과 체험형 인턴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채민석 한국은행 과장은 "청년들이 충분한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산학협력 및 체험형 인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임금 격차 및 안정성 문제로 인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해고 비용 격차’가 지적된다. 채 과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해고 비용 격차를 줄이면, 기업들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를 더욱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층의 취업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성장과도 직결된 중요한 과제다. 정부와 기업이 신입 채용 기회를 확대하고,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