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주인공 '미키'는 우주 탐사 임무에서 위험한 일을 맡는 '소모품' 역할을 하는 클론 인간. 죽을 때마다 새로운 신체로 기억을 이식받는 그가 자신의 17번째 복제본에 이르러 정체성의 위기와 시스템에 대한 저항을 시작하는 이야기다. 해외 평단은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키17에 대한 해외 리뷰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봉준호가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성을 완벽하게 지켜냈다"고 극찬했다. 특히 "SF라는 장르적 외피를 입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대체 가능한 노동자의 비극을 그린 우화"라며 봉 감독 특유의 사회 비판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패틴슨의 연기가 이 영화의 중심축"이라며 "하나의 캐릭터지만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여러 버전의 미키를 절묘하게 표현해낸 그의 연기는 아카데미상 후보감"이라고 치켜세웠다. 실제로 패틴슨은 촬영 중 각 버전의 미키를 구분하기 위해 서로 다른 음악을 들으며 준비했다고 한다(A.O. 스콧).
미키17에 별 다섯 개를 선사하며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와 테리 길리엄의 '브라질'을 뒤섞은 듯한 비주얼로 지구 밖 디스토피아를 그려낸다"고 평했다.
"봉준호는 여전히 장르의 경계를 무시한다"며 "SF, 코미디, 공포, 액션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관객을 끊임없이 놀라게 한다"고 극찬했다. 특히 "전작들에서 보여준 계급 의식을 우주로 확장시켰다"며 "기생충이 수직적 계급 구조를 다뤘다면, 미키17은 인간의 가치와 대체 가능성에 대한 수평적 질문을 던진다"고 평했다.
"모든 미키가 진짜다. 그러나 아무도 진짜가 아니다"라는 영화 속 명대사를 인용하며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높이 샀다. "봉준호는 클론이라는 SF적 설정을 통해 현대인의 대체 가능성과 소외에 대한 알레고리를 그린다"며 "특히 '기억'이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는 포스트모던적 관점을 흥미롭게 탐구한다"고 분석했다.
미키17이 "디지털 시대의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데이터로 복제되는 미키의 존재는 우리의 정보가 끊임없이 복제되고 저장되는 현대 사회의 메타포"라며 "우리가 SNS에 남긴 디지털 흔적이 결국 또 다른 버전의 '나'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같은 기억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경험을 한 미키16과 미키17의 갈등"이다. 이 두 캐릭터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된 두 자아의 충돌은 영화의 백미"라며 "패틴슨이 자기 자신과 연기하는 장면들은 기술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경이롭다"고 극찬했다.
"SF라는 할리우드적 장르에 한국적 정서가 스며들어 있다"며 "특히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라는 동양적 가치관과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라는 서구적 가치관의 충돌이 흥미롭게 그려진다"고 분석했다. "미키는 기꺼이 공동체를 위해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찾고자 하는 역설적 인물"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봉준호 특유의 한국적 유머 감각이 영어로도 잘 전달된다"며 "특히 미키가 자신의 클론과 나누는 대화에서 드러나는 블랙 코미디는 긴장감을 해소하면서도 영화의 주제를 강화한다"고 평가했다.
"봉준호와 할리우드 최고 기술진의 만남이 만들어낸 기술적 완성도의 정점"이라 표현했다. "한 배우가 여러 버전의 자신과 상호작용하는 장면들은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구현되어 관객이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다"며 "특히 미키가 자신의 사체를 처리하는 시퀀스는 공포와 코미디를 절묘하게 조합한 봉준호 특유의 블랙 유머가 돋보인다"고 평했다.
"정재일 작곡가가 만들어낸 음악은 우주의 공허함과 인간의 따뜻함을 동시에 담아낸다"며 "전자음과 오케스트라의 결합이 미키의 기계적 존재와 인간적 감정 사이의 균형을 절묘하게 표현한다"고 평가했다.
"봉준호의 가장 희망적인 작품"이라며 "결국 시스템에 대한 저항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결말은 기생충의 비관적 시선보다 한 발 더 나아간다"고 평가했다.
"겉보기에는 희망적이지만 사실상 또 다른 형태의 시스템 속으로 편입되는 결말"이라며 "봉준호 특유의 양면성 있는 결말"이라고 평가했다.
종합해보면, 해외 평단은 봉준호 감독이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유지하며 SF 장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클론"이라는 익숙한 SF 소재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소모품이 된 노동자, 정체성의 위기,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 찬사를 보냈다.